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월성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 및 한수원 이사회 이사들의 배임행위에 대한 감사’ 주문에 대한 감사보고서가 공개되었다. 요약하면 첫째, 월성1호기 계속가동의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 되었다. 둘째, 한수원 이사들이 조기폐쇄를 결정한 것은 업무상 배임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셋째, 한수원에 대한 기관 주의와 관련자 4인에 대한 주의와 징계를 요구했다.
감사보고서에 제시되어 있지만 월성1호기 계속운전 경제성은 2018년 이전에도 수차례 평가되었다. 한전, 에너지경제연구원, 국회 예산정책처 등의 기관들은 서로 다른 방법을 적용하여 계속운전이 경제적이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설비개선 투자가 완료된 이후인 2018년에는 경제성을 굳이 따져볼 필요도 없었다. 원전 발전비용에서 50% 이상을 차지하는 투자비를 제외하고 나머지 비용과 예상 수익을 비교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 경제성 평가 결과가 나쁘게 나오도록 주무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예상 수익은 줄이고 비용은 부풀이면 된다. 수익을 결정하는 핵심요소는 이용률, 즉 발전량과 판매단가이다. 한수원과 회계법인은 이용률과 판매단가를 최대한 낮추어 수익을 줄였다. 비용은 과다하게 추정했다. 이것이 불합리했다는 것이고 너무도 당연하여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
그런데 현재의 전력시장 정산방식을 이해하면 이용률과 판매단가가 동시에 낮아지는 일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전력시장에서는 원가가 회수될 수 있도록 판매단가를 조정(정산조정계수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용률이 낮아져 발전량이 감소하면 발전원가가 오르고 판매단가도 상향 조정되는 구조다. 또한 모든 원전에 동일한 판매단가가 적용된다. 월성1호기의 계속운전에만 별도로 낮은 판매단가가 적용된다는 전제는 비현실적이다.
‘배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과는 동의하기 어렵다. 배임은 ‘공무원 또는 회사원이 자기의 이익을 위하여 임무를 수행하지 않고 국가나 회사에 재산상의 손해를 주는 경우’를 말한다. 월성 조기 폐쇄 건은 이득을 보는 측과 손해를 보는 측이 명확히 구분된다. 한수원은 조기폐쇄 결정 후 월성1호기의 잔존가액 5,600억여원을 ‘자산손상처리’했다. 월성1호기 가동 중지로 가스발전소 발전이 늘었다. 두 발전원의 판매단가 차액은 kWh당 60원, 잔여 수명 4.4년 동안 발생되는 추가비용은 이용률에 따라 1.1∼1.3조원이다. 대략 1.8조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최근 세간의 이슈인 사모펀드 두 개의 피해액을 합한 수준의 큰 돈이다. 가스발전사업자는 이득을 취했고 한수원은 손실, 추가비용은 일차적으로 한전이 부담하고 전기요금인상이 없다면 기업가치 하락으로 한전주주가 손해를 보게 된다. 만일 전기요금에 반영된다면 전기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한다. 당연히 한수원 이사들은 이러한 사실들을 알았을 것이고 그렇다면 고의성이 배제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징계요구 수준이 가볍지만 그래도 감사보고서가 여기에서 끝났다면 좋았겠다. 굳이 ‘안전성과 지역수용성 등의 문제는 이번 감사 범위에서 제외’했음을 명시하여 월성 조기 폐쇄의 타당성에 대한 종합적 판단은 감사원이 유보했다는 언론 보도를 유도했다. 경제성 평가 부적합 판정이 부담이 된 듯하다. 월성1호기의 안전성은 2015.2월의 전문성을 가진 원안위의 계속운전 허용 결정으로 인정되었고, 지역주민의 의견은 계속운전 찬반이 공존하는 상황이다.
감사원의 고민을 이해하고 결단을 존중하지만, 1년 넘도록 강도 높게 진행된 감사의 결과라고 하기엔 그저 유감스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