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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세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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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연대 출범, “정책 실패를 발전5사에 떠넘기지 마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4.01.17 18:43

여인철 발전연대 초대위원장 인터뷰, “발전5사 본격적으로 한목소리 내겠다”

“단생산사(團生散死), 살고자 뭉쳤습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한목소리를 내고자 합니다”

흩어졌던 자들이 뭉쳤다. 위기감 때문이다. 더는 지켜보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 나서야 할 때로 판단한 것이다. 이들이 뭉치게 된 이유다.

태생적으로 창립기념일마저 같지만 줄곧 한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발전5사 노조가 드디어 뭉쳤다. 지난 16일 발전5사 노조가 한자리에 모여 ‘전국발전정책연대’(이하 발전연대)를 출범시킨 것. 이날 발전5사의 노조위원장들은 여인철 남동발전 노동조합위원장을 발전연대의 위원장으로 추대했다. 초대 발전연대의 위원장이 탄생한 것이다.

“정부는 정책 실패를 공기업에 떠넘기고 있습니다”

발전연대가 앞으로 가져갈 운동방향을 묻는 말에 첫 대답이 이랬다. 여 위원장은 “발전5사 노조가 하나의 목소리를 내자는 이야기는 전력산업개편 때부터 나오던 얘깁니다. 필요성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하나로 모일 수 있는 계기가 충분치가 않았던 거죠”라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정부에서 공기업 정상화 방안이 나오면서 상황이 악화했고 결국 발전5사가 하나로 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이른 것”이라고 말했다.

여 위원장의 말처럼 발전연대는 정부가 만들었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정부는 연일 공기업의 방만경영을 문제 삼았고 이에 대한 부채줄이기와 복지혜택 축소 등의 정책들이 쏟아져나왔다.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연일 질타가 쏟아지면서 여론도 안 좋아졌다. 일부 공기업의 문제라고 항변도 해봤지만 목소리에 힘이 실리지 않았다. 돌아오는 건 일부 공기업과 함께 도매급 취급뿐.

여 위원장은 “정부가 발전부문의 분할을 통해 경쟁과 효율을 추구했지만 결과는 중복과 고비용, 대정전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사태로 이어졌다”며 “이에 따른 적자와 손실을 전력생산을 책임지는 발전공기업과 국민들이 떠안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정책의 잘못을 교묘하게 방만경영으로 포장해 발전공기업 구성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공기업 부채 줄이기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여 위원장은 우선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오락가락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섰을 때는 해외 사업을 하라고 권유해놓고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는 하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일단 시작된 해외사업은 그 특성상 꾸준히 하면서 시간이 지나야만 결과가 나오는데 지금 당장 부채를 줄이기 위해 매각하라면 발전회사 입장에서는 이도 저도 아닌 상황에서 사업이 중단되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 살리자고 공기업 죽이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부채를 줄이기 위해 사업을 매각하면 이를 대기업이 헐값에 매입에 운영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손을 쓰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발전소 하나 짓는데 1조가량 필요하지만, 정부정책에 따라 발전소를 짓고 나면 부채가 생길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또 “발전소는 일 년에 한번 발전을 멈추고 보수작업을 반드시 해야 한다. 여기에 큰돈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부채를 줄이기 위해 발전소 보수작업을 미룬다거나 단가가 낮은 제품을 사용해 비용을 줄이면 바로 사고와 연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의 복지축소에 대해서는 “회사와 노동조합이 협상을 통해 해야 할 일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방침을 세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복지파티를 열었다는데 그것은 일부 공기업에 해당하는 것이지 발전5사는 일부 공기업처럼 복지혜택이 크지 않다”고 항변했다.

결국 흩어졌던 발전5사가 하나로 뭉치지 않고서야 지금의 난국을 헤쳐나갈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발전연대는 아직 상위단체가 없다. 그렇지만 여 위원장은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 그리고 공기업노조와도 언제든지 연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하나로 뭉쳤지만 곧, 흩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올해 발전5사의 지방이전이 시작된다. 뭉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인 것이다.  이어 “앞으로 7천여 발전연대 노조원들의 목소리를 대신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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