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여영래 기자

eewn@chol.com

여영래 기자기자 기사모음




세계 4대 오일허브 구축사업 ‘박차’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4.03.13 19:23

산업부, 지난 12일 무역투자진흥회의서 종합추진대책 발표

정부가 우리나라를 미국, 유럽, 싱가포르와 더불어 세계 4대 오일허브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에 본격 착수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2일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제5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에너지 분야의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동북아오일허브 추진 대책’을 발표했다.

2020년까지 총 2조원의 민간자본을 투입해 울산과 여수에 3660만 배럴 규모의 석유탱크터미널을 건설하고, 정부비축시설의 민간대여 확대(약 2000만 배럴)해 총 5220만 배럴인 싱가포르를 넘어서는 저장시설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해외 유수 석유트레이더 적극 유치…저장시설 5660만 배럴로 대폭 확대

정부는 우선 해외 유수 석유트레이더들을 유치하기 위한 다양한 당근책을 제시했다.

해외 석유트레이더가 국내에 법인을 설립할 때 첫 5년간 10∼22%의 법인세를 면제하고, 이후 2년간은 50% 감면해주기로 했다.

이를 위해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석대법)에 정제업·수출입업·판매업 외에 석유트레이딩업 관련 규정도 신설된다.

현재는 석유트레이딩업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어 이 사업을 하려면 석유수출입업 등록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최소 5000㎘의 저장시설을 보유해야 하기 때문에 트레이더 유치의 걸림돌이 돼왔다.

해외 트레이더 유치와 별도로 글로벌 상품트레이딩 전문과정을 마련해 자격증을 부여하는 등 국내 트레이딩 전문인력 양성에도 힘을 쏟기로 했다. 원유·석유제품의 복잡한 세금 징수·환급체계도 단순화한다.

현재는 원유를 수입할 때 관세와 수입부과금을 징수하고 이를 석유제품으로 정제해 수출할 때 징수된 세금을 돌려준다. 복잡한 방식만큼 행정·금융비용도 크다.

하지만 개선된 안은 수입할 때는 일절 세금을 징수하지 않고 원유를 정제한 뒤 내수용으로 사용되는 석유제품에만 관세·수입부과금·유류세 등을 일괄 징수하도록 했다. 따라서 절감되는 행정·금융비용이 연간 1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산업부는 추산했다.

이번 대책에는 석유를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석유류·파생상품 트레이딩 사업에 대해서는 외국환거래 신고 의무를 완화하는 내용의 금융지원 방안도 포함됐다.

이와 함께 정부는 2000만 배럴 규모의 정부비축시설을 민간에 대여해 전체 저장시설 규모를 확대해 전체 저장시설 규모가 5660만 배럴로 늘어나 싱가포르(5220만 배럴)를 넘어서는 저장시설을 확보할 계획이다.

◆천혜의 항만조건…유치 가능 석유물동량 연간 4억5000만 배럴 달해

산업부는 동북아 석유시장 성장 속도와 우리나라의 유리한 입지 조건을 고려하면 동북아오일허브가 장밋빛 청사진만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현재 세계적으로 미국 걸프만, 유럽(암스테르담·로테르담·엔트워프), 싱가포르 등이 3대 오일허브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한반도와 더불어 중국·일본·러시아 등이 속한 동북아의 급증하는 석유 수요를 고려하면 싱가포르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2011년 기준으로 한·중·일 3국의 석유 수요는 하루 1억6300만 배럴로 아시아 수요의 84.8%, 세계 전체의 19%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가 이미 지난 2008년부터 동북아오일허브 구축사업을 추진한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세계 유수의 컨설팅업체인 보스턴컨설팅그룹은 동북아 새로운 오일허브 후보지로 중국, 일본이 아닌 한국을 꼽았다. 동북아 중심에 놓인 지정학적 위치 등 제반 여건이 훨씬 뛰어나다는 것이다.

정부의 ‘한·중·일 오일허브 입지여건 비교’ 자료를 보면 한국은 운임·정제비·항만비 등이 이들 주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10위권의 정유공장을 3개나 보유한 것도 장점이다. 한국의 단위 공장당 일일 정제능력은 60만8000 배럴로 일본(16만7000배럴)의 3.6배에 이른다.

여기에 더해 비교적 깊은 수심 등 천혜의 항만 조건을 갖춘 것도 한국에 유리한 요인이다.

중국은 얕은 항만 수심, 안개·결빙 등으로 연 50일에 이르는 휴항 일수, 약한 정제능력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으며, 일본은 지진 등 잦은 자연재해와 높은 항만물류비 등이 약점이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탱크터미널 업체 ‘보팍사’를 비롯해 중국 유수 석유사들이 울산과 여수 저장시설 건설에 투자한 것도 한국의 이런 발전 가능성을 내다봤기 때문이다.

한국이 동북아오일허브를 구축할 경우 유치 가능한 석유 물동량은 연간 최대 4억5000만 배럴로 싱가포르(5억2천만 배럴)에 근접하게 된다.

이와 관련 산업부 관계자는 “오일허브가 완성되면 단기적으로 3조6000억원, 장기적으로는 60조원 규모의 경제적 파급 효과와 함께 연 250억 달러 이상의 석유제품 수출 증대 효과가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朴 대통령 “동북아오일허브, 창조경제 선도사업” 강조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2일 정부가 추진중인 ‘동북아오일허브 사업’에 대해 “창조경제의 선도사업인 동시에 지역발전과 국가발전이 선순환하고 지역주민의 행복이 국민행복으로 이어지는 대표사업으로 발전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제5차 무역투자진흥회의 및 지역발전위원회 연석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은 국가 정책인 동시에 지역발전 정책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면서 “우리나라 석유산업은 대부분을 수입하는 불리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 2위를 다툴 정도로 세계 최고수준으로 성장해왔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어 “동북아오일허브 사업은 이 석유산업에 물류·가공·금융과 같은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을 결합하고, 울산과 여수가 갖고 있는 천혜의 항만 조건과 석유화학 클러스터 등의 장점을 최대한 살림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와 에너지 산업의 창조경제 실현에 새로운 길을 열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오일허브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자체·지역경제단체· 지역주민 등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규제완화·인프라 조성·인센티브 제공 등 필요한 사항을 하나하나 풀어 나아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