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계 환경단체 등 반핵 여론 거세…추진 ‘진통’ 예상
[에너지경제 변종철 기자] 경북 영덕과 강원 삼척이 신규 원자력 발전소 건설 예정구역으로 최종 확정됐다. 이에 따라 양 지역은 앞으로 전력수급 기본계획 반영, 세부 지질조사와 원자로 설치 위치판정, 환경영향평가 등 남은 절차에서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각각 4기씩 총 8기의 원자력발전소 건설이 추진된다. 하지만 환경단체 등의 반핵 여론이 거세 원전 건설까지의 상당한 진통도 예상된다.
지식경제부(장관 홍석우)는 14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 일대와 강원 삼척시 근덕면 일대를 각각 천지, 대진 신규 원자력 발전소 건설 예정구역으로 최종 확정 고시(지식경제부 고시 2012-216, 217호)했다.
이 지역들은 지난해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사장 김균섭)에서 신규 원전 건설 후보지로 선정한 곳이다. 특히 삼척시의 경우 국내 원전건설 역사상 처음으로 원전 자율유치신청서를 제출한 곳이기도 하다.
한수원은 영덕군 영덕읍 석리·노물리·매정리와 축산면 경정리 일대 324만2332㎡(약 100만평)에, 그리고 삼척시 근덕면 부남리·동막리 일원 317만8292㎡(약 96만1000평)에 각각 1500MW급 가압경수로형(PWR) 원자로 4기 이상을 설치할 예정이다. 하지만 착공시기는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따라 추후 결정될 것으로 보여, 구체적 윤곽은 올 연말로 예정돼 있는 제6차 국가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정부는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영덕군과 삼척시에 특별지원금 3000억원을 지원하고, 기본지원금과 사업자 지원금, 지역개발세 납부 등의 혜택도 부여한다. 이들 지역에는 한수원 지역 사무소와 원전건설에 필요한 주거·편의시설, 식당가 등이 조성된다.
영덕군과 삼척시는 이르면 내달부터 신규 원전 건설 편입부지에 대한 토지보상이 시작될 것으로 내다보고, 원자력발전소 건설 지원을 위한 전담부서를 설치하기 위해 중앙부처와 협의 중에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이번 신규 원전 예정구역 지정은 2008년 8월 수립한 제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따라 원전 신규 부지를 적기에 확보함으로써 안정적인 전력공급에 만전을 기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2008년 8월 제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지난 2006년 기준 26%인 원전 설비기준 비중을 2030년까지 41%로 확대키로 했다. 이번 신규 부지 고시 역시 기존 계획의 기조를 이어가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번 신규 원전 부지 확정 고시와 관련 지자체와 환경단체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또 이같은 움직임은 정계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21세기 복합에너지 거점도시로의 도약을 꿈꾸는 삼척시의 경우 신규 원자력 발전소 건설로 지역주민의 고용창출은 물론 지역경기 활성화, 인구증가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약 6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원전 운영에 따른 지원금과 지방세수 증가분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시는 이 재원으로 농·산·어촌 소득증대, 주민복지증진, 지역균형개발 등에 집중 투자해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은 물론 획기적인 지역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스마트 원자로 실증단지와 제2원자력연구원 유치도 탄력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영덕군 역시 원전 건설을 계기로 에너지 관련 기업을 유치하는 등 새로운 영덕의 비전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영덕군은 신규원전 건설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협조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원자력발전의 위험성을 우려한 지역 환경단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삼척시의 환경단체는 김대수 삼척시장에 대한 주민소환투표를 추진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반대 입장 역시 걸림돌이다.
‘삼척 핵발전소반대투쟁위’는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기습적인 예정구역 고시를 즉각 철회하라”며 강력 대응을 천명키도 했다.
영덕군 역시 상황이 이와 다르지 않다. 포항환경운동연합, 환경연, 영덕핵발전소유치백지화투쟁위원회 등은 14일 “신규 원전 건설계획을 즉시 백지화”하라며 “단 1기의 원전 건설도 허용치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계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민주통합당 의원 및 아이들에게 핵없는 세상을 위한 국회의원 연구모임 소속 의원들(강동원, 김제남, 노영민, 노회찬, 박완주, 박원석, 부좌현, 서기호, 심상정, 전순옥, 전정희, 정진후, 조경태, 오영식, 우윤근, 이원욱, 홍의락(가나다순))은 14일 성명서를 통해 신규 원전 건설 추진을 중단할 것과 기존 핵발전 중심의 전력정책 대신 지속가능한 국가 장기 에너지 수급계획 수립을 촉구했다.
의원들은 “이번 대선에 나서는 많은 대통령 후보들이 기존 이명박 정부의 핵발전 중심의 전력정책에 문제의식을 갖고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전력수급기본계획 등 정책 수정을 논의하는 가운데 이러한 지역주민들의 문제제기와 정치권의 문제의식을 무시하고 정권말기에 지정 고시를 밀어붙이는 것은 경솔하고 부적절한 처사”라고 지적하며, 이에 대한 유감을 표시했다.
덧붙여 의원들은 “이 땅에서 살아갈 우리 후손들에게 보다 안전한 세상, 보다 깨끗한 세상을 물려주는 일은 제19대 국회의원들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이라며 “세계 탈핵 흐름, 지역주민의 반대 여론, 핵없는 사회를 열망하는 국민여론을 반영해 핵발전 위주의 정책을 사회적 합의를 거쳐 탈핵 위주의 에너지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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