세입자 내보내고 '하루살이' 후 집매각 집주인 등장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피해 ‘실거주 목적’ 임대차 계약 해소 후 전입 하루만에 등기이전

계약 만료 6개월 전 등기이전보다 현실적인 대안

권혁기 기자khk0204@ekn.kr 2020.09.16 14:4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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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갱신청구권 행사를 피해 ‘하루살이’로 집을 매도하는 하는 방법이 나타났다. 지난 6일 서울 강북구 북서울꿈의숲 전망대에서 바라본 강북구와 그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 서울 강북구에 아파트가 있는 A씨는 세입자가 있는 상황에서 해당 아파트를 매도하려고 했다. 다음달 말 전세 계약이 끝나는 상황에서 시세보다 조금 저렴하게 급매로 내놨기에 관심을 보이는 매수 문의는 많았다. 그러나 실거주가 목적인 매수 의향자들은 ‘주택입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인해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 입주를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 계약서 작성을 꺼렸다. 이에 A씨는 세입자에게 자신이 실거주할 것이라고 통보하고 계약 만료 후 갱신을 사전에 차단했다. A씨는 임대차 계약 만료 후 해당 집에 전입신고를 하고, 하루 뒤 매수자와 매매 계약을 완료하고 등기이전을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실거주를 하지 않을 경우 있을 손해배상 청구를 피하기 위해서다.

임차인 보호를 위해 도입된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집을 사더라도 새 집주인이 입주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원집주인이 ‘하루살이’를 하는 방법이 등장했다. 기존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면 주택 팔고사기가 어려워지자 편법이 등장한 것이다.

1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7월 30일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도입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집주인이 바뀌더라도 기존 임차인이 계약만료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기간에 계약갱신 요구가 가능하다.

다만 임대인(직계존속, 직계비속 포함)이 임차인에게 직접 거주 필요성을 계약만료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기간에 통보하면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할 수 없게 했다. 대신 임대인의 직접 거주 사유가 허위인 경우에는 개정 법률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 할 수 있도록 임차인을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A씨는 이 부분을 파고들어 하루만 전입신고를 하고 매수자와 매매계약을 완료하겠다는 것이다.

공인중개사들은 이 같은 방법이 새 집주인이 원주인과 임대차 계약 만료 6개월 이전에 등기이전을 마치고 ‘실거주 목적’으로 계약을 해소하는 것보다 현실적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보통 1주택자의 경우 전에 살던 집을 팔면서 들어온 돈을 새로 입주할 집주인에게 송금한다. 전세로 살고 있었다면 집을 비워주고 원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받아 보낸다. 대부분 이러한 날짜를 맞춰 입주 당일 잔금을 치른다. 결국 6개월 전에 등기이전을 마치고 입주 전까지 살 곳을 찾거나, 이전 집에 살면서 매수하려는 아파트값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아 현실적으로 부담이 큰 방법이다. ‘하루살이’ 방법은 이러한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앞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주택매매과정에서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매수자의 실거주가 불가능하다는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에 대해 "현재 법으로는 (새 집주인의 거주가) 안 된다"고 답했다.

김 장관은 이어 "기존 주택 거래도 임차인이 살고 있는 경우 거주기간(2년)을 보장하고 집주인이 들어가는 것으로 계약이 이루어진다"며 "이제는 임차인이 살 수 있는 기간이 2년에서 4년으로 늘어났다는 것을 전제로 매매거래가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장관은 "추가 입법은 없으며 보도자료를 통해 설명하겠다"며 "이와 같은 분쟁사안에 대해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또는 소송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발언했다.

김 장관의 말을 종합해보면 계약갱신청구권이 개정되거나 법으로 ‘새 매수인의 실거주’가 보장될 가능성은 적다고 풀이될 수 있다.

한 공인중개사는 "새 매수인이 세입자가 있는 집에 바로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라 이런 편법이 나오게 된 것"이라며 "법 개정을 통해 제3자 실거주 목적도 인정을 해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에너지경제신문 권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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