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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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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플랫폼 강자' 노리는 네이버에...금융권 속내 ‘복잡’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8.04 08:08

우리은행, 네이버 지도서 영업점 대기인원 정보제공
고객들 네이버에서 영업점 위치 확인 및 방문 착안
금융권, 네이버 경쟁력 알지만...‘금융규제 우회로’ 불편
"각 업권 고유영역 지키고 상생할 수 있는 방법 많아"

▲네이버.


네이버가 온라인 플랫폼을 무기로 금융시장에서 빠르게 영토를 확장하면서 이를 바라보는 금융권의 속내도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네이버는 방대한 데이터와 플랫폼을 보유한 만큼 금융권에서는 네이버가 갖고 있는 방대한 데이터와 플랫폼을 활용한다면 자사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만큼 표면적으로는 ‘협업’을 내세우고 있다. 다만 네이버가 라이선스를 보유하지 않은 채 금융당국 규제의 사각지대를 피해 상품을 출시하는 것을 두고 역차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우리은행, ‘네이버 플랫폼 활용’ 영업점 확인서비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국내 금융권 최초로 네이버에서 서울 수도권 주요 영업점의 실시간 대기인원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객들은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영업점별 상세페이지에서 영업점 방문 전 모바일 번호표를 발급받아 편리하게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우리은행은 빅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각 영업점 시간대별 예상 대기 시간을 제공하는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이렇듯 우리은행은 네이버를 막연한 경쟁자보다는 언제든지 공생하고 협업할 수 있는 대상으로 삼은 분위기다. 네이버가 보유한 데이터와 플랫폼을 활용하면 은행권 역시 고객들에게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우리은행은 많은 고객들이 네이버를 통해 영업점 위치를 확인하고 방문한다는 점에 착안해 이번 서비스를 출시하게 됐다. 앞으로 서울을 넘어 전 영업점에서도 시간을 확인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 금융시장 두드리는 네이버, 불편한 금융사...‘규제는 똑같이’

금융권에서는 네이버가 보유한 확장성과 빅데이터, 플랫폼 경쟁력 등에 대해서는 후한 점수를 주면서도 네이버의 금융영토 확장에 대해서는 다소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는 표면적으로 ‘기존 금융사들과 좋은 협력관계를 맺고 싶다’고 수차례 공언하지만 금융사와 달리 당국의 규제를 받지 않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지적이다. 가령 네이버의 금융 전문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은 미래에셋과 함께 연내 네이버스마트스토어 사업자를 대상으로 대출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여신 관련 라이선스는 없지만 미래에셋캐피탈의 ‘지정대리인’으로 대출심사를 수행한다. 대출 관련 규제는 네이버가 아닌 미래에셋캐피탈이 받는다. 국내 한 금융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금융사를 규제하는 것은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며 "금융규제를 받지 않고 상품을 출시할 경우 그 피해나 사고에 대한 책임이 고스란히 소비자 몫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사와 IT기업 간에 ‘역차별’ 문제도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있다. 이달 시행을 앞둔 마이데이터 사업은 각 금융사에 산재한 개인정보를 한곳에 모아 관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기에 참여하는 금융사들은 고객의 각종 금융거래 정보를 네이버 등 다른 업체에 개방하지만 네이버는 네이버 본사의 막대한 검색 정보가 아닌 네이버파이낸셜이라는 신생 자회사가 보유한 제한된 정보만 공유할 수 있다. 또 다른 금융사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다른 산업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각종 제약이 많다"며 "국내 시장의 파이는 한정돼 있는데 금융사들은 규제에 묶여있고 핀테크 기업들은 당국의 암묵적인 용인 아래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금융사가 네이버와 협업하고 공생하는 관계가 되기 위해서는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고 네이버 역시 금융사들과 상생할 수 있도록 적당한 ‘선’을 지켜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IT 업계와 금융권 등 각 업권의 고유 영역을 지키면서도 충분히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며 "자신들의 플랫폼에서 금융상품을 출시하고 수수료를 수취하는 것은 상생이 아닌 ‘독점’"이라며 "네이버 등 IT 업계와 금융사가 각자의 고유 영역을 지키면서도 소비자들에게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한 만큼 파이 빼앗기보다는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모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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