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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中, 의장국 지위 이용 표준 제정 ‘움직임’
우리나라, 협회 중심만으론 ‘역부족’
소극적 마케팅·EV용 전용 개선 돼야
우리 ESS 사업에 좀처럼 힘이 붙지 않는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현대중공업 등 주요 대기업이 포진돼 있고 잔뼈 굵은 중소기업들이 뒷받침돼 있는데 실적이 신통치 않다. 일각에서는 ESS산업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주도 기업의 소극적인 마케팅 ▲기업도 官도 아닌 협회 중심의 보급사업 ▲EV용 전지생산시설 전용을 꼽고 있다 |
●LG화학이 선두, 삼성SDI는 현지기업 통해 진출
ESS사업 중 가장 앞서 나가는 기업은 LG화학이다. 블룸버그의 분석에 따르면 LG화학은 ESS 분야 매출 1위 기업이다. LG화학 측에 따르면 2013년 매출은 6000억원으로 ESS 양산시점인 2009년에 비해 10배 성장했다. 1630명으로 7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허출원의 경우 LG화학이 ESS용 리튬이온 배터리 출원건수의 41%, ESS용 BMS 출원건수의 34%를 차지해 전체 출원건수 1위를 차지했다. 삼성SDI의 경우 수출대상국 회사와 공동진출이 많다.
2011년 일본 니치콘과 가정용 ESS 독점 공급계약을 체결 후 공급 중이다. 작년 6월에는 獨 KACO와 ESS 공급과 R&D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고 최근에는 Younicos와 공동으로 독일 전력업체인 WEMAG에 10MWh급 ESS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4월에는 이탈리아 최대 전력회사인 ENEL에 1MWh급 ESS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시장에는 XP(Xtreme Power)와 공동으로 텍사스 스마트그리드 프로젝트에 리튬이온 전지 기반 1MWh급 ESS를 공급한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SDI가 독자 브랜드를 내세우지 않는다고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삼성SDI의 이러한 전략은 비단 전지 부문에 국한된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대기업 특유의 공격적 마케팅 역량에 비춰봤을 때 소극적인 것이 아니냐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LG화학의 경우 2010년 미국 남가주 전력회사 SCE에 가정용 ESS배터리를 납품한바 있고 2011년 스위스 ABB와 메가와트급 ESS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2012년에는 獨IBS솔라와 태양광발전용 ESS 사업협력 MOU를 체결했으며 올해 5월 SCE의 북미 최대 ESS 실증사업에 신재생 에너지 전력안정화용 ESS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7월에는 獨SMA의 차세대 가정용 태양광 ESS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8월에는 일본 최대 이동통신사인 소프트뱅크 모바일에 기지국용 무정전 전원 장치 리튬이온 배터리 모듈 공급 계약을 발표했다. 이렇게 같은 수출이라도 LG화학과 삼성SDI의 전략은 차이점이 있다.
●ESS 백년대계 국제표준 추진 협회만으로 역부족
ESS가 쉽게 뻗어나가지 못한 이유는 국제표준이 제정 중인데가 표준작업도 관이 아닌 협회가 중심이 된 점도 작용한다. 현재 ESS 국제표준화 작업은 전세계 7개 국가의 각축장이다. 자기네 기술이 조금이라도 우위를 차지하도록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 현실이다.단적으로 국제표준화기구(ISO)의 차기 의장국은 중국이며 국제전기표준회의(IEC)의 차기 의장국은 일본이다. 중국과 일본이 의장국이 되고자 함은 의장이 지닌 선임권을 활용해 자국의 기술에 유리한 표준을 제정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ESS 표준화 작업또한 총력전의 양상을 띌 수밖에 없다. 선진국의 경우 중앙정부나 지원을 받는 민간협회가 국제표준화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전지산업협회를 중심으로 국제표준화 작업에 뛰어들었으나 아직까지 전지산업협회의 규모를 볼 때 얼마만큼 힘있게 추진해 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최근 산업부는 지식산업표준국 주도로 R&D기획단계에서부터 국제표준을 염두해두고 기획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은 신재생에너지분야에 국한돼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 전지산업협회는 작년 5월 협회 박상진 삼성SDI 사장과 산업부(당시 지경부) 에너지절약추진단장을 공동 위원장으로 ‘대용량 전력저장장치 보급촉진위원회’를 발족했고 두달뒤 ‘대용량 전력저장장치 보급촉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올해 8월 발표된 산업부의 ‘창조경제시대의 ICT기반 에너지 수요관리 신시장 창출방안’에도 전지산업협회의 공이 크다는 평가도 있다. 당시 상근부회장을 맡은 최갑홍 현 KTC 원장이 작성한 사업계획서는 이미 협회 수준을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전지산업협회는 이번 달 초 에너지저장장치(ESS) 보급을 촉진하고 ICT기반 에너지 수요관리 신시장 창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에너지관리공단과 맺었고 지난 22일에는 ESS 시험평가인증을 위해 자동차부품연구원, 산업기술시험원과 MOU를 체결했다. 전지산업협회의 활동은 중앙정부에 뚜렷한 이차전지 전담부서가 없고 대기업들마저 사업에 미적이는 상황에서 주목받을 수 밖에 없다.
●EV용 이차전지의 ESS 전용 가능할까?
EV용 이차전지와 ESS용은 분명 다르다. EV용은 순간출력과 안정성이 우선시 된다. 자동차가 발진할 때 힘이 필요하고 변화무쌍한 도로를 달리기 때문에 안정성이 중요하다. 또 충전시간도 상대적으로 짧아야 된다. 하지만 ESS는 전력을 많이, 오래 보관하면 최고다. 요컨대 에너지밀도가 높아야 된다. 충전시간은 별무상관이다.이러한 차이가 있는데도 LG화학, 삼성SDI는 공히 EV용 이차전지를 기반으로 ESS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삼성SDI는 작년 보쉬와 결별 후 본격적으로 EV용 이차전지를 출시하고 있다.
SB리모티브가 전신으로 결별하며 콘티넨탈 등 보쉬의 고객을 빼낸바 있다. ESS 사업도 같이 하고 있지만 한때 “한해 200억원씩 손해보다가 2011년 日니치콘 1000억원 계약으로 겨우 숨텄다”는 등 무성한 소문에 시달렸다. 삼성SDI는 스마트폰, 노트북용 컴퓨터용 이차전지를 공급한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의 성세에 힘입어 IT용 이차전지 1위 기업의 명성을 고수하고 있다. IT용 이차전지의 활황을 기반으로 EV와 ESS 시장에 뛰어들어섰기 때문에 ESS 사업에 적극적이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평을 듣는다.
하지만 박상진 삼성SDI 사장은 지난 10월 열린 인터배터리 컨퍼런스에서 “2020년 경 이차전지 산업이 디스플레이산업을 추월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하며 세몰이에 나섰다. 프리젠테이션에는 IT용 이차전지를 비롯해 EV와 ESS가 특정돼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관심사는 ESS보다 IT와 EV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 세간의 평이다.단적인 예로 LG화학에 대항에 내놓은 전고체전지와 굽은 이차전지가 모두 EV와 IT용을 염두해 뒀다고 볼 수 있다.
전고체전지는 전해질이 고체로 안정성이 요구되는 EV에 적합하며 굽은 이차전지 역시 곧 출시될 휘어진 스마트폰을 겨냥한 것이었다. LG화학또한 EV를 기반으로 ESS사업에 진출했다. LG화학 관계자는 EV용 배터리를 기반으로 고객이 요구에 맞게 양극재나 음극재의 성분을 조정해 ESS용을 만들어낸다고 전했다. 사실 EV용으로 ESS 사업을 하는 이유는 아직 ESS의 표준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표준이 없기 때문에 고객의 요구가 제각각일 수밖에 없고 라인 1개당 전지 1개 모델이 나오는 현실을 감안할 때 미래 수요예측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무한정 라인증설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EV에 기반을 둘 수 밖에 없다는 이유다. 아무튼 LG화학은 2004년 미국 에너지부-GM-포드-크라이슬러와 함께한 460만달러 규모의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했고 현대 아반테 하이브리드, 소나타 하이브리드, 쉐보레 볼트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또 2010년에는 포드, 볼보, 르노, 中 장안기차 등과 장기공급계약을 맺었으며 2011년에는 충북 오창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준공했다.
이렇게 업력을 쌓은 LG화학이 EV를 기반으로 ESS사업에 진출하는 일은 자연스럽게 보인다. LG화학은 2013 인터배터리에서 쌓고, 휘고, 감는 이차전지를 선뵀는데 쌓는 즉 적층구조의 이차전지는 ESS가 차지하는 공간을 줄이고 에너지밀도를 높이는 것이기 때문에 ESS 산업에 도움되는 이차전지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양사가 언제까지 EV를 기반으로 ESS 산업을 진행할지, 그리고 누가 첫 ESS 전용라인을 확충할지가 ESS 대회전의 관전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 ESS 제조사 또 어디?
SK이노베이션, 실증단계 ·현대중공업, 사업 준비중
ESS용 이차전지 시장에 뛰어든 대기업은 삼성SDI와 LG화학만이 아니다. SK이노베이션과 현대중공업도 괄목대상이다. SK이노베이션도 ESS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다만 실증단계에 머물고 있다. 제주도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 Smart Place와 Smart Renewable 분야에 가정용 3kWh, 5kWh ESS, 빌딩용 150kWh ESS와 신재생에너지 발전용 855kWh ESS를 공급하며 신재생에너지 연계 배터리 보급 확대 모델을 구축했다.특히, 풍력발전기와 ESS를 결합을 통한 신재생에너지원 보급 확대 모델을 구축하고, 전력품질 향상과 전력 계통 안정화를 통한 에너지 최적화 실현을 모색 중이다.
또 MWh급 대용량 ESS를 전력계통 수급조절용으로 적용하는 국책사업에 참여해 미국, 유럽 등 해외 전력시장 수출형 ESS 모델개발과 트랙레코드를 확보할 계획이다.앞으로 SK이노베이션은 리튬이온배터리를 기반으로 EV Battery와 ESS사업에 집중하고, 200MWh 규모의 서산배터리공장을 발판 삼아 전기자동차에서 에너지저장장치까지 사업역량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아울러, 2018년 상업화를 목표로 차세대 신형전지(NaX) 기술 개발에 추진하고 있어, 향후 ESS 사업의 선두주자로 나간다는 목표다.
한편 현대중공업도 ESS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일단 셀은 중소기업의 셀을 사용하고 BMS와 결합한 반제품을 대기업에 납품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삼성SDI 출신 임원을 영입했다는 후문이다. ESS와 EV 비중을 반반씩 둘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