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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마트그리드사업단 김재섭 초대 단장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09.08.26 13:41


“스마트그리드, 또 하나의 성장동력 확신”


국제사회서 선도국 인정받아 리딩국  될 것
로드맵 관리 운영 등 산 학 연 힘 결집 역할
팀워크 우선… 정보유통 고객가치 적극 수렴



“스마트그리드는 20∼30년 정도면 우리 산업을 이끌고 갈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을 겁니다.”

한국스마트그리드사업단 초대 단장으로 취임한 김재섭 단장의 일성(一聲)이다.
지난달 말 취임, 사업단의 현판을 단 8월20일부터 공식 업무에 들어간 김 단장.

기자가 전력IT사업단의 확대 개편 배경이나 역할 등 좀 더 ‘깊은’ 내용을 알기 위해 단장실을 찾았을 때, 그는 A4 용지에 인쇄한 두툼한 사업단 업무보고 자료를 들고 자리에 앉자마자 “사업단으로의 확대개편 의미는...”하고 먼저 말문을 열 정도로 일에 의욕을 보였다.

신설 조직의 장이라 자의반타의반으로 여기저기 참석할 일이 많을 것으로 판단, 기자가 두서를 잡았다. 내용의 중복 없이 짧은 시간에 더 많은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였다.
그는 행시 출신의 공무원으로, 서울체신청장까지 역임한 터라 질문의 핵심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적확하게 대답했다.

우선 기자는 정부가 전력IT사업단을 한국스마트그리드사업단으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인원과 조직을 확대한 배경과 의미를 재확인했다.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고 있는 5대 산업은 반도체 조선 자동차 화학 휴대전화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20∼30년이면 스마트그리드가 우리의 산업을 이끌어 갈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을 겁니다. 특히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스마트그리드 선도국으로 지정받은 것은 정책과 산업을 일관성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리딩국이 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겁니다.

정부로서는 기존 조직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을 한 것이지요. 사업단에 더 큰 역할이 주어졌고, 앞으로 이 역할은 더 커질 겁니다” 사업의 산업화를 위한 단계별 계획이라는 얘기다. 물론 처음 제의를 받았을 때, 김 단장은 사업단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단체인지 몰랐다. 당연하다. 아직 확대 개편을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지 명칭조차 한국을 넣을지 뺄지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저탄소 녹색성장은 대통령께서 작년 8·15 경축사에서 선언해서 줄기는 잘 알고 있었지만 스마트그리드는 정확하게 뭔지 잘 몰랐습니다. 그래서 물었지요. 거기는 무슨 일을 하는 곳이냐고. 그랬더니 에너지효율화사업과 차세대 전력망 구축을 관리하는 곳이라고 하더군요. 막상 와 보니까 조직은 작은데, 역할은 크더라고요. 초창기 조직으로 인력도 몇 명 안되고, 체계도 갖춰져 있지 않았지만 할 일은 중요하고 클 것이라고 직감했습니다”

큰 조직을 ‘경영’해 본 인물이어선지 직감도 정확했지만 판단도 빨라 승낙까지 며칠 걸리지 않았다. 

“정부가 스마트그리드 로드맵을 11월 발표하면 사업단의 역할이 구체적으로 가시화될 겁니다. 이 시점에서 다시 사업단의 역할과 조직을 재정립해야 할 계획입니다”

현판까지 달았지만 아직까지는 온전한 체계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그러나 솔직히 아직까지는 업무 영역에 대한 명확한 선긋기도 애매하고, 업무 분장 역시 칼로 무 자르듯 할 수 없는 상황임을 자신 역시 인지하고 있어서 한시적이지만 ‘숙제’로 남겨뒀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소위 하루가 다르게 떠오르고 있는 스마트그리드 사업이 무엇인지 단장이라면 명료하게 각인하고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 그래서 기자는 물었다. 단도직입적으로. 스마트그리드가 무엇이냐고...     

“에너지인터넷 아닙니까. 여기에 모든 정의가 함축돼 있다고 봅니다. 전력과 풍력 태양광 수력 등 여러 에너지 자원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해서 소비자와 공급자간에 소통하도록 만드는 것 그리고 그 시스템 기술...에너지의 효율화도 절약도 전체 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새로운 융합산업의 한 분야가 되겠지요.

물론 아직까지 명쾌하고 명확한 개념정의가 없는 것도 사실인 거 같습니다. 하지만 로드맵을 만들면서 우리나라에서의 스마트그리드가 정의될 것이고 세계 각국에서의 개념도 확실히 잡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네트워크의 컨버전 측면은 틀림없고요”

한전 스마트그리드추진실 신설 기념 포럼에서 서울대 한 교수가 “우리나라에는 스마트그리드 전문가는 단 한 사람도 없는 상황”이라고 단언한 것에 견줘도, 일주일이 멀다하고 열리는 관련 세미나와 포럼 회의 등에서 회자되고 있는 정의들과 맞춰도 꽤나 정연한 ‘정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정의 아래서, 사업단은 어떤 역할을 하고 단장은 조직을 어떻게 견인할 것인지 이어 물었다.

“사업단은 정부가 할 일을 대신 하게 됩니다. 정부 정책을 위탁받아서 처리하게 됩니다. 쉽게 말해 수립된 정책을 집행하고 관리하는 겁니다. 연구 용역을 발주나 기기보급, 인력양성 그리고 개발기술 진행 정도 등 모든 사업을 기획하고 조정하는 게 주어진 역할입니다. 물론 자금의 출입 등 총무 역할도 맡고 있고요”
한마디로 사업단은 정부의 손과 발은 물론이고 브레인의 역할마저도 맡겨져 있는 것으로 김 단장은 이해하고 있다.  

녹색성장위원회와 지경부는 그렇다 쳐도 대통령까지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스마트그리드 사업. 그 사업의 총괄기관인 스마트그리드사업단. 또 거기에 초대단장으로서의 중압감이 만만치 않을 것임은 인지상정. 그러나 김 단장은 수만 명의 직원을 관리해 본 경영자로서의 능력을 사업단장으로 재삼 검증해 보이겠다는 각오를 내보였다. 

“단장으로 할 첫 번째 역할은 스마트그리드 로드맵이 제대로 수립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직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고 반드시 해야 할 역할에 최선을 다하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직을 안정시키는 것이 우선입니다. 로드맵이 완성되면, 액션플랜이 만들어질 것이고 사업단의 역할도 재정립될 겁니다”

조직의 안정을 거듭 강조하는 김 단장. 그래서 기자는 물었다. 좋은 조직, 훌륭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우선시하는 가치가 무엇이냐고. 그러자 김 단장은 바로 대답했다.

“최고의 기업이라고 자부했던 IBM이 어느 순간 쇠퇴한 것은 길로 간 것은 고객의 소리를 안 들었기 때문입니다. 각 섹션 단위 나뉜 조직 간의 벽 때문에 팀워크도 이뤄지지 않았고 소통도 되지 않은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잭 웰치의 말처럼, 벽이 있는 조직은 죽은 조직입니다. 조직원 간의 원활하고 거리낌 없는 소통이 팀워크를 만들고 팀워크가 생겨야 불가능도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맥락이지만 소통하지 않으면 팀워크를 기대할 수 없고, 팀워크가 이뤄지지 않으면 그 다음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게 김 단장의 관리론이었다. 정보교환이나 고객가치 증대는 후 순위로 미뤄도 자연스럽게 그 방향을 지향한다는 게 김 단장의 머리와 가슴 속에 녹아있는, 경험으로 터득한, 경영철학이다.

김재섭 단장은…경북 구미출신으로 대구 계성고와 부산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수료했으며 1979년 5월 제22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 정보통신부 지식정보센터장과 지식경제부 서울체신청장 등을 역임했다. 서울체신청장 재임시절, 우정인재상을 재정하고 상시집배원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등 직원의 복리증지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추진력이 탁월하고 화합을 중시해 따르는 직원이 많았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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