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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석탄화력발전소 현황. ⓒ 환경운동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석탄화력 발전업계가 삼중고(三重苦)에 시달리며 갈수록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정부의 에너지 전환에 따른 탈(脫) 석탄 정책에서 시작된 석탄발전업계의 시련이 계속 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엔 국내는 물론 해외 석탄화력 발전 투자까지 막히더니 이젠 금융기관의 ‘탈석탄 금융’, 지방자치단체·교육청 등의 ‘탈석탄 금고’ 선언까지 줄을 잇고 있다.
국내외 환경단체들이 온실가스 배출 관련 투자 봉쇄 압력을 강화하면서 금융기관들이 석탄화력 발전소의 신설 또는 증설, 설비 고도화 등을 위한 투자의 돈 줄을 죄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석탄화력 발전업계는 석탄화력 발전이 온실가스 배출 주범으로 꼽힌데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석탄화력 발전은 이미 기술 발전과 설비 고도화 투자로 온실가스 배출을 대폭 줄인데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까지 추진하는 상황에서 석탄화력 발전을 대체할 만한 비용 대비 효율을 갖는 발전원도 현재로선 마땅치 않다고 주장한다.
특히 우리나라가 무턱대고 유럽 등 선진국의 탈석탄 논리만 따라 가다가는 발전 생태계 파괴, 기술 및 제품 종속 만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불만도 토로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KB금융그룹은 전날 기후변화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국내 금융그룹 최초로 ‘탈석탄 금융’을 발표했다. 석탄화력발전소가 밀집해 있는 충남도를 비롯한 전국 56개 자치단체와 교육청이 각 기관의 소관 예산(재정)을 운영하는 금고를 선정할 때 평가 지표에 석탄 관련 투자를 철회하는 ‘탈석탄’과 재생에너지 투자 등 항목을 포함하기로 결의하고, ‘탈석탄 금고 선언’까지 했다. 참여한 56개 기관의 연간 재정 규모는 총 148조 8712억원이다. 참석한 지자체들은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서는 금융기관이 기후위기의 주원인인 온실가스를 대량 발생시키는 석탄화력발전 투자를 지양하고, 재생에너지 투자 등을 확대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발전업계에서는 정부와 지자체, 금융권 등의 이같은 움직임과 관련 석탄화력 발전을 고사시키겠다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실제 최근 몇 년간 발표되는 에너지 관련 정책들을 보면, 석탄화력은 온실가스 감축을 이유로 전체발전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여기에 더해 미세먼지 문제까지 심각해지면서 석탄화력은 점차 가동중지를 앞당기거나 공해를 덜 발생시키는 가스화력으로 대체하는 등 그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월 발표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9∼2033년) 초안에서 2034년까지 전체 석탄발전기 60기 중 운전 기간 30년 도래하는 30기를 폐기하기로 했다. 석탄발전기를 현재의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했을 때 노후 석탄발전소 가동을 제한하는 기준도 대폭 강화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일련의 정책들이 ‘미세먼지를 해결하지도 못하고, 온실가스는 늘어나고, 전력수급 체계도 무너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는 "충남도와 경기도의 불을 끄면 가능한 정책"이라며 "현재 1kWh(킬로와트시)당 전력생산단가가 원자력 60원, 석탄 80원, 액화천연가스(LNG) 120원, 태양광 180원이니 80원을 120원과 180원 조합으로 대체 하겠다는 것이다.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했는데 재원마련 방안은 있는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석탄화력발전소의 저탄장과 굴뚝개선에 돈을 투자하는 것이 온실가스 저감에 더 효율적"이라며 "특히 변동성이 큰 신재생에너지를 보조하려면 LNG도 출력 변동이 빈번해 질텐데 그렇게 되면 석탄화력발전 못지않은 온실가스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한 고위 발전공기업 관계자는 "최근 정비를 마친 발전소 인근지역에 가보면 먼지가 흩날리는 것을 전혀 볼 수 없다. 최근 하늘도 굉장히 맑다. 미세먼지는 계절적인 요인이 크지 발전소가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당장 대부분의 발전소가 석탄화력발전소인데 이를 대체할 방안은 전혀 없이 가동중단만 요구하고 있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값싼 석탄화력발전량이 줄고 비싼 LNG발전량에 늘어 한국전력의 전력구입비 부담이 늘어날 수 밖에 없고 이는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된다. 현행 전기사업법에는 환경보호나 국민안전 등을 이유로 발전소 가동 중단 등에 따른 발전사업자의 정당한 손실을 보장해 줄 수 있는 근거가 없다.
이 관계자는 또 "전력관리 시스템에 대한 고려가 완전히 무시된 비현실적인 환상"이라며 "간헐성과 경직성 때문에 유연한 출력 관리가 불가능한 신재생의 비중이 47.5%나 되면 송전망의 안정적인 관리가 불가능 하다. 이미 미국의 캘리포니아와 독일의 경우에서 확인되고 있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가장 안정적인 기저전원인 원전과 석탄을 포기하면, LNG가 기저전원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온실가스 배출과 경제성 문제를 해결할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노동석 미래에너지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해외 석탄 화력발전소 투자는 해당 국가의 에너지 정책과 투자요청에 따른 것"이라며 "우리가 에너지 전환을 추진한다고 이런 투자에 한전이 나서지 않으면 다른 국가의 에너지업체가 투자할텐데 그렇게 되면 명분에 사로잡혀 눈 앞의 이익을 놓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석탄화력은 이미 높은 수준의 발전기술이 개발돼 있어 신뢰성이 높고, 전력 수요의 변화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으며, 발전하는 데 비교적 지리적 제약이 크지 않아 어디서든 연료만 공급되면 안정적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에너지 인프라가 부족한 데 비해 경제는 급성장해야 하는 개발도상국에는 매우 요긴한 발전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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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권역별 석탄 수요 전망. |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국제에너지기구(IEA) 통계를 인용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40년까지 세계 석탄 수요는 2017년 대비 소폭 늘어난 54억tce(TCE:석탄환산톤수·석탄 1t 연소시 발생하는 에너지) 수준으로 전망된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사용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나,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석탄화력 발전량이 늘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한전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석탄화력발전 사업을 두고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는 것 자체가 사업성이 있다는 것이므로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최근 들어 탈석탄 기조가 갈수록 강화되며 한전의 투자사업건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경제성 있는 발전사업 투자가 영구히 불가능해 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