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오리 디젤에서 그린카 황태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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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RO-5 충족한 쏘렌토·싼타페는 이미 ‘클린디젤車’
개발능력·기술력 세계적수준…실현가능성 가장높아
‘디젤’의 운명은 한마디로 드라마다. 한때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미운오리 취급을 받았던 ‘디젤’. 그러나 지난해 클린디젤차가 6대 그린카(전기차, 하이브리드차, 연료전지차, 태양광자동차, 천연가스차, 클린디젤차) 범주에 포함되면서 친환경연료란 이름을 듣기 시작하더니, 이젠 하이브리드와의 경쟁에서도 약간 앞서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분위기 속에서 세계 그린카 4강 진입에서‘클린디젤’을 앞세우자는 목소리도 높다.
미운오리에서 그린카 황태자로 환골탈태한 ‘디젤’. 이젠 그의 이름 앞과 뒤에는 ‘클린’과 ‘차량’이란 단어가 함께 붙어 나온다. 6대 그린카 중에서도 개발능력과 기술력이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는 클린디젤차. 그런 만큼 우리나라에서 실현가능성이 가장 높은 클린디젤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다. 정부의 선택과 집중이 이곳에 쓰일 수 있을지, 클리디젤을 주장하고 있는 목소리를 모았다.
세제정책 변화 통해 ‘매연차’ 이미지 바꾸는 게 ‘급선무’
10년은 클린디젤, 이후 10년은 디젤과 하이브리드 결합
[에너지경제신문 송창범 기자]
“클린디젤차는 적어도 향후 10년 동안은 시장을 지배할 것으로 봅니다. 또한 10년 이후엔 클린데젤과 하이브리드가 합쳐진 ‘디젤하이브리드차’가 자리를 잡을 것입니다”
한국기계연구원 정동수 박사의 주장이다. 기존에 ‘디젤’하면 환경적이지 못하다는 인식이 컸다. 그렇기 때문에 2002년 매연저감을 위해 경유 시내버스를 CNG 버스로 교체한 바 있다.
그런데 디젤에 대한 제대로 된 연구가 시작된 이후 ‘디젤’의 위치는 완전히 바뀌었다. 차량기술이 발달하면서 디젤차는 이제 효율성과 친환경성, 이산화탄소 배출 면에서도 TOP을 달리는 위치에 온 것이다. 그리고 2009년 4월 ‘클린디젤차’는 6대 그린카 안에 포함되며 환경친화적 자동차로 탈바꿈 됐다. 여기에 더해 국내 4개 정유사가 만들어 내는 ‘디젤’ 연료는 2006년 하반기부터 환경품질등급제에서 국제 최고수준인 ‘별 5개’ 등급을 지속 유지해 오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국내 전문가들은 국내에 가장 적합한 그린카로 ‘클린디젤차’를 꼽고 있다. 타 연료인 가솔린과 CNG 등에 비해 연비와 매연저감에서 가장 우수하고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가 있긴 하지만 이 두가지는 기술과 인프라구축, 핵심기술에서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 현재는 클린디젤차로 그린카 시장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판단인 것이다.
정부가 정한 그린카 6종을 모두 실현시키는 것이 이상적이겠지만 우리가 앞서나갈 수 있는 한분야를 선택, 집중적으로 키워 1위가 된 후 다른 분야를 키워나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란 평가도 나온다. 그 첫번째 선택이 현시점에서 실현가능성이 가장 높은 ‘클린디젤차’라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엔 클린디젤과 하이브리드가 결합한 ‘디젤하이브리드차’ 제작까지 시작됐다. 현재 클린디젤차에 이어 디젤하이브리드차, 그리고 전기차로 이어지는 시나리오가 떠오르는 것이다. 지금은 클린디젤차가 살아남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뒷받침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린카, ‘선택과 집중’ 필요
정부는 ‘그린카 육성’을 외치고는 있지만 ‘선택과 집중’이란 결정은 내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디젤’ 연료 자체의 환경우수성을 인정하고 있고, 친환경적이란 연구결과까지 나왔지만 아직 디젤차에는 ‘환경개선부담금’ 등 세금이 붙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들에게도 아직 ‘매연차’라는 인식이 남아 있는 것이다. 또한 이로 인해 세금을 많이 내는 디젤차를 소비자들이 꺼리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미 클린디젤차는 시판되고 있는 상태다. 2009년부터 생산되는 RV차량을 클린디젤차로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EURO-5 기준에 맞는 차량을 생산했기 때문이다. 이중 국내에선 쏘렌토R과 산타페 2.2L 4WD 모델을 ‘클린디젤차’로 보고 있다.
이처럼 클린디젤차량 시판과 국내 원유정제시 생산되는 경유의 양, 그리고 경유소비를 비교해 보면 그 아쉬움은 더 크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2008년 기준 국내 원유정제시 생산되는 제품수율은 LPG 4%, 휘발유 11%, 경유 29%로 나타나 경유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생산에 비해 실제 소비비중은 LPG 13%, 휘발유 8%, 경유 16%로 나타난다. LPG는 수입하고 경유는 수출하는 자원의 비효율적 분배를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클린디젤’ 보급은 충분히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美·日도 눈을 돌리고
선택과 집중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린카 경쟁국들은 클린디젤차 보급확대를 위해 어떤 움직임을 보이고 있을까.
우선 유럽은 디젤 친화적 전통적 존재로 잘 알려져 있는 만큼 ‘디젤차’ 붐을 일으키고 있다. 그런데 유럽을 벗어나면 홀대를 받는다는 ‘클린디젤차’가 이젠 전기차를 추진 중인 미국과 하이브리드차를 선점한 일본에서 조차 관심을 보이고 있는 분위기다. 연비에 치중한 미국은 지난해 오바마 대통령이 자동차 연비규제 강화책을 발표하면서 새로운 배기가스 규제안이 발표됐고, 디젤승용차 판매비율이 거의 전무했던 일본은 최근 ‘클린디젤차’를 친환경차량에 규정한 것이다.
일본의 경우 정부가 보급 활성화를 위해 2012년 3월까지 클린디젤차 취득세를 0%로, 차량중량세금은 0엔으로 감면하는 등 다양한 인센티브제를 부여하고 있는 상태다. 차량제작도 2008년엔 닛산자동차가 먼저 출시한 후, 2009년엔 혼다가, 2010년 이후엔 마쯔다, 미쓰비시 등도 클린디젤차 시판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미국의 경우엔 정부가 2002년 모델대비 25% 이상의 연비개선 차량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 기준을 충족하는 클린디젤 차량에도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같은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특히 미국 소비자들의 디젤차 인식이 급속히 개선되면서 미국 자동차사들이 클린디젤차 종류를 다양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CO₂배출량 따른 세제정책엔 자신
그럼, 클리디젤이 각광을 받고 있는 유럽은 어떨까. 서유럽 전체로 보면 디젤 비율이 50%를 넘어서고 있다. 이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근거한 자동차세제 정책이 보급률 향상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프랑스의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60~130g/km 이하일 경우 200~5000유로까지 보조금을 차등 지급한다. 하지만 배출량 160g/km를 초과하면 최대 2600유로까지 과징금을 내야 한다. 그 결과 디젤차량 신차등록 비중이 78%에 달하고 있다.
영국 역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26g/km 이상일 경우 400파운드의 세금을 내지만, 120g/km 이하일 경우 35파운드만 내는 세금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상태다. 오스트리아 역시 이와 같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른 세금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유럽은 친환경 디젤기술로 미국의 엄격한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하며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유럽의 정책은 환경성과 경제성이란 요인을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 실시된 것이며, 여기에 부합하는 그린카가 바로 클린디젤차라는 결론 내린 것으로 보인다.
EURO-5 충족, 바로 ‘그린카’
그렇다면 클린디젤차의 친환경성은 얼마나 될까. 클린디젤은 유럽의 배기가스 기준치인 EURO-5의 충족여부와 맞물려 있다고 한다. 이를 충족한 디젤엔진만이 클린디젤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 EURO-5는 무엇인가. 배출가스기준치로 불리는 ‘EURO-5’는 유럽연합의 차기 배출허용기준으로 ‘EURO-4’보다 24~29%까지 오염물질을 줄여야 하는 강력한 환경규제를 말한다. 경유차에 EURO-5를 적용하면 배출가스 중 질소산화물은 0.25g/km에서 0.18g/km로, 입자상물질은 0.025g/km에서 0.0045g/km로 줄여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여기에 맞는 엔진인 R엔진을 개발, EURO-5를 기준으로 쏘렌토R과 싼타페 2.2 4WD를 출시한 것이다. 이는 2004년형 쏘렌토와 비교했을 때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0% 감소했고, 연비는 30% 가량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결국 EURO-5 기준으로 배출가스 허용기준이 강화된 지난해 9월부터 클린디젤차 시대가 열렸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클린디젤 기술개발은 계속 진행형
EURO-5 기준만 맞추면 이제 되는 것인가? 한 자동차 전문가는 이런 말을 던진다. “클린디젤의 기술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끊임없는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는 말이다. 아직 내연기관의 개선 가능성이 많이 남아있고, 엔진을 더욱 효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속적인 내연기관의 발전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것이 바로 EURO-6다. EURO-5가 시행된 지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EURO-6에 대한 연구와 개발이 시작된 것이다. 오히려 우리나라에겐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EURO-6는 2014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므로 정부차원에서 ‘클린디젤차’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유럽의 기술능력을 따라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클린디젤차는 계속 진화하면서 더욱 친환경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토니오 아비지뇨 보쉬코리아 디젤시스템연구소장은 한 기고문을 통해 “몇년 안에 3리터의 연료로 100km 주행이 가능하고 지금보다 연료효율성이 30% 이상 개선된 자동차도 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말을 남겼다. 즉 전기차가 실용화 되기까지 1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그 기간 동안 배출가스규제에 맞추는 가장 현실적인 ‘클린디젤’로 가야한다는 주장인 것이다. 아직도 클린디젤차의 기술개발 가능성은 무궁무진해 보인다.
이젠 그린카 4강 진입의 핵심
클린디젤차의 무궁무진한 기술개발 가능성은 이제 타 그린카와의 결합까지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전기차 도입은 빨라도 10년은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만큼 현재는 클린디젤과 하이브리드로 압축되고 있는 분위기다. 그런데 최근 대우버스(주)가 ‘디젤하이브리드버스’ 제작에 돌입한 것이다. 바로 클린디젤과 하이브리드가 결합한 차를 말하는 것으로, 두가지를 모두 사용해 보겠다는 얘기다. 특히 대우버스는 오는 12월까지 4대, 내년 5월까지 4대 등 총 8대를 개발·제작, 인천시와 대구시, 대전시, 부산시, 과천시, 여수시 등 총 6개 지자체에서 운행을 하게 된다.
디젤하이브리드차와 CNG차를 비교해 보면 연비는 40% 향상, 이산화탄소 저감은 20% 향상, 질소산화물 저감 역시 25% 향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디젤을 사용하면서도 하이브리드까지 함께 활용할 수 있는 방안으로 10년 이후까지 생각되고 있는 것이다.
대기오염의 주범에서 출발한 디젤이 디젤차의 기술 진화를 통해 ‘클린디젤’로 환골탈태해 이젠 그린카 시장에서 전성시대를 열려고 한다. 또한 이를 넘어 세계 그린카 4강 진입을 위한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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