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바(사진=연합) |
최근 들어 고공 행진을 해왔던 국제 금값의 상승세에 제동이 걸리면서 향후 금 가격 전망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주춤해진 금값에 대해 일시적인 조정이 나왔다고 평가하면서 중장기적인 상승세는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12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물 금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2.70달러(0.1%) 상승한 1949달러에 마감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 불확실성과 달러 약세에 힘입어 무서운 상승랠리를 이어왔고 이달 4일에는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200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제 금 가격이 지난 11일(현지시간) 4.6% 가량 급락하면서 온스당 2000달러 고지를 5거래일만에 내주는 등 1900달러대로 다시 후퇴한 상황이다. 로이터통신은 "화요일(11일) 금값은 최대 6.2%까지 하락하기도 했는데 이는 2013년 4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며 "은 가격 역시 이날 15% 가량 폭락하면서 과거 2008년 10월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금 현물 가격이 오전 장중에는 온스당 1876.32달러까지 내려왔지만 오후에 1900달러선을 다시 탈환했다.
우선 미국의 코로나19 확산세의 진정 조짐이 나타났고 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백신을 등록했다는 소식이 금값 하락을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존스홉킨스대학의 코로나19 집계통계를 CNBC가 분석한 결과, 지난 한 주 동안 미국에서 발생한 신규 확진자가 그 전주에 비해 38%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의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도 전월 대비 0.6% 상승하면서 전문가 예상치인 0.3%보다 많이 증가했다.
이런 요인들이 맞물리면서 뉴욕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역대 최고치에 근접하고, 10년 만기 미국 국채의 수익률도 하루 7bp(1bp=0.01%포인트) 상승했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의 ‘금 쏠림’ 현상도 완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필립퓨처스는 투자노트를 통해 "경기지표가 개선되고 러시아가 코로나19 백신을 등록했다는 소식이 리스크가 큰 투자처로 관심을 이끌었다"며 "특히 이같은 소식들은 향후 경기부양 패키지에 대한 기대감도 낮추기 때문에 금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HDFC증권은 "러시아의 백신 소식은 일부 투자자들이 금에 대한 수익을 실현하고 주식으로 다시 넘어갈 수 있도록 해준 일종의 신호였다"고 평가했다.
필립퓨처스는 또 "달러화가 조금씩 힘을 받고 있는 점 역시 금값을 받쳐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한 달러 인덱스는 지난 주까지만 해도 92선에서 맴돌았지만 12일에는 93.429를 기록했다. 금은 달러화로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화 가치가 상승하면 금의 상대적인 가격 매력이 낮아져 수요가 감소한다.
◇ "금값, 하락반전 가능성 낮아…장기적으로 우상향"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국제 금값이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은 낮다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연방은행의 비벡 다르 애널리스트는 "(11일) 가격 폭락이 금값 반전의 시작을 알리는 것을 아직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루라인퓨처스의 필립 스트레이블 수석 전략가는 "(11일의) 급락은 건강한 조정이었다"면서 "더 많은 사람이 매수에 나설 수 있게 도울 것이고 올해 말까지 금과 은 가격이 랠리를 이어가면서 각각 온스당 2500달러, 35달러까지 찍어 신기록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비둘기파적인 모습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동일한 펀더멘털적 요인이 금값을 지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2분기 영국 경제가 20.4% 위축된 것으로 나오면서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
HSBC의 제임스 스틸 수석 전략가는 "세계 경제는 여전히 많은 문제를 직면하고 있고 이는 금을 지지하고 있다"면서 "지정학적 위험과 계속되는 통화 및 재정 부양책이 금 하락을 제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기적으론 국제 금값이 우상향세를 보일 것이란 시각도 제기됐다.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군드라흐 더블라인캐피탈 대표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미국의 경기부양책이 재정적자의 확대를 야기시켜 달러가 더욱 약세를 보일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단기적인 달러 약세는 주춤해졌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달러화가 더욱 하락할 것으로 예상돼 결국 금값은 더욱 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금값이 최근 큰 폭으로 하락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큰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군드라흐 대표는 "단기적으로 봤을 때 금값은 고점 부근에서 항상 재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르 애널리스트 역시 "현재 국제 금 시장은 전례 없는 환경에 속해 있고 지난 11일에 일어났던 조정은 변동성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에너지경제신문 송재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