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조범동-정경심 ‘횡령 공모’ 부인

전지성 기자 jjs@ekn.kr 2020.06.30 20:4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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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 공모 혐의 중 ‘증거인멸 교사’만 인정…검찰, 입증 부담 커져
-재판부, ‘권력형 범죄’ 아니다 판단…정 교수 부부 재판에 유리하게 작용할듯

속행 공판 출석하는 정경심

▲자녀 입시비리·사모펀드 관련 혐의를 받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5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37)씨의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소병석 부장판사)는 조씨와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공모 혐의 3개 가운데 2개를 인정하지 않았다.

특히 ‘사모펀드 의혹’으로 직접 연결된 공모관계는 모두 부인한 만큼, 향후 조 전 장관과 정 교수의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검찰은 조씨가 본인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에 투자한 정 교수와 동생 정모 씨에게 일정 수익을 보장해 주기 위해 허위 컨설팅 계약을 맺고 1억5천여만원을 지급했다며 정 교수를 횡령죄의 공범으로 지목했다.

이후 해당 금액의 성격이 ‘투자’인지 ‘대여’인지를 두고 검찰과 정 교수 측은 공방을 이어왔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정 교수 남매가 조씨에게 총 10억원을 ‘대여’했고, 이에 대한 이자를 받은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정경심이 반복적으로 ‘투자’,‘수익률’ 등의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정경심은 원금과 일정 수익의 이자 반환 외에 피고인이 이를 가지고 어느 투자처에 어떤 방식으로 투자하는지 관심이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이는 정 교수 측이 재판 과정에서 해 온 주장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정 교수는 횡령 혐의에 대해 "빌려준 돈의 이자만 받으면 되는 것이라 자금의 성격을 정확히 알 이유가 없다"며 횡령의 공범이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

따라서 정 교수의 재판에서도 이런 주장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검찰은 2017년 7월 정 교수 가족의 자금 14억원을 코링크PE의 ‘블루펀드’에 출자받고도 금융위원회에는 약정금액 99억4천만원으로 부풀려 신고한 조씨의 거짓 변경보고 혐의에 대해서도 정 교수가 공모관계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 교수 측은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상황에서 공모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해 왔다.

재판부는 이날 조씨가 코링크PE의 대주주이자 최종 의사결정권자 지위에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조씨가 이런 거짓 변경보고와 관련해 거짓임을 인식하거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조씨의 혐의 자체를 무죄로 판단함에 따라 정 교수의 공모 혐의는 자연스레 인정되지 않았다.

결국 재판부가 이날 인정한 조씨와 정 교수의 공모 혐의는 증거인멸·은닉 교사 혐의 하나뿐이다. 지난해 조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정 교수가 조씨를 비롯한 코링크PE 관계자들에게 조씨 일가가 참여한 펀드가 ‘블라인드 펀드’라는 거짓 운용보고서를 만들게 하고, 관련 자료를 인멸·조작하도록 지시한 혐의다.

검찰로서는 조씨의 재판부가 부인한 공모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추가 증거와 더 치밀한 논리를 제시해야 하는 등 입증 부담이 커졌다.

이날 재판부가 조씨의 범행을 ‘권력형 범죄’라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점도 검찰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정 교수 부부의 남은 재판에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검찰이 당초 제시한 사모펀드 의혹의 얼개는 정 교수와 조씨의 ‘공생 관계’로 요약할 수 있다.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에 취임해 직접 투자를 할 수 없게 되자 정 교수가 조씨를 내세워 차명 투자를 하고, 조씨는 민정수석의 이름을 팔아 사업상 편의를 얻었다는 것이다.

조 전 장관이 이런 과정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았어도 정 교수의 차명 투자 등 일부 사실을 알았다고 검찰은 본다.

이를 배경으로 검찰은 조 전 장관에게 공직자윤리법 위반, 업무방해 등 혐의를 적용했다.

물론 이날 재판부가 이에 대해 판단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조 전 장관 측은 향후 재판에서 검찰이 주장하는 ‘검은 유착’을 부정한 조씨 재판부의 판단을 앞세워 적극적인 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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