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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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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풍력 발원지 귀네미 마을을 가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2.05.30 14:19

● 현장을 가다 / 태백풍력발전단지

 

강원도 태백시 하사미동 귀네미 마을. 고랭지 배추로 유명한 이 조용한 마을에 국산풍력 100기 프로젝트의 첫 성과물이 준공됐단 소식이 들려왔다.
서울에서 원주 제천 영월을 거쳐 3시간30여분이 걸려 도착한 이 마을엔 9기의 풍력발전기가 가파른 산비탈 위에서 5월의 녹색바람을 맞아 힘차게 날개짓을 하며 그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귀네미 마을, 풍력발전의 꽃이 피다
“그냥 큰 바람개비를 세운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짓고 보니 꽃이 핀 거 같네.”
귀네미 마을 주민들에게 풍력단지 조성은 국산 풍력의 세계화를 위한 일이라는 의미보단 바람개비 몇 개 세우는 일이었다고 한다. 괜한 일을 만드는 것은 아닐까 우려도 많았다.

신순자 부녀회장은 “처음엔 자연경관 훼손 등을 염려해 다 반대했지.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특히 더했어. 근데 우리나라가 에너지가 부족하다잖아. 또 환경에너지의 중요성을 생각해서 생각을 바꾸게 됐지. 여기서 안한다고 해도 다른 곳에서 반드시 해야 되는 거잖아”라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도 미래를 위한 선택이란 설득에 넘어가고 말았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준공된 풍력발전기를 보니 세 개의 꽃잎을 휘날리는 꽃이 핀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해발 1100m의 고지대에 위치한 귀네미는 마을을 감싸고 있는 산의 형세가 소의 귀를 닮아 우이령(牛耳嶺)이라고 부른데서 연유했다. 이 마을에 사는 주민들은 모두 수몰민으로, 1980년대 후반 광동댐 건설로 고향을 떠나 터를 잡은 곳이 바로 이 귀네미 마을이다. 정든 고향을 댐 속에 묻은 마을 주민들은 살기 위해 원시림으로 울창했던 산을 개간했고, 고랭지 배추밭과 지금의 마을을 일궜다. 이주 당시에는 37가구였지만, 이제는 28가구만이 남아 마을을 지키고 있다. 고랭지 배추와 KBS2의 메인 예능프로그램 ‘1박2일’의 출연지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이곳은 안개가 많이 끼고 바람이 많이 불어 한여름에도 긴 소매 옷을 입어야 할 만큼 서늘한데 안개는 고랭지 배추가 자라는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이제는 태백풍력발전단지의 준공으로 마을에 새로운 볼거리를 더하며, 바람도 지역주민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돼지 좀 많이 잡아주십시오”
조용한 귀네미 마을에 경쾌한 타악소리가 울려 퍼졌다.

여성 타악그룹 ‘도도’의 공연을 시작으로 국산 풍력 100기 프로젝트의 첫 성과물인 태백풍력발전단지의 준공을 축하하기 위한 기념식이 펼쳐진 것이다. 흥겨움을 돋우는 타악소리에 주민들도 행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5월의 햇볕이 내리쬐는 더운 날씨지만, 산골의 맑은 바람이 더위를 한 풀 가시게 해줬다. 과연 풍황이 좋은 곳이었다. 준공기념식장에 설치된 바람개비 조형물도, 멀리 보이는 풍력발전기의 블레이드도 쉴 틈 없이 돌고 있었다.

이상호 남부발전 사장은 “풍력발전기도 자기 생일인 것을 아는지 잘 돌아가고 있다”는 농도 던졌다. 이어 이 사장은 “태백풍력단지가 국산 풍력의 경쟁력 향상과 마을의 자랑이 됐으면 한다”고 바람도 전했다.

김준동 기후변화에너지자원정책관도 “귀네미 마을의 바람과 자연환경은 스마트한 것 같다. 자기가 알아서 다 맞춰준다”며 소감을 말했다. 김 정책관은 “시골 뒷산 같은 앞산 뒷산에 최첨단 풍력발전기가 생겼다는 것 자체가 참 아이러니하지만 멋지다”며 “국산풍력의 발원지란 말 역시 잘 지었다고 생각한다. 귀네미 마을과 국산 풍력의 발전을 위해 이상호 사장이 돼지 좀 많이 잡아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거듭된 난관 속에 피어난 풍력발전의 꽃
“허리까지 오는 눈 때문에 겨울엔 작업할 엄두도 내지 못했어요.”

시공을 맡은 일경산업개발(구 삼협건설)의 이호근 현장소장과 현창호 과장은 겨울에 작업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바람이 많이 불고 눈도 많이 내려 작업하는 데 무지 애를 먹었다는 이 소장과 현 과장은 공사기간을 맞추기 위해 해가 있는 동안에는 내리 근무해야 했다고 웃으며 소회했다.

천연동굴의 보호를 위해서 계획도 수정돼야 했다.

현대중공업 주영걸 상무(풍력공장장)는 “당초 계획은 1.65MW급 발전기 6기를 시공하려했으나, 부지매입 난관과 더불어 천연동굴의 지류가 공사지역에 포함돼 있단 사실을 알게 됐다”며, “천연동굴의 보호를 위해 발전기 수는 4기로 줄이고, 2MW로 발전용량을 높여 설치하는 방안을 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남부발전 서성제 풍력개발팀장은 사업추진경과 보고를 통해 “태백풍력은 발전기 설치에 필요한 각종 인허가 지연, 지역주민의 민원, 폭설 및 강추위와 22km가 넘는 장거리 송전선로 등으로 인해 사업추진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나,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한건의 안전사고 없이 풍력발전기를 성공적으로 건설했다”고 밝혔다.

▲국산풍력의 해외진출 초석이 되다
국산풍력의 자부심을 가까이서 느껴보고자 시공사 직원의 차를 타고 풍력발전기가 있는 곳까지 올라가봤다. 현기증이 일 정도로 급경사의 비탈밭 사이로 차는 10여분 넘게 꼬불꼬불한 길을 달려 올라갔다. 병풍처럼 둘러싼 산자락 사이로 30여 채의 한옥이 몇 가구씩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도 보였다. 힘들게 올라온 정상에서 만난 풍력발전기는 힘차게 날개짓하며 기념식 참석자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푸름 가득한 신록에 백색의 풍력발전기 9기는 너무나 잘 녹아 하나의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강원도 태백시 하사미동과 삼척시 하장면 일원에 걸쳐져 있는 태백풍력단지는 국산 풍력발전 기자재 업체들에게 해외진출 기반 조성을 위한 첫 단추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한다.

지난 2009년 당시 국내 상용 풍력발전기 200여기 중 단 4기만이 국산이었다는 점에서 남부발전은 국내 풍력발전 사업의 발전을 위해 국내 풍력기자재사, 시공사와 공동으로 국산풍력 100기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총 508억원이 투입된 태백풍력단지는 이러한 남부발전의 첫 성과물인 것. 태백풍력단지 준공으로 기자재사인 현대중공업과 효성은 자체 풍력발전기의 기술력을 대내외에 알림과 동시에 운영 실적 확보를 통해 해외진출 기반을 조성하게 됐다.

김준동 정책관은 “우리나라는 자원이 절대적으로 외국에 의존하기 때문에 정부는 국가의 차기적 목표로 국가 소비 에너지의 10%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할 생각”이라며, “이 중 풍력발전이 앞으로 가능한 많이 보급되길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김 정책관은 “우리나라 풍력발전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선 기자재 업체들이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며 “태백의 검룡소가 유구한 역사동안 한강의 발원지가 됐듯이 태백풍력단지가 국산 풍력의 발원지로 거듭나 국산 풍력의 발전을 가속화하게 하는 원동력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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