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유은영 기자] 21일 3차 입찰에서 기름공급자가 선정됨에 따라 시중보다 기름을 싸게 파는 알뜰주유소 연내 출범이 가능해진다.
두 번의 유찰 끝에 겨우 모습을 드러내게 된 알뜰주유소는 그러나 당초 정부가 의도한 100원 정도의 인하효과가 없는데다가 기존 주유소들이 형평성 문제를 들어 농협을 비롯한 신용카드사 가맹점 해지를 추진하고 나서 상당한 마찰이 일고 있다.
농협은 21일 알뜰주유소 3차 입찰에서 현대오일뱅크과 GS칼텍스를 최종낙찰자로 선정했다. 정유사 공급물량 부담을 줄이기 위해 권역별로 실시한 이번 입찰에선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가 시중가격보다 리터당 40원 정도 낮은 가격을 써내 낙찰된 것으로 알려졌다. GS칼텍스는 영남과 호남지역에, 현대오일뱅크는 중부지역 알뜰주유소에 각각 기름을 공급하게 된다. 공급물량은 총 140만㎘로 농협이 100만㎘, 석유공사가 40만㎘를 각각 공급받는다.
정부는 연내 경기도 용인시에 1호점 개설을 시작으로 내년엔 약 700개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계약기간은 1년이지만 다시 갱신하거나 재입찰을 할 수도 있다. 700개는 농협주유소 최대 450개, 도로공사 운영 고속도로주유소 50개, 자가폴주유소 200개 등을 추산한 결과다.
정부가 기름값 인하 대책으로 내놓은 알뜰주유소는 우여곡절 끝에 출범을 눈앞에 두었지만 업계의 반대가 여전히 들끓고 있고 실효성 여부에 의구심을 보내는 시선이 많아 ‘뒤끝’을 남기고 있다.
◇100원 인하효과 미지수
알뜰주유소는 공동구매와 셀프주유, 사은품 미지급 등을 통해 시중 일반주유소(정유사폴)보다 리터당 70~100원 정도 싼 가격에 기름을 판매하는 것이 핵심이다. 알뜰주유소 형태로 운영중인 농협주유소 할인폭인 30~40원보다 크다.
하지만 이번 입찰에서 정유사들은 시가보다 40원 가량 낮은 가격을 써내 정부가 의도한 100원 인하효과는 기대할 수 없을 전망이다. 업계는 현행 농협주유소 수준인 30~40원 정도가 인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셀프주유와 사은품 미지급 등을 통한 운영비 절감효과를 기름값에 반영하면 100원 정도 인하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두 번의 입찰이 유찰된 이유가 정유사측에서 정부가 원한 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써 낸데 있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40원 정도 인하효과에 힘이 실리고 있다.
40원의 인하효과는 굳이 알뜰주유소를 따로 만들지 않아도 기존 자가폴과 농협주유소에서도 가능하다. 따라서 셀프주유기 전환 등 보조금과 인센티브 형식의 세금이 들어가는 이 제도의 실효성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주유소 업계 “농협카드 결재 거부 등 실력행사” 마찰
알뜰주유소는 설립계획 발표 당시부터 기존 주유소와의 형평성 문제 때문에 주유업계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주유업계는 “10%에 싸게 주면 나머지 90%는 문 닫으란 얘기”라며 한국주유소협회와 정유4사 자영주유소연합회는 지난달 말 정유사들을 방문해 알뜰주유소에 참여하면 폴사인을 철거하겠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전달했었다.
주유소업계의 거부 움직임은 알뜰주유소 입찰 주체인 농협카드 결재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주유소협회 50여개 업체가 농협중앙회에 카드수수료 인하(1.5%→1%)를 요구했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농협카드 결재를 거부키로 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수수료율이지만 알뜰주유소 정책을 반대하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한 주유소 업자는 “현재 통상 마진이 4% 정도인데 알뜰주유소와 가격경쟁이 붙으면 도저히 운영할 수 없다”며 “전국 주유소 동맹휴업과 카드결재 거부 확대방침을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미완의 '알뜰'이 남기는 과제, 유류세
알뜰주유소는 출범하지만 당초 정부가 의도한 대로 가지 않아 잡음은 계속될 전망이다. 공동구매를 통한 100원의 인하효과를 기대했지만 정유사들의 반발로 40원 인하에 그쳤고 알뜰주유소 전환에 들어가는 각종 보조금과 인센티브는 세금에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세금을 써서 기름값을 낮추는 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름값의 절반을 차지하는 유류세를그대로 두고 세금을 써서 기름값을 낮춘다는 정부정책에 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한편 소비자단체는 “알뜰주유소가 생기면 인근 주유소도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어 전체적인 가격인하 효과가 생긴다”며 환영하는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현재 4%의 마진에서 또다시 가격경쟁으로 돌입하는 기존 주유소들이 살아남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운영방식을 생각해 볼 때 유사석유 유통 확대 등 사회문제로 인한 비용투입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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