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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 A 기술본부장 등 복구시한 못 지키면 사퇴 ‘배수진’
직원 4명 제어시스템 꺼내려 80도 넘는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성능복구단과 시공팀 컵라면 먹으며 50여일 사투
사상 초유의 발전소 화재와 낙반 사고로 가동을 중단한 보령화력 1·2호기(2호기는 정비중)의 발전기가 힘차게 돌며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언제 멈췄냐는 듯,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렇게 발전의 굉음을 토해내고 있다. 그러나 모르는 게 있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보령화력 8기의 발전설비가 일거에 발전을 중단했을지도 모르고, 조금만 늦었더라면, 사고가 난 2기의 설비가 쓸모없는 고철덩어리로 전락해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중부발전 보령화력 성능복구단 47인. 그들은 해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며 고개를 젓던 일을, 그들은 머리로, 손으로, 발로 그리고 가슴으로 지켜냈다. 거기에 땀이 있었다. 피도 있었다. 땀과 피가 뒤섞여 기적을 일궈냈다. 더하고 뺄 것 없는 사실 그대로의 기적 하나가 보령화력에 발현한 것이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100일의 신화’라고, 중부발전 역사에서 마지막이 되어야 할......
본지가 단독 취재한 ‘100일의 신화’, 도대체 지난 100일 동안 보령화력에선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2012년 3월 15일 22시 35분. 보령화력에 비상이 걸렸다. 500만kW급 보령화력 1호기 지하 케이블 룸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겹겹이 쌓인 케이블이 오랜 눌림으로 약해져 피복에 스파크가 일면서 불이 난 것이다. 불은 삽시간에 케이블 룸을 태워 들어갔다. 시커먼 연기가 칠흑 같은 어둠 사이로 뭉게구름처럼 피어올랐다.
상탄설비와 하역설비 등 석탄취급설비가 위치한 현장은 전원이 모두 끊겨 순식간에 암흑천지로 변했다. 화재로 1·2호기 전기실이 기능을 잃어 전기공급이 차단됐기 때문이었다. 1·2호기에는 기력(석탄화력)시설 가운데 중요 전원이 많이 연결돼 있어서 이곳이 기능을 잃으면 전체 발전시설에 치명적이라는 사실은 보령화력 직원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상탄 하역설비도 그 가운데 하나. 화재로 정지된 1호기, 정비 중이던 2호기와 5호기 외에 다른 발전기까지 수 시간 내에 정지될 수 있는 위기 상황이었다.
사일로(유연탄을 저장하는 설비)에 상탄된 것으로는 최대 6시간 정도밖에 버티지 못하기 때문에 서둘러 출력을 감발했다. 6시간 내에 복구하지 못하면 보령화력 전 발전기가 올 스톱될 처지에 놓였다. 그 때 한 차장이 아이디어를 냈다. 4·5호기 탈황설비에서 임시전원을 끌어오자는 것. 10여 년 전 사용 전원을 이중화한 것을 기억해 낸 것이다. 정상적인 방법은 아니지만 위기를 막을 유일한 길이었다.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케이블 포설경로도 확보했다. 그러나 정작 케이블이 없었다. 급히 수소문해 설비 개선공사 때 사용하고 남은 케이블을 급히 가져와 피복을 벗겨 연결한 후 바로 4·5호기 탈황설비 전기실에서 전원을 역으로 가압해 석탄취급설비에 공급했다. 전기가 들어왔다. 성공이었다.
화재가 난지 4시간 만인 16일 03시 30분, 상탄설비가 정상화됐다. 1,2,5호기를 제외한 모든 발전기가 제 출력으로 전기를 생산해 보령화력 직원들은 긴 한 숨을 내쉬며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하역설비도 그날 저녁 정상화됐다. 2012년 3월 16일 04시경. 불이 난 보령화력 1호기 주 제어실은 더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완전 무장을 한 소방관 수십여 명이 연신 제어실로 물을 쏟아 붓고 있었다. 주 제어실에선 시커먼 연기가 계속 피어올랐다. 다행히 불길이 잡혔다. 아니 잡힌 것처럼 보였다. 케이블은 속으로 계속 타들어 갔지만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불길이 잡히자 안이 걱정됐다. (16일 오전에야 잔불까지 진화됐다)
“EWS!”. 한 직원이 나지막이 부르짖었다. EWS(Engineering Work Station)는 주 제어실의 핵심 제어설비로, 사람으로 치면 두뇌에 해당한다. 만일 이 장치가 손상됐으면 올해 안으로 복구하는 건 불가능하다. 다른 직원들도 동요했다. 다른 것도 그렇지만 이것만은 온전해야 했다. 이게 손상되면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이심전심. 시간이 없었다. 불길이 잡혔다고는 하지만 안의 상황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더 지체하다가는 소실은 불가피했다. 그 때 한 직원이 나섰다.
“(EWS)는 어찌됐든 가져와야죠!”. 다른 한 직원도 고개를 끄덕였다. 곁에 있던 두 명의 직원도 동조했다. 안으로 들어가겠다는 것이었다.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라 간부들도 머뭇거렸다. 대답을 안 나오자 그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소방관들은 만류했다. 생명이 달린 문제였다. 그러나 누구의 입도 열리지 않았다.
그들은 소방관의 옷을 빌려 입고 연기를 헤치며 제어동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거의 80도에 가까운 열기로 땀이 비 오듯 쏟아져 내렸다. 앞도 분간하기 어려웠다. 뿌연 연기 사이로 컴퓨터 2대 크기의 제어장치가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다행히 약간의 그을음만 보일 뿐 이상은 없어 보였다. 조심스럽게 장치를 분리하고 몸으로 감싸 안고 밖으로 내달렸다. 연기로 숨이 콱콱 막혔다. 숨통이 조여 왔다. 보령화력 1호기 성능복구단 김연광 팀장은 “비록 제 손바닥 보듯 한 시설에다 불과 수십 미터 거리였지만 기다리던 사람들에게는 5일 같이 느껴졌던 시간”이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EWS를 구하고(?)나니 터빈과 보일러가 걱정됐다. 제어동에서 시작된 불이 수직으로 배치된 터빈과 보일러로 옮겨 붙는 날이면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발전설비의 핵심인 보일러와 터빈이 열에 휜다면 그야말로 끝장이었다. 복구는 불가능하다. 모두 들어내 다시 짓는 게 오히려 빠르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상상만으로도 몸서리가 쳐지는 일이었다.
“천운이었습니다. 그 열기 속에서도 직원들의 사투 덕분에 터빈과 보일러 등 핵심 기기는 무사했어요. 고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고...물론 감이 왔어요. 전기 밥 30여년 괜히 먹었겠습니까? 지금 생각하면 제정신이 아니었죠. 자재와 부품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중부발전 A 기술본부장의 후일담이다. 3월 16일 오전 10시, 현장지휘본부가 개소됐다. 이틀 후인 18일 협력기업 대표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복구대책회의가 열렸다. 최단기간 복구, 이견이 없었다. 19일, 드디어 6개팀 47명으로 성능복구단이 발족했다. 불에 타고 물에 젖은 트레이와 케이블을 철거하는 작업부터 시작됐다. 400여명이 투입됐다. 밤과 낮이 따로 없었다.
3월 20일, A 본부장은 발전처 실무자와 지경부에 들어갔다. 그 자리에서 A 본부장은 6월까지 복구하겠다고 말했다. 보고를 받은 지경부 고위 관계자는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거냐?”고 물었다. A 본부장은 결심한 듯 비장의 카드를 던졌다. “시한을 넘기면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습니다”. 구두 사표를 낸 것이다. 이 관계자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조건 해내야 했어요. 또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본부장도 직원들의 눈빛을 보고 가능하다고 느낀 것 같습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였구요”. J 안전운영팀장의 말이다.
큰 소리는 쳤지만 주어진 시간은 3개월여. 불가능해 보였다. 자재가 있어도 물리적으로 도저히 맞출 수 없는 한계였다. 우선 자재부터 점검했다. A 본부장은 기자재와 시공 등에서 국내외 50여 개 사 자재공급과 시공사 대표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따지고 잴 시간이 없었다. 모든 자재는 수의계약으로 사들였다. 심지어 수출 대기 중인 자재까지 끌어왔다. 제시한 기한까지 복구해야 부족한 전력을 충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돌관 작업은 너무도 당연했다. 그렇게 50여일 채워졌다. 복구단 내에는 야전침대가 놓였고, 늘 누군가 자리를 지켰다. 컵라면이 수북이 쌓여갔다. 직원들머리 속엔 기한 내 복구 외엔 아무 생각도 없었다.
제어팀 전산담당 직원은 친가가 화재로 전소됐어도 집에 가지 않았다. 복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한 달 후에야 다녀올 정도였다. 특히 와병 중이던 선도전기(고압차단기반 공급업체) 전경호 회장은 죽음을 예감하고 한 측근에서 “직원들이 문상 오다보면 공기 못 맞춘다. 내가 죽어도 절대 알리지 마라”고 신신당부 했다. 이 말은 복구단은 물론이고 참여사 관계자들의 가슴을 붉게 적셨다. 전 회장은 일주일 후인 5월 12일 숨을 거뒀다. 선도전기는 전 회장의 유지대로 납기일을 하루 남긴 17일 정상 납품했다.
총 600억원, 연인원 4만여명이 투입된 복구작업은 지난 4일 2호기가 정상 출력을 내는 것으로 완료됐다. 1호기는 제시한 기한을 10일 앞당긴 6월 20일 정상가동에 들어갔고, 2호기 역시 보름이나 빨리 계통에 물렸다.
2012년 7월 4일. 보령화력 성능복구단 직원들이 한 곳에 모였다. 108일간의 힘든 여정을 끝내고 복구완료를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그들은 이를 ‘100일의 신화’라 했다. 두 번은 일어나서는 안 되는...
그러나, 과연 이것이 그들만의 신화일까?
▶무슨 공사, 어떻게
전체 210만m의 60%에 달하는 140만m의 트레이와 케이블이 교체됐다. 전기설비감시제어반(ECMS)와 전동기 제어반, 6.9kV 고압과 480V 저압 차단기, 주 제어설비(DCS)와 진동감시설비 등 제어설비, 고압차단기반 8반 142대, 저압차단기반 9반 84대, 전동기제어반 26반 766대, 비상전원공급반 20반 축전지 516대, 패널 수량 85면/호기, 케이블 수량 8000개/호기 등. 15개의 시공사와 40개의 기자재사가 참여했다. 특히 보령화력은 재발방지 차원에서 안전설비를 대폭 보강했다.
전선 전체를 난연성 케이블(FR-CV)로 바꿨고, 화염차단제도 보강했다. 아울러 제어동 지하 케이블 룸에 케이블 광 센서 감지기를 새로 설치했다. 또 주제어실 스위치기어 룸 내부에 고감도 공기 흡입형 감지기, 터빈동 3층 플로어에 화재 조기감지용 불꽃감지기 85세트, 통합방제실과 중앙제어실에 소화가스 시스템감시와 동작 기억장치, 제어동 2층 엑세스 플로어 내부에 주제어실 룸 내부 소화가스 히더, 제어동 지하 케이블 룸에 소화약제실 백업용 약제 및 물분무 수신기를 새로 설치했다. 여기에 케이블 관통부와 지하 케이블 룸에 지하 케이블 룸 감시카메라도 추가로 설치했다.
▶참여업체
시공사로는 아이스기술(전기), 코렘시스(건축), 진화이앤씨(소방) 등 15개사가 참여했다. 자재는 ABB코리아(전기설비감시제어반), 한국에머슨프로세스메니지먼트(주제어설비), 한국바이브로(진동감시설비), 두산중공업(발전기 자동전압조정기), 선도전기(고압차단기반), JS전선 연합케이블(케이블), 서창전기통신(전력량계반), STB(축전지설비), 원방엔지니어링(전동기제어반), 우신전기(고압케이블), 대한전선(고압케이블), 삼중산업(저압차단기반), 국제전기(직류 및 교류 제어전원설비), 도원기술(플레임 스케너 설비), 엔텍시스템(급전자동화설비용 원격소장치), 씨에스티씨(급전지령시스템), 유호전기공업(고장파급방지장치), 프로컴(폴트 리코더), KJ다이나텍(유중가스분석반), 현대중공업(GIB 부분방전 감시반) 등이다.
■ 보령화력 1·2호기 복구 일지
3월 15일 10시 35분 화재 발생
16일 현장지휘본부 개소
18일 복구대책회의(협력기업 참여)
19일 성능복구단 발족(6개팀 47명) 트레이 및 케이블 철거 개시
4월 15일 트레이 및 케이블 철거 완료
16일 트레이(1만1505m) 및 케이블(138만5000m) 설치 개시
30일 전기 및 제어설비 설치 개시
5월 20일 1호기 수전
30일 2호기 수전
6월 5일 전기 및 제어설비 설치 완료
6일 1호기 보일러 수압시험
10일 트레이(1만1505m) 및 케이블(138만5000m) 설치 완료
13일 1호기 최초 점화
20일 1호기 성능복구완료(정상가동)
22일 2호기 보일러 수압시험
27일 2호기 최초 점화
29일 2호기 최종 병입
7월 4일 2호기 계획예방정비공사 완료
5일 2호기 성능복구완료(정상가동)
■ 성능복구단 47인
▲단장(1명) 임락근
▲공정·시운전(7명) 최영일(실장) 이정환(차장) 김용덕(지부위원장) 임권순(대리) 권오석(대리) 오종민 전선옥
▲건축(5명) 정학희(팀장) 이형규(차장) 오창희(차장) 한수현 백승우
▲전기·기계(15명) 김연광(팀장) 최대진(차장) 박성만(차장) 홍원표(차장) 박영효(차장) 김해욱(대리) 김효수(대리) 황재찬(대리) 강성규(대리) 이대복(과장) 강동우(대리) 양시철 박경진 박상규 김동환
▲제어(13명) 임호윤(팀장) 박영춘(차장) 오금연(차장) 김만진 김경화 정현태 최주명 전석기 박유진 김규태 김동혁 김경래 신민철
▲경영지원(3명) 이정균(팀장) 서연석(차장) 남기배(차장)
▲기술지원(3명) 이달재(팀장) 이경환(차장) 강병연(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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