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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1(우)원전과 2호기(좌) 전경. (사진=한수원) |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발전산업에서 탈원전의 역주행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원자력 발전 비중을 낮추겠다는 정부 정책 방향과 달리 원자력 발전 의존도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있는 것이다.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 선언에도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는 셈이다.
이는 에너지 전환을 위한 탈원전의 대체 에너지 개발이 마땅치 않은데다 원전 효율성에 대한 유혹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은데 따른 현상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산업계에선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집착해 에너지 전환을 과속 추진하다가 뒷감당을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현실을 직시해 탈원전의 상징으로 꼽히는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중단을 철회하고 건설 재개를 서두를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15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원전 이용률은 올해 들어 6월까지 평균 77.58%를 기록했다. 2018년 65.9%, 2019년 70.6%인 점을 감안하면 원전 이용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탈원전 방향을 담은 에너지 전환 정책을 본격 추진한 뒤 원전 의존도는 반대로 해마다 커지고 있다.
탈원전의 역설이란 해석에 토를 달기 곤란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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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별 평균 원전 이용율(2002년은 1∼6월까지 평균, 단위:%) [자료=한수원] |
특히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본격화된 올해 3월부터는 월별 원전 이용률이 줄곧 80%를 넘나들었다. 전력 성수기인 7∼8월 한 여름철 무더위 기간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전날 발표된 정부의 한국형 뉴딜계획에 따라 추진 예정인 그린뉴딜 목표달성을 위해 원전의 역할론이 대두되며 업계를 중심으로 탈원전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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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탄소배출이 전혀 없는 원자력 발전을 줄이면서 ‘그린’ 뉴딜을 달성하겠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환경부도 이미 산업부의 ‘9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대해 온실가스 감축 방안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퇴짜를 놓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에너지안보 측면에서도 원전을 배제하겠다는 것은 당위성이 떨어진다. 9차 전력수급 계획을 총괄한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태양광이 늘수록 가격 경쟁력에서 앞서는 중국산(産) 수입은 늘고 있는 반면 우리 기업들 매출·고용은 줄고, 풍력 역시 덴마크·독일 기업 매출만 늘려왔다"고 말했다. 정부 보조금이 우리의 에너지산업의 생태계를 살리는데 사용되지 않고 중국·유럽 기업 지원에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전날 그린 뉴딜을 통해 향후 5년간 태양광·풍력을 현재의 3.4배로 더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원자력·석탄을 대신할 국내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소의 가스터빈은 전량 지멘스(독일), GE(미국), 미쓰비시(일본)로부터 들여오고 있는 상황이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지형적으로도 주력에너지가 될 수 없는 풍력, 태양광에 국비를 들여 외국업체만 좋은 일 시키는 것"이라며 "제조업 위주의 중화학공업 주축인 한국에서 고출력이 불가능하고 간헐성 문제도 큰 재생에너지로 ‘뉴딜’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원자력정책연대 관계자는 "그린뉴딜을 말하면서 전기요금 인상은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며 "지금도 발전단가가 가장 저렴한 원전 이용률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데도 맹목적으로 재생에너지 확대만을 주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그린뉴딜은 물론 코로나19 이후 발생할 산업침체, 경기침체, 일자리 부족 등의 문제를 해결을 위해서도 감사원의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경제성 평가 결과 발표와 신한울 3·4호기 재개 등 탈원전 정책을 재검토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재생에너지산업이 걸음마 수준인 상황에서 급속한 에너지 전환 정책 추진은 섣부르다는 주장도 나온다.
글로벌 에너지기업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이 최근 발표한 ‘세계 에너지 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전년보다 22.1% 증가했으나 우리나라 전체 발전량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 클럽으로 불리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가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14.5%)과 비교할 때는 여전히 3분의 1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