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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위치한 LG전자 테네시 세탁기 공장에서 현지 직원들이 세탁기를 생산하고 있다. |
[에너지경제신문=이종무 기자] 미국의 세계적인 가전 기업 월풀이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세탁기 세이프가드(긴급 수입 제한 조치)’ 연장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사 세탁기 사업이 크게 위축될 것을 우려해 사실상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경쟁사를 노린 조치로 풀이되지만, 국내 업체에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월풀은 이달 초 ITC에 대형 가정용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를 연장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서를 제출했다. 세이프가드는 수입 업체가 제품을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판매해 국내 제조사가 피해를 봤을 때 발동되는 조치다.
세탁기에 대한 미국의 세이프가드는 2017년 월풀의 청원으로 2018년 2월 7일 발효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세탁기 세이프가드 3년 차로 대형 가정용 세탁기 완제품 기준 수입물량 120만 대까지는 16%, 그 이상은 40%의 관세를 매긴다.
월풀은 지난 2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한 40억 4200만 달러(약 4조 9000억 원)를 기록했다. 이는 LG전자의 2분기 생활가전(H&A) 사업 매출액(5조 1551억 원)을 밑도는 실적이다. LG전자는 2년 연속 세계 가전 시장 1위(상반기 기준)를 차지했다. 세탁기 단일 품목으로만 봐도 월풀은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비해 뒤쳐진다. 현재 미국 세탁기 시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점유율 21%, 17%를 차지하고 있으며, 월풀은 16% 정도다.
세이프가드 3년 차에도 사실상 큰 이익을 얻지 못한 월풀이 세이프가드가 종료될 경우 자사 세탁기 사업이 크게 위축될 것을 우려해 부랴부랴 재청원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번 월풀의 청원은 내년 2월 세이프가드 종료 시점을 6개월여 앞두고 이뤄졌다.
그동안 국내 기업에 큰 영향이 없었던 만큼 내년 세이프가드가 재발동한다 해도 국내 업체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거란 시각도 지배적이다. 삼성전자는 세이프가드가 발동한 2018년 1월부터 미 가전 공장을 가동했고, LG전자는 지난해 5월 미 테네시 세탁기 공장을 열고 이곳에서 현지 판매 제품을 대부분 공급하며 세이프가드 영향에서 벗어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