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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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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코로나19 백신에 쏠린 눈...미·러 제2의 냉전 체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8.12 13:56

세계 최초로 깜짝 발표...과거 우주 이어 백신경쟁 점화

美·서방국 '안전성' 의문 제기 "품질·효능 등 알려진 자료없어"

러 "향후 결과물 모두 공개할 것"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우)


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공식 등록했다고 발표하면서 과거 냉전기 미국과 소련의 경쟁 체제를 연상케 한다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러시아가 백신의 명칭을 ‘스푸트니크 V’(Sputnik V)라고 지었기 때문이다. 스푸트니크 1호는 1957년 러시아의 전신인 소련이 전 세계 최초로 쏘아 올린 인공위성 이름이다. 두 세력간의 과거 우주 경쟁이 현재 백신 개발 경쟁으로 번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미국, 독일 등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백신의 안전성을 문제 삼으면서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반면 러시아 측은 정치적 동기에 따른 편견이라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 세계 충격 안겨준 ‘스푸트니크 1호’ 위성

소련의 스푸트니크 1호 발사는 당시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던 미국에는 큰 충격이었고, 1960년대 미소 냉전 체제에서 치열하게 전개된 우주 경쟁의 도화선으로 작용한 사건이다. 소련은 한발 더 나아가 1961년 유리 가가린이 보스토크 1호를 타고 우주 비행에도 성공해 인류 최초의 우주 비행사를 배출한 국가까지 됐다.

다급해진 미국은 1961년 5월 60년대가 끝나기 전 사람을 달에 착륙시키겠다는 목표를 발표했고, 1969년 7월 아폴로 11호가 닐 암스트롱 등 3명의 우주인을 태우고 최초의 달 탐사를 마친 뒤 귀환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유럽, 중국 등 전 세계적 백신 개발 경쟁을 언급한 뒤 "이번 백신 명칭은 러시아 정부가 국가적 자존심과 전 세계적 규모의 경쟁 일부로서 백신 개발 경쟁을 보고 있음을 상기해준다"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도 백신 명칭에 대해 "냉전 시대 우주 경쟁에서 소련이 성공했다고 비유한 것과 비슷한 움직임"이라며 "일부 과학자는 러시아가 안전보다 국가적 위신을 우선에 두고 있다고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 러시아 코로나19 백신에 짙어지는 우려…‘안전성은?’


이렇듯 스푸트니크 1호의 성공적인 발사는 세계적 놀라움과 동시에 소련에 맞서던 서방 진영의 경계심을 촉발했다. 그러나 러시아 백신 스푸트니크 V를 바라보는 서방 국가의 시각은 우려가 더 커 보이는 모양새다.

수천~수만 명을 상대로 몇개월 간 진행되는 3상 임상시험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성급한 백신 등록과 접종은 안전성을 담보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스콧 고틀립 전 미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12일 미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스푸트니크 V)를 임상실험 외엔 유통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최대 300명에 달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마친 상황임으로 대규모의 임상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주의를 권고했다.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 역시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백신에 있어 중요한 것은 최초(여부)가 아니다"라며 "중요한 것은 미국인과 전 세계인에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백신이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3상 임상시험으로부터 확보된 투명한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독일도 "환자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러시아 백신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보건부 대변인은 현지 매체 RND에 "러시아 백신의 품질과 효능, 안전성에 대해 알려진 자료가 없다"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타릭 야사레비치 WHO 대변인은 "러시아 당국과 긴밀히 접촉하고 있으며 백신에 대한 WHO의 사전 자격 인정 가능성에 대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WHO는 백신과 의약품에 대한 사전 자격 심사 절차를 마련한 상태"라면서 "어떤 백신이든 사전 적격성 심사에는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모든 필수 자료의 엄격한 검토와 평가가 포함된다"고 알렸다.


◇ "백신에 대한 편견은 정치적 동기…경쟁 아니다"

반면, 러시아는 국제사회의 회의론을 적극 반박하고 있다.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국부펀드(RDIF) 최고경영자(CEO)는 11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백신에 대한 편견에 정치적 동기가 따랐다"며 "백신은 러시아가 하는 어떤 일에도 상관없이 조사를 받았으며, 앞으로도 조사를 받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임상 1, 2상에 이어 동물 실험결과까지 확인했고 모두 놀라웠다"며 "향후 결과물을 모두 공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드미트리예프 CEO는 이와 별도로 성명을 통해 "(백신이) 국제사회로부터 상당한 관심을 받고 있다"며 "우리는 20개국으로부터 10억 회분 어치 사전주문을 받았고 최소 5억 회 이상의 백신을 제조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밝혔다.

앞서 드미트리예프 CEO는 과거 CNBC와의 인터뷰에서 백신 개발이 미국 등을 겨냥한 체 일종의 경쟁이 아니라고 강조한 바 있다.

CNBC에 따르면 러시아 백신에 대한 1, 2상 임상실험은 두 달 이내 종료됐으며 3상 실험은 12일(현지시간) 진행될 예정이다. 참여국은 아랍에미리트, 필리핀과 사우디 아라비아로 전해졌다.

한편, WHO에 따르면 세계 각국에서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은 150개 이상으로 이 중 26개가 인체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돌입한 상태다. 선두권에는 미국, 중국, 영국의 주요 제약사들이 있다.

그러나 백신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그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앤서니 파우치 NIAID 소장은 최근 미 브라운대 세미나에서 "아직 코로나19 백신의 효능이 어느 정도일지 알 수 없다"면서 "50%가 될지 60%가 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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