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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핵융합이 열어갈 에너지의 미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3.09.25 11:56
쉐일 오일과 가스의 개발에 따라 유예가 생겼다고는 하나 화석연료는 수백 년 이내에 고갈이 예상되고 있고, 화석연료의 연소는 온실가스를 산출하는 문제가 있다. 장기적 에너지 자원의 해결이 커다란 문제이다. 핵융합은 문제 해결의 강력한 후보이다.

핵분열이 우라늄 같은 무거운 원소가 쪼개지면서 에너지를 내는 반응인데 비해 핵융합은 수소 같은 가벼운 원소들이 합쳐지면서 에너지를 내는 반응이다. 태양을 비롯한 항성들의 빛과 열에너지는 핵융합에 비롯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구상에서 일으키려는 핵융합은 우선 수소의 동위원소인 중수소(D)와 삼중수소(T)를 연료로 사용하는 것이다.

1 g의 D-T 연료로 핵융합을 일으키면 석유 8 t에 해당하는 열을 발생하게 된다. 자연 상태에서 중수소는 수소의 6,700분의 1에 해당하는 양이 존재한다. 물 분자 하나에 수소가 둘 들어있고 막대한 바닷물의 양을 생각하면 그 자원은 거의 무궁하다 볼 수 있다. 삼중수소는 전지에도 사용되는 리튬에 중성자를 흡수시키면 만들어진다. 이 역시 바닷물 속에 존재하는 양이 2300억 t 정도로 추정된다.

앞으로 기술이 더욱 발달하면 중수소만으로도 핵융합이 가능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인류가 현재와 같이 에너지를 써대어도 수 억 년 이상 사용 가능한 자원이 존재하는 것이다. 핵융합은 탄산가스 등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산물을 생성하지 않는다. 또한 대량의 연료가 원자로 내에 존재하는 핵분열과 달리 폭발의 위험성도 없으며 분열 생성물 같은 수명이 긴 방사성 물질을 산출하지도 않는다. 한마디로 꿈의 에너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려면 수소가 지니고 있는 양성자들 사이의 막대한 반발력을 이길 만큼 큰 에너지를 가지고 원소들이 충돌해야 한다. 그래서 1억 도 이상으로 연료를 가열해야 한다. 이것이 핵융합반응을 어렵게 만드는 장벽이다. 이렇게 높은 온도에서는 연료는 주위의 전자가 떨어져 나가고 벌거벗은 핵의 상태로 된다. 우리는 전자와 핵이 뒤섞인 이런 상태를 플라즈마라 부른다.

다행히 전기적 특성을 가진 플라즈마는 자장을 따라 운동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이런 성질을 적절히 이용하면 플라즈마를 일정한 영역에 가두어 둘 수 있다. 최근의 핵융합 연구는 이런 방식의 자장구속형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의 KSTAR 핵융합 장치도 초전도자석을 써서 자장을 만드는 핵융합장치로 2008년 플라즈마를 발생시킨 이후 세계의 선두를 달리는 연구를 이루고 있다.

국제적으로 오랜 연구에 의해 이미 연료 가열에 쓰인 만큼의 에너지가 핵융합에서 얻어지는 성과를 이루었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곱 주체(EC,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 인도)가 공동으로 가열에너지의 10배에 해당하는 열이 발생하는 장치를 만들고 있다. 이것이 프랑스 카다라쉐에 건설중인 ITER 장치로 원래 2017년 완공 예정이었던 것이 참가국들의 나빠진 경제사정 등으로 2년 정도 늦춰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ITER의 건설과정에서 KSTAR를 성공적으로 건설한 경험을 바탕으로 많은 부분의 부품을 공급하고 있고, 당초 다른 나라에 주어진 몫의 조달도 담당하고 있다. ITER가 완공되고 고온에서 플라즈마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생산된 열을 효율적으로 회수하는데 필요한 실험을 수행한 이후에는 실제 상업발전 규모에 해당하는 가열에너지의 30배 이상의 열 생산이 가능한 장치를 건설해 장기 운전에 대한 실증실험을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장치를 상용로 실증을 위한 ‘데모’장치라 한다.

우리나라는 KSTAR와 ITER를 통해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데모 실증로K-DEMO의 2030년대 운영을 거쳐 2040년대에는 한국형 핵융합 발전소를 짓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에너지 문제가 심각한 중국은 2020년 정도에 자신들의 데모장치인 CFETR이란 장치의 건설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져 있고, 거의 모든 ITER 참가국들은 2030년대에는 데모장치를 운영할 예정이다.

이러한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대두되고 있는 기술적 문제들이 성공적으로 해결된다면 꿈의 에너지인 핵융합에 의한 발전이 실현돼 인류의 에너지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국민적 후원, 국제적인 협력에 더해 정부의 법, 제도, 재정적 뒷받침과 더불어 관련 과학기술자와 유관 산업체의 커다란 노력이 요구된다 하겠다. 사회 모든 분야에서 괄목한 만한 성장을 이룩해온 우리 국민의 저력을 살려 핵융합 분야에서의 선구적 역할을 다시 이룩할 것을 기대하며 관계자 여러분의 분발과 건투를 바라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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