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차례 검사하고도 유사석유 적발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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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석유 소중한 인명 앗아가
유사석유는 차량만 고장내는 것이 아니었다. 최근 유사석유 유증기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폭발이 일어나 무고한 4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일이 발생해 주위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지난달 28일 화성시 기안동의 B 주유소 사무동 지하보일러실에서 유증기 폭발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지하보일러실에 사람이 없었고 사무실 1층에서 식사를 하던 종업원 2명이 유리 파편에 맞아 가벼운 찰과상을 입는 정도에서 그쳤다.
이 사고 발생 하루 뒤인 30일 정부는 유사석유를 취급하다 한 번이라도 걸리는 주유소는 바로 퇴출시키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했다. 화성주유소 폭발에 앞선 24일 수원시 인계동 A 주유소에서도 폭발사고가 났다. 이들 두 주유소 모두 유사석유를 몰래 팔다 적발된 전적이 있는 주유소들인데다가 이번 폭발사고의 원인도 유사석유 유증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부는 그간 유사석유 취급 주유소에 대한 처벌수위가 약해 이번 사고가 났다는 판단에서 부랴부랴 대책마련에 나선 것이다.
24일 수원시 인계동 한 주유소에 딸린 세차장이 폭발해 세차중이었던 손님과 종업원, 행인 등 4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을 당했다.
세차장 건물과 인근 주택가의 유리창이 모두 무너져 내리거나 깨지고 세차차량 10여대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손돼 일대는 유리파편과 차량잔해, 뒤섞인 인파로 한때 아수라장이 됐다.
사고현장에 있었던 한 주민은 “‘쾅’하는 폭발음이 크게 울리더니 세차장 벽이고 승용차고 전부 다 날아가더라”며 당시의 놀라움을 전했다.
◆특별관리대상인데도 비밀탱크 발견 못해
잇달은 주유소 폭발사고의 원인은 유사석유 유증기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수원 A 주유소 세차장 지하에 유사석유 유류탱크 2개가 발견됐다. 허가받지 않은 탱크 2개는 각각 5만리터 짜리로 한 탱크에는 3분의 1가량의 유사석유가 채워져 있었고 다른 탱크에는 물과 오래된 기름이 있었다. 경찰은 당시 기계실에 남아있던 유증기가 전기식 기계설비의 작동 등으로 점화돼 폭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 주유소는 2009년과 2010년 유사석유를 팔다가 2차례 적발됐지만 과징금을 내고 영업을 계속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화성의 B 주유소도 지난해 유사석유를 팔다 적발돼 5000만원의 과징금을 낸 바 있다. 화성동부경찰서는 압수수색검증영장을 발부받아 B 주유소 지하 유류탱크를 확인한 결과 5개 탱크 가운데 1개 탱크를 개조해 유사석유를 보관해 왔다고 밝혔다.
업주들은 유사석유를 숨기려고 허가받지 않은 별도 탱크를 지하에 매설한다. 이런 탱크는 안전기준에 못 미치고 유증기 제거장치 등 적절한 환기시설도 갖추지 않아 폭발위험이 크다. 특히 유사석유는 솔벤트나 톨루엔, 메틸알코올을 주 원료로 제조해 인화점이 낮고 폭발성이 강한데다 유증기 발생량도 많아 정상 석유보다 사고 위험이 더 높다.
◆7차례 검사서도 ‘적합’ 판정
이번 사고는 부실한 단속과 솜방망이 처벌이 부추겼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석유관리원은 이들 사고 주유소에 대해 올해만 7차례나 품질검사를 했는데도 모두 ‘적합판정’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2일 박민식 의원(한나라당)이 석유관리원한테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A, B 주유소 모두 과거 유사석유 판매가 적발돼 특별관리대상으로 편입됐다. A 주유소는 지난해 5월 유사석유를 취급하다 특별관리대상이 됐다. 이후 지난해 2차례를 포함해 올해 7차례에 걸쳐 총 9차례나 검사를 받았는데 모두 품질적합 판정을 받았다.
화성의 B 주유소 역시 지난해 10월 유사석유 취급사실이 적발된 뒤 올해 7차례나 검사를 받았지만 모두 품질적합 판정을 받았다.
특별관리대상인 주유소를 그간 수차례 단속을 했으면서도 유사석유를 숨겨둔 탱크를 발견해 내지 못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현행법상 석유판매업자에 대한 품질 검사 및 유통관리 권한은 석유관리원에 있고 비밀탱크 등의 단속권한은 소방방재청에 있다. 석유관리원은 명색이 석유제품의 품질과 유통관리를 책임지는 기관인데도 시료를 채취한 후 정밀 분석하는 수준의 기술적인 단속만을 하는 수준이어서 그 이름이 무색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는 절차상의 어려운 점은 당국의 의지 부족이 크다는 여론에 밀려나는 모습이다. 지난달 26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비밀탱크 발견이 어려운 이유를 대는 강승철 석유관리원 이사장의 답변에 대해 지경위 의원들은 일제히 “석유관리원이 뭐 하는 곳이냐, 석유 품질 관리를 하는 곳 아니냐. 본연의 업무를 소홀히 해 놓고 무슨 변명이 많느냐”고 질타한 바 있다.
◆유류세가 고스란히 주머니로... 연 1조6천억원
유사석유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부실한 단속과 함께 처벌이 너무 가볍다는 데 있다. 현행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은 1년 이내에 3차례 적발돼야 등록취소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등록이 취소되더라도 주유소 이름을 바꾸고 서류 상의 사장, 이른바 ‘바지사장’을 대면 재영업이 가능하다. 과징금도 몇 천만원 수준으로 유사석유를 팔아 챙기는 이익보다 경미하다. 실제로 사고 주유소들도 과징금을 납부하고 영업을 계속해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석유제품 가격의 절반은 유류세. 유사석유 판매 주유소들은 전체 매출의 45% 정도를 차지하는 유류세를 내지 않아 그 만큼을 순이익으로 가져가고 또 리터당 500원 가량 싸게 팔 수 있어 손님이 몰려 매출이 3~4배 정도 늘어난다.
지경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유사석유 제품 유통에 따른 탈루세액이 6조8695억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은 유사석유 단속만 잘 해도 유류세 인하 없이 석유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점조직화 근절 쉽지 않아
세금탈루라는 달콤한 유혹 때문에 유사석유 판매는 끊이지 않고 있다. 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유사석유를 팔다 적발된 업소는 2008년 2699곳, 2009년 3040곳, 2010년 2342곳이었고 올해도 지난 6월까지 1743곳이었다. 1만곳에 가까운 숫자로 조경태 의원은 “도심 곳곳에 폭탄이 숨겨져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한 바 있다.
지난 4년간 유사석유 단속에서 적발된 주유소는 1641개. 이 가운데 2번 이상 유사석유를 취급하다 적발된 곳이 300여개로 재범률이 20%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에만 유사석유를 취급한 주유소 218곳이 적발됐다. 이 중 26곳이 2차례 이상 적발된 곳이다.
지경부는 최근 5년간 유사석유를 팔다 걸린 적이 있는 주유소 1100여곳에 대해 소방방재청과 합동으로 안전점검에 나선다고 밝혔다. 비밀탱크 등 불법시설물이 발견되면 원상복구 명령을 내릴 예정이다. 또 경찰청과 합동으로 12월말까지 특별단속을 하고 유사석유 취급사실이 밝혀질 경우 사업정지 등 행정처분 조치도 동시에 취할 계획이다.
하지만 실효성에는 의구심을 보이는 시선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워낙 점조직화돼서 한 번 적발됐다고 그만두지 않는다”며 “주유소 입구에 현수막을 쳐서 손님들에게 유사석유 취급 업소라는 사실을 알게 하는 등의 조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처럼 유사석유 취급이 소중한 생명까지 앗아가는 지경에 이른 가운데 대안주유소 설립, 대형마트 주유소 확대 등 주유소 간 경쟁을 부추기는 정책들이 곧 시행될 예정이어서 유사석유를 이용해 마진을 남기려는 주유소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정책시행과 함께 유사석유를 철저히 뿌리 뽑을 수 있는 보다 효과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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