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경위, 컨트롤 타워 필요…비상시 유기적 대응 가능해
민간발전사, 근본적 대안 못돼…구조개편 재추진돼야
☞지경위
민영화 염두 포석 안정적 공급 위해 통합해야
☞민전협회
기능 이관 민간시장 위축 초래 장기측면 수급안정성 떨어져
☞전력전문가
판매·전기위원회 독립돼야 정전대책 수요관리부터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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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발전사업자들이 발끈하고 있다.
9.15 정전사태 이후 민간발전사업자들은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로의 계통운영(SO, System Operator)기능 이관 움직임에 화가 난 것이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이하 지경위) 위원들은 정전사태에 대한 대책으로 한국전력거래소(이하 전력거래소)의 중요 기능인 계통운영 기능을 한전으로 이관하자는 내용의 관련법령 개정안을 최근 발의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용역까지 주면서 구조개편을 전면 재점검한 후 지식경제부가 6개의 발전자회사와 전력거래소·한국전력공사 현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지 불과 1년 만에 벌어진 일이다.
이러한 움직임에 속타는 것은 민간발전사업자들이다.
그렇지 않아도 판매부문을 독점하고 있는 한전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계통운영기능마저 넘어가게 된다면 민간발전사들이 경쟁이 되겠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민간발전협회는 전기사업법 개정을 중단해야 한다는 건의서를 지경부에 제출했다. 관련법 개정이 민간발전시장의 위축과 전력시장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민간발전협회 박원주 사무국장은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의 입법예고에 대해 “심판이 없다고 상대편의 목소리 큰 선수를 심판으로 앉히는 격”이라며 “민간발전사업자들은 어두운 터널에서 ‘앞으로 나아지겠지’란 생각으로 빛만 보고 쫓아왔는데 이젠 그 빛마저 사라져 무엇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평했다.
▲계통운영기능 이관이 능사?
계통운영기능 이관은 9.15 정전사태 이후 도마 위에 올랐다.
한전과 전력거래소로 이원화된 구조가 이번 정전사태의 원인으로 지적되면서, 한전과 거래소간 통합 촉구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이는 과거 독점 구조로의 비효율적 회귀라는 의견이 제기돼 전면 재통합보다는 전력거래소에 시장운영(MO, Market Operator) 기능만 남기고 계통운영기능을 이관하는 방향으로 급선회 했다. 즉, 컨트롤 타워의 부재로 생긴 일이니 전체적인 상황을 조율하고 통제할 컨트롤 타워로 한전을 내세워 비상상황 발생시 유기적이며, 보다 신속하게 대처에 나선다는 생각이다.
국회 지경위원들은 지난 5일 전력거래소의 계통운영 기능을 한전으로 통합하는 전기사업법 및 한국전력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김영환 지경위원장은 “구조개편은 민영화를 염두에 둔 포석이었지만 세계적으로 볼 때 실패한 사례가 더 많다”며 “어정쩡하게 남아 있느니 안정적 전력공급을 위해 통합이 낫다”고 주장했다.
▲기능 이관, 문제는?
애당초 구조개편이 추진됐던 이유는 한전의 전력산업 독점구조에서 나오는 방만 경영의 폐해와 과도한 시장지배력을 견제키 위함이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전력시장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코자 2001년부터 지속적으로 구조개편(한전 기능 분리)을 추진하고, 또 전력산업의 경쟁유도를 위해 민간 사업자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독점체제에서 나오는 비효율성을 경계한 것이다.
그렇기에 계통운영기능이 한전에 다시 이관이 된다면 과거로의 회귀와 다를 바 없다. 또 판매를 독점하고 있는 한전이 발전회사의 가격까지 결정하는 구조가 되기 때문에 이로 인한 문제 역시 클 것이라 전망된다. 판매하는 한전 입장에선 공급가를 낮출수록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민간발전사업자들은 한전으로 계통운영기능을 이관하는 내용의 관련법령 개정안이 민간의 전력시장 진입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간발전협회 박수훈 부회장은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의 한 식당에서 가진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계통운영업무와 전력시장은 뗄 수 없는 관계”라며 “9.15 정전사태를 이유로 계통운영기능을 한전으로 통합한다는 것은 전력시장의 공정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계통운영은 시장가격을 결정하는 수요예측과 발전사업자의 손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발전출력지시, 계획예방정비 수립 등의 업무를 맡는데 이러한 기능이 한전으로 이관될 경우 민간 발전사업자는 수익성 악화와 설비투자의 위축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것. 결국 이는 장기적으로 전력수급의 안정성 저하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박 부회장은 경고했다.
이밖에도 박 부회장은 구조개편 이후 전력거래소가 전력계통 및 발전소 제어 업무를 담당했고 한전은 송전망 운영 및 유지만을 담당해 전력시장에서의 계통운영 경험이 없다는 점 역시 염려했다.
▲국내 전력산업의 구조는?
계통운영기능 이관과 관련해 알아야 할 사항이 있다. 바로 현 전력산업 구조다.
현재 국내 전력산업은 발전과 시장운영, 계통운영, 송전망운영(TO, Transmission Owner), 판매 등으로 나눠져 있다.
이 중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부문은 한수원과 남동 동서 중부 서부 남부 등 한전 5개 발전자회사가 국내 발전량의 약 90%를 생산하는 등 선도하고 있으며, 민간발전사들이 10%를 차지하고 있다.
발전, 송배전, 판매로 이어지는 전력 시스템 전체를 감시하고 제어하는 계통운영과 생산된 전력의 거래하는 과정을 중계하는 시장운영 기능은 전력거래소가 담당한다. 이 기능을 담당함에 따라 전력거래소는 전력수요를 예측해 매일 어느 정도 전력이 필요한지 결정하고, 이를 토대로 발전회사들이 만든 전기를 구입해 한전에 판매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전은 구입한 전력을 도시 인근의 변전소로 보내는 송전 업무와 변전소에서 전압을 낮춘 전기를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배전 업무를 맡는다. 또 여기에 전기를 사용자에게 판매하는 업무도 책임지고 있다.
이같은 현행 구조는 전력산업 독점체제의 비효율적 문제를 타개코자 구축된 구조다. 우리나라는 1999년 1월 한전 기능 분할을 시작으로 2001년부터 지속적으로 전력구조개편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전력구조개편은 2004년 미국의 대규모 정전사태를 계기로 더 이상 추진되지 못했다. 정부원안대로라면 발전자회사간 경쟁체제가 생겨나며 한전 판매 부문도 분할해 독립 회사가 만들어지고 복수 사업자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발전자회사들만 나눠 나오고, 판매와 송배전 분야에서는 변화된 바가 없다. 그렇기에 현 국내 전력산업구조는 판매·송전 부문에 경쟁체제가 도입되지 않은 과도기적 체제라 할 수 있다.
▲민간사업자들의 주장은?
민간발전사업자들은 그간 중단됐던 전력산업구조개편을 완성하자는 주장이다.
시장기능을 확대하고 규제기관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전력산업구조개편이야말로 해법이라는 의견이다.
민간발전협회 박 부회장은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전력산업구조개편을 완성해야지만 전력시장과 계통운영의 신뢰성과 효율성이 담보된다”고 강조했다.
그렇기에 민간발전협회는 금번 정전사태를 계기로 전기위원회를 정부로부터 독립시키고 전문성을 강화해 실효성 있는 감시와 규제활동을 통해 공정성을 확립토록 하며, KDI 용역 제시안대로 전력산업구조개편을 재추진해 한전의 판매부문을 송전부문과 완전하게 분리하고 판매경쟁을 도입하자는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한 정전사태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계통운영이관이 아닌 전력수요관리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역냉난방협회 한태일 부회장은 “계통운영 권한 이관은 정전사태의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재발을 막기 위해선 전력수요관리, 강화에 초점을 두는 대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약 계통운영기능을 한전으로 이관하는 경우에도 전력수요 관리, 강화가 되지 못하면 앞으로도 정전사태는 재발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의견이다.
때문에 한 부회장은 전력사용 수요관리 강화 대책으로 ▲집단에너지사업법령에 의해 기 설치된 약 620만kW상당 열병합 발전기를 전력계통에 포함 ▲공동주택 및 빌딩에 기 설치된 비상용 디젤발전기(약 400만kW 상당) 활용 대책 마련 ▲하절기 전력냉방 수요감축, 동절기 전기난방 수요억제를 위한 조치 마련과 함께 정전사태 사전 예고 및 전력 수요 피크시 전기요금 제도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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