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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이 없다"…3연임 힘 싣는 윤종규 KB금융 회장, 성공할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8.14 17:02

KB금융 회추위 시작…9월에 최종 후보자 선정
탄탄대로 윤종규 회장 3연임 전망 우세
20일 임직원 연임 찬반투표 결과 주목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에너지경제신문=송두리 기자] KB금융그룹이 차기 회장 후보 선출 과정을 시작한 가운데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3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임기 동안 그가 펼친 경영성과가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단 금융당국이 금융회사들의 지배구조 승계 과정을 주시하고 있어 3연임에 대한 부담감은 작용할 수 있다. 윤 회장이 이번에 연임할 경우 KB금융에서 처음으로 3연임을 하는 회장이 된다.


◇ 6년간 탄탄대로…'윤종규의 힘'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지난 12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11월 20일 임기가 끝나는 윤종규 회장 후임 인선을 위한 본격 절차에 착수했다. 회추위는 오는 28일 회의를 열고 지난 4월 확정한 내·외부 후보자 10명 중 회장 최종 후보자군 4명을 확정해 다음 달 16일 최종 후보자 1명을 선정한다. 최종 후보자는 같은 달 25일 열리는 회의에서 11월에 개최 예정인 임시 주주총회에 추천된다.

현재 차기 회장으로는 윤종규 현 회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윤 회장은 2014년 KB사태 이후 KB국민은행장과 겸임으로 회장 자리에 오른 후 조직을 빠르게 안정시켰다는 평을 받고 2017년 KB금융 회장으로 한 차례 연임했다. 당시 국민은행장으로는 현재의 허인 행장이 새롭게 선임됐다.

윤 회장이 이끈 지난 6년 간 KB금융은 몸집 확장은 물론 내실 다지기에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 회장은 취임 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현대증권(현 KB증권) 등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이끌었고, 올해 푸르덴셜생명까지 인수하며 취약점으로 여겨지던 생명보험사 보강까지 마무리했다. 금융지주사들의 고민인 ‘비은행 강화’에 주력하며 은행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KB국민은행은 1등 은행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어, 은행과 비은행 모두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올해 금융권의 가장 큰 이슈인 사모펀드 사태에서 KB금융이 한발 비껴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지난해 은행권을 중심으로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라임 펀드 사태, 옵티머스 펀드 사태 등 펀드 투자금 손실 사태가 잇따라 터지고 있는데, KB금융의 경우 KB증권을 제외하고 국민은행은 ‘사모펀드 무풍지대’로 불리고 있다. 사모펀드 사태로 금융권에 대한 실망감이 커진 상황에서, KB금융은 오히려 고객 신뢰가 더욱 두터워진 셈이다. KB금융의 자산관리 수수료를 중심으로 한 비이자이익은 전년과 비교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2분기에는 신한금융그룹을 제치고 리딩금융에 오르는 데도 성공했다. 상반기 누적 순이익에서는 아직 신한금융이 앞서고 있지만, KB금융이 사모펀드 사태에서 비교적 자유로워 충당금 부담이 덜한 데다, 올해 하반기부터 푸르덴셜생명 인수 영향까지 반영돼 올 한 해 리딩금융 자리를 탈환할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디지털과 글로벌 두 축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특히 글로벌은 KB금융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여겨졌지만 해외 시장을 꾸준히 두드리며 잇따른 낭보를 전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국민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속에서도 캄보디아 소액대출기관(MDI) 프라삭 지분 70% 인수, 미얀마 은행업 예비인가 취득,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 지분 추가 인수 등을 잇따라 성공시키며 해외 진출에 고삐를 죄고 있다.

이번 KB금융의 회장 자격요건에 △코로나19로 인한 세계적 위기 대응 △디지털 전환(DT)을 주도할 수 있는 역량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실천 의지 등이 포함됐다는 점 또한 윤 회장이 적합하다고 분석된다. 윤 회장은 취임 이후부터 이른바 착한 금융인 ESG경영을 강조해 왔다. 특히 올해는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새로 만드는 등 ESG경영 실천에 더욱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KB금융그룹.


◇ 3연임 부담될까…임직원 연임 찬반 투표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윤 회장이 3연임 행보를 이어간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금융권의 경우 지배구조 투명성에 대한 요구가 강해, 금융당국이 직접 나서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승계과정 등에 문제를 제기해 왔다. 각 금융사들은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손질하며 CEO들의 인사 권한을 줄이고 셀프 연임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윤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면 KB금융 첫 3연임 회장이 된다. 앞서 3연임에 성공한 국내 금융지주사 회장들은 4연임에 성공한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과 3연임을 한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김정태 현 하나금융 회장 등이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금융사에 CEO 승계과정을 전적으로 맡긴다고 하면서도, 선출 과정에 들어가면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감을 표시해 왔다"고 말했다.

KB금융 소속 10개 노동조합 지부로 구성된 KB금융 노동조합협의회(KB노협)가 20일 발표하는 임직원에 대한 윤 회장 3연임 찬반 투표 결과에서도 연임 반대 의견이 더 많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KB노협 또한 차기 회장 후보 선출 과정에 대한 절차상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단 임직원 투표의 경우 일부 노조 지부가 투표에 참여하지 않아 임직원들 의견을 모두 반영하지 못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앞서 KB금융 회추위는 회장 후보 추천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취지에서 지난 5월말부터 약 한 달간 주요 기관주주, 직원 대표, 노조 대표 등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KB노협 관계자는 "회장 연임에 대한 임직원들의 찬반 투표는 윤 회장 연임을 결정하던 3년 전 처음 실시한 후 두 번째로 하는 것"이라며 "앞서 회추위원들과 간담회를 가질 때 직원들 의견에 상당히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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