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전지성 기자

jjs@ekn.kr

전지성 기자기자 기사모음




감사원 월성1호기 감사발표 임박에 정치권 '촉각'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8.05 16:17

야당, 학계 "여권, 감사원 흔들기" 비판 목소리 고조

▲최재형 감사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감사원의 월성 원전 1호기 감사발표를 앞두고 학계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5일 "감사원이 이 사안을 정치적으로 평가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한수원 이사회와 경제성평가의 절차적 문제를 확인해주는 것이 감사원의 역할이다. 정치적 책임 소재를 밝혀내는 일은 국회가 할 일이다. 감사원이 걱정할 일이 절대 아니다. 감사원이 권력에 휘둘리고 정권 입맛대로 감사하면 존립 명분이 사라진다"라고 말했다. 그는 "감사원이 확인해줘야 하는 내용은 간단하다. 이사회가 정상적으로 소집되었고, 이사들에게 제공된 자료가 합법적으로 준비되었고, 의결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는지를 밝혀주기만 하면 된다. 구체적으로는 당시 산업부의 부당한 ‘지시’가 있었는지, 한수원 경영진이 회계법인의 독립적 경제성 평가를 방해할 목적으로 부당한 ‘요구’나 ‘설득’을 했었는지, 이사들에게 충분한 자료가 ‘제공’되었는지, 그리고 의결은 이사들의 자유의사에 의한 것이었는지를 확인해주면 된다. 디지털 포렌식을 동원하면 감사원이 그야말로 한나절에 끝낼 수 있는 간단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박상덕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수석연구위원은 "정부계획이 모두 짜 맞추어진 상황에서 월성1호기의 영구정지를 시도했기에 이제는 덮어주려 해도 덮기 어렵게 된 상황"이라며 "국회에서 정재훈 한수원 사장이 ‘국정과제에 따라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월성1호기가 배제됐고, 이사회에서 경제성 외에 사회적 수용성과 안전성 등도 병행검토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수원은 공기업으로써 정책협조요청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말한 게 증거"라고 꼬집었다.

정치권의 논란은 한층 가열되고 있다. 특히 여권에서 연일 감사원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어 결과에 따른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야권에서는 여당이 감사원의 독립성을 대놓고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윤석열 검찰총장 및 최재형 감사원장 발언 논란과 관련, "검찰총장이나 감사원장, 그 누구도 직분에 충실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올해 2월 정세균 국무총리도 최 원장을 소환하고, 총리실의 관료를 감사위원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이후 당초 2월까지였던 감사기간이 지금까지 반년이다 더 연장됐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4월 9일 감사원 감사위원회 직권회의에 참석, 최재형 감사원장이 문재인 정부의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계획을 두고 "대선에서 41% 지지밖에 받지 못한 정부의 국정과제가 국민의 합의를 얻었다고 할 수 있겠느냐", "대통령이 시킨다고 다 하느냐"는 등의 발언을 했다고 폭로해 최 원장을 압박했다. 이에 여당에서는 최 원장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장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감사를 했다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상식적으로 수명이 다해서 연장하는 원전이 경제성이 있을 것 같지 않다"며 "불가피하게 연장을 한다면 전력수급 때문일텐데 지금 전력수급의 사정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경제성에 집중해서 판단한다면 폐쇄결정이 맞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고 마치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기 위한 입장에서 출발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근본적인 감사의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지난달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실질적인 감사 사무 결정 및 업무에 대해서는 감사원 내부 규칙과 규정에 의해 적절히 통제되고 있다. 감사위원회 운영에 있어 감사원장도 위원 중 한명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한편 감사원에서는 월성1호기 원전의 경제성이 충분하다는 결론이 났지만 감사위원회에서 계속해 부결되며 지금까지 발표가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윤모 장관은 "월성1호기 조기폐쇄는 경제성 외에 안전성 수용성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한 것"이라며 "한수원에서도 이사회에서 그러한 요소를 고려해 결정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통합당 관계자에서는 "이 발언이 경제성이 있다는 방증이다. 경제성 평가의 적절성을 조사하는데 다른 요인을 끌고 들어와 물타기를 하고 있다"며 "월성1호기가 경제성이 있다고 나오면 탈원전이 실정이었다는 게 밝혀져 레임덕이 올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의 감사에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하는 상황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채익 미래통합당 의원은 이낙연 의원의 발언 바로 다음날인 5일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권이 연일 공격하는 최 원장의 발언은 중대사안인 탈원전 정책을 국민적 합의를 거치지 않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는 지적"이라며 "감사원장의 직분에 매우 출신한 발언인데 여권은 왜 곡해해서 공격하느냐"고 되물었다. 이 의원은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을 떨어트리기 위해 가동률과 판매단가를 낮추는 명백한 조작이 있었고 증거물도 수두룩하다"며 "여권은 본인들이 제 발 저리니까 어떻게든 막아보고자 감사원에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공정과 정의를 외쳐 온 문재인 정권이 헌법기관장을 흔드는 것은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국기문란 행위"라며 "감사원장 흔들기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대나무는 바람에 흔들려도 부러지지 않듯이 감사원도 여권 압박에 굴하지 말고 제대로 끝내고 숨김없이 발표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한편 감사원은 여전히 감사결과와 발표 시기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