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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숫자로 내놔라" 조용병 회장의 어명…신한금융, '한 방' 찾을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8.14 16:41

조 회장, 경영회의서 "디지털 수익모델 구상하라"
디지털전략은 최고인데...국내외 아우를 '혁신모델' 갈증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최근 신한금융그룹 계열사 사장들에 디지털 전환과 관련해 구체적인 수치를 내놓으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금융그룹은 올해 '디지털 노아의 방주'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금융사의 틀을 깨고 디지털과 관련해 다양한 전략들을 실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들이 빛을 보기 위해서는 단순 고객 편의성을 넘어 그룹의 주 수익원이 될 만한 메인 상품을 만드는 것이 절실하다는 평가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 회장은 최근 그룹 경영회의에서 디지털 채널을 통해 수익화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구상하라고 주문했다.

조 회장은 당시 회의에서 디지털과 관련해 그룹사가 전사적으로 수많은 시간과 자금을 투입한 만큼 이제는 이에 맞는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 시기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계열사 사장들을 향해 실제로 그룹의 수익에 도움이 될 만한 모델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할 것을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조 회장의 이같은 발언은 신한금융그룹이 디지털과 관련해 ‘강력한 한 방’이 부족하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회장은 디지털 전환이 실제 성과와 수익원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상대적인 순위에 불과한 '1등'이 아닌 디지털을 통해 금융사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일류 신한'으로 도약해야 한다는 의미다.


◇ 디지털 전환, 조 회장이 직접 진두지휘...경쟁사도 '인정'

실제 신한금융그룹의 '디지털' 전략은 다른 금융그룹사들도 인정할 정도로 체계적이고도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 회장은 임직원들을 향해 '디지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을 넘어 그룹사 최고경영자(CEO) 모두가 디지털에 대한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했다. 올해 3월 ‘디지털 기술 후견인 제도’를 도입해 각 계열사 CEO가 디지털 후견인을 맡아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굴하도록 했다. 또 그룹의 주요 디지털 사업 의제를 논의하고 실행을 지원할 ‘디지로그 위원회’를 신설했다. 조 회장이 직접 위원장을 맡고 은행 등 7개 그룹사의 CEO가 위원으로 참여한다.

조 회장이 디지털과 관련해 그룹사 CEO에 거는 기대는 지난달 말 열린 하반기 신한경영포럼에서 더욱 구체화됐다. 조 회장은 당시 포럼에서 "디지털 리더십을 CEO, 경영진 선임에 주요 자격 요건으로 활용하겠다"고 강조했다. 즉 CEO가 디지털 기술과 트렌드 흐름을 이해하고 조직원의 참여를 유도해 성공적으로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는지를 비중 있게 보겠다는 의미다.


◇ 시도는 혁신적인데...금융사 선도 수익모델 '갈증'


문제는 디지털에 대한 다양한 시도와 투자에 비해 결정적인 사업 모델이 아직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신한은행의 대표적인 비대면 대출 상품인 ‘쏠편한 직장인대출S’는 지난달 말 기준 대출잔액 3조9702억원으로 순항하고 있지만 다른 경쟁사에 비해서는 시장 장악력이 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하나금융은 국내는 물론 해외 주요국을 아우를 수 있는 다양한 비대면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가능하지만 온라인에서는 안되는 서비스가 무엇인지를 찾고, 고객 편의와 함께 수익성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상품을 내놓는 것이 하나금융의 디지털 전략이다. 일례로 하나은행이 지난해 6월 출시한 ‘하나원큐 신용대출’은 3분 컵라면 대출로 불리며 고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하나은행과의 거래가 없어도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와 공인인증서만 있으면 하나은행 스마트폰 뱅킹인 ‘하나원큐’에서 24시간, 365일 은행 방문이나 별도의 서류 제출 없이도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해당 서비스는 입소문을 타고 출시 이후 약 한 달 만에 대출 실적 5000억원을 달성했으며,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누적 기준 신규취급액은 3조4000억원에 달한다. 하나은행이 작년 12월 은행권 최초로 내놓은 모바일 신용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도 주목을 받고 있다. 고객들은 하나원큐 앱에서 서류 없이 대출을 신청하고 원하는 시간 대에 영업점을 한 번만 방문하면 된다. 해당 서비스들은 국내 최초 전자지급수단 글로벌 지급결제 플랫폼인 ‘GLN’과 함께 하나금융을 대표하는 비대면 상품으로 거듭났다.

▲상반기 신한금융 디지털 채널 통한 영업수익.


◇ 금융그룹 중 유일하게 '디지털 플랫폼 성과 공개

디지털 전환과 수익원 확보에 대한 조 회장의 갈망이 어느 정도인지는 신한금융그룹의 실적 발표 자료에서도 볼 수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국내 금융그룹 중 유일하게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이는 각 계열사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인터넷 등 디지털 채널에서 나오는 펀드 판매, 비대면 금융상품 등 모든 수익들을 합산한 결과물이다. 금융사들이 소리없는 격전지를 벌이는 ‘디지털 분야’에서 어떻게 수익을 낼 수 있을지는 모든 금융사의 고민이기도 하다. 다만 조 회장의 경우 그간 디지털에 대해 꾸준히 투자를 단행했기 때문에 수익 모델을 발굴하는데도 더욱 조급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또 다른 금융사 관계자는 "특정 상품이 아닌 각사별, 그룹사 전사적으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얼만큼의 수익을 냈는지를 보려면 굉장히 까다로운 작업을 거쳐야 한다"며 "이는 조 회장이 디지털에 대한 열의는 물론 세부 성과나 수치까지 중요하게 본다는 뜻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한지주 측은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고 고객들이 편리하게 디지털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성과들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며 "디지털 소외계층도 잘 아우르면서 변화하는 금융환경에 맞춰 끊임없이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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