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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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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병태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2.01.18 12:39

원전지역 홍보관 재단이 맡는 게 합리적

‘The buck stops here.’.

천병태(千柄泰·70)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이 가슴 속에 품고 있는 경구다. 주지하듯 ‘원폭 투하’라는 인류 역사상 가장 처참하고 어려운 결정을 내렸던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 써놓은 글귀로, 의역하면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쯤 된다.

평소에도 가슴에 품고 있다는 이 경구를 되새긴 이유? 설명하면 오히려 사족(蛇足)이다. 일본 경도 대학 유학시절, 민간 반핵단체의 원전 관련 소송 문제를 검토하면서 원자력과 연을 맺은 천 이사장은 6년 동안 한국원자력법학회 회장과 초대 원자력안전위원회 민간위원과 원자력진흥위원회 위원을 맡으면서 거의 30여년을 원자력과 궤를 같이 해 왔다. 규제와 진흥을 두루 섭렵한 것.

재단 이사장으로는 교수(부산대 법대) 출신도 처음이지만 원자력법 전문가도 처음이다. 교수이자 원자력법 전문가라고 재단 이사장직을 수행하는데 직접적인 어드밴티지가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다만 원자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같은 내용이라도 더 쉽게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이 배양돼 있을 것임은 미루어 짐작 가능하다.

지난 2일 취임, 불과 10여일 남짓. 아직 실별로 세세한 업무보고도 받지 않았지만 천 이사장은 재단의 사업과 자신의 역할은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

“이사장에 응모한 후 근 한 달 동안 들여다봤더니 재단이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 하나하나가 너무 훌륭했어요. 또 부임 하고 보니 직원들의 능력도 출중하고...이사장은 구름이라면 직원들은 청산입니다. 청산이 더 푸르도록 비도 내려주고 해도 비춰주는 게 이사장의 역할 아니겠습니까”.

천 이사장은 귀와 눈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 많이 듣고 많이 보기 위해서다. 아무리 재단이 프로그램으로 움직인다고 해도 50여명에 불과한 작은 조직이라 이사장의 판단과 결정에 따라 사업의 질과 효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위임의 권리를 최대한 활용할 겁니다. 전무를 비롯해 실장과 팀장 등 오랫동안 사업을 해 온 홍보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방침입니다. 책임이요? ‘The buck stops here.’ 아시겠지요? ”.

그러나 올해 전반적으로 상황이 안 좋다. 밖으로는 일본 원전 사고 여파로 반원전 분위기가 심해졌고, 안으로는 불량자재 납품비리와 원전 고장 등으로 대국민 수용성이 바닥이다. 게다가 재단의 예산도 작년 보다 10% 줄어 살림살이가 더 팍팍해졌다. 물론 원자력수출진흥사업이 다른 기관으로 이관된 이유도 있지만.

“올해 예정된 여론주도층 원전현장 견학이 90회 정도입니다. 작년에는 150회를 했던데, 거의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국가의 미래를 키우는 중대한 역할을 할 교사들과 여론주도층에 대한 이해증진 사업을 예산이 부족하다고 이렇게 줄어들면 안 됩니다. 늘리지는 못할망정...”.

최근 첫 현장(?) 출장으로 고리원전을 다녀온 천 이사장.

원전단지와 방폐물시설이 있는 지역을 원전현장이라고 표현한 그는 5개 원전현장이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홍보관은 재단이 맡는 게 합리적인 방안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재단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원전 홍보전문기관인데, 4개 원전단지와 1개 방폐물시설 등 원전 현장에는 재단의 몇 배나 되는 홍보관을 가지고 있어요. 지역주민의 요청에 의해 지어졌다고는 하지만 원전사업자가 원전홍보관을 운영하는 것은 선수가 심판 역할을 하는 것과 뭐가 다르겠습니까. 제3의 기관인 재단이 운영권을 갖는 게 합리적이지 않겠습니까”.

천 이사장은 재단 사업과 관련 다양한 분야에서 유능한 강사들을 초청해 전 직원들과 공부를 할 계획이다. 아이디어도 얻고 업무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첫 강연자로는 핵안보정상회의 준비기획단 조희용 부단장(전 스웨덴 대사)를 초청해 19일 강연회를 가질 예정이다. 아울러 재단 설립의 모델이 된 일본원자력문화진흥재단을 찾아 동반자적 유대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어려울 때 상부상조하는 게 한국인의 미덕이기도 하지만 원자력에는 국가와 국경이 따로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원자력은 어느 한 국가만 잘 해서 되는 게 아닙니다. 원자력을 전원으로 택한 국가 모두가 더 안전하고 더 신뢰할 수 있는 시설로 만들어야 합니다. 원자력에 대한 대국민 이해증진사업은 어려울 때 더 열심히 해야 합니다. 이게 재단이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구요.”

법대 교수로 근 40년, 그 40년을 한 집에서 살아올 정도로 고집스런 천 이사장의 행보를 미리 짚어 보자니 우보천리(牛步千里)라는 말이 떠오른다.

▶천병태 이사장은
부산고와 고려대 법대를 나와 일본 경도대학에서 법학 석박사를 수학했다.
지난 1971년부터 2007년까지 부산대 법대 교수를 지내면서 부산시 행정심판위원회 위원, 부산시 토지수용위원회 위원, 대통령행정쇄신위원회 위원, 국무총리행정심판위원회 위원, 한국언론중재위원회 위원, 한국원자력법학회 회장, 국제원자력법학회(I.N.L.A) 회원,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 한일문화교류회의 한국측 위원, 원자력진흥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상훈은 국민훈장 동백장, 부산광역시 문화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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