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출규제 1년…반도체 코리아, ‘소부장'부터 챙겼다(종합)

이종무 기자 jmlee@ekn.kr 2020.06.30 19: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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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자회사 세메스 찾아 중장기 사업 점검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우수 소부장 협력사 ‘기술혁신 기업’ 선정


이재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세메스 천안사업장을 방문해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장비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이종무 기자]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요한 핵심 품목의 수출을 규제하는 조치를 취한 지 1년째. ‘반도체 코리아 연합군’으로 불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양사는 나란히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업체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현재까지 일본의 규제 조치 시행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소부장 분야를 적극 육성해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생태계를 더욱 굳건히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 이재용 "지속성장 필요 자산은 생태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30일 충남 천안에 위치한 세메스를 찾았다. 세메스는 삼성전자가 1993년 설립한 반도체 사업(DS) 부문 자회사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용 설비 제작을 전문으로 한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세메스 경영진을 만나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장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부회장이 세메스를 방문한 이날은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에 수출 규제 조치를 단행한 지 1년째 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해 7월 4일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 레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 등 3가지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에 대한 한국 수출 절차를 강화했다.

이 부회장이 세메스를 찾은 것은 미중 갈등 악화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이지만, 그동안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소부장 분야에 지원을 미루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일본이 규제 조치를 취한 지난해 7월 직접 일본 출장을 다녀온 직후 긴급 사장단 회의를 소집해 소부장 등 관련 단기 대책과 중장기 대응 전략을 논의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세메스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장비 생산라인을 둘러 보고 중장기 사업 전략을 점검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장비 산업 동향 △설비 경쟁력 강화 방안 △중장기 사업 전략 등을 논의했다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이 부회장은 현장에서 "불확실성의 끝을 알 수 없다. 갈 길이 멀다"면서 "지치면 안된다. 멈추면 미래가 없다"며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삼성전자 직원(왼쪽)과 삼성전자 협력사 이오테크닉스의 직원이 양사가 공동 개발한 반도체 레이저 설비를 함께 살펴보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특히 자신을 둘러싼 수사와 재판이 일정 부분 마무리된 뒤 계열사 챙기기부터 나선 데에는 전대미문의 불확실성 시대에서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자산은 생태계’라는 이 부회장 평소의 신념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반도체 분야 생태계 육성·지원으로 공급망의 안정화를 추진해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나아가 이를 신성장 동력으로 활용해 체질 개선 강화를 도모하겠다는 판단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 25일 ‘K칩 시대’라는 새로운 비전을 내놨다. 국내 반도체 협력업체들의 경쟁력을 끌어올려 한국 반도체 산업 전 분야의 체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인데, △국내 협력사들과 함께 설비·부품 공동 기술 개발(R&D) △중소 설비·부품사 대상 반도체 제조 컨설팅과 전방위적 경영 자문지원 △산학 협력을 통한 미래 반도체 우수 인재 육성 강화 등 국내 반도체 생태계 강화 방안을 내용에 담고 있다. 이러한 비전 작성에 이 부회장이 주도했다는 후문이다.

SK하이닉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30일 경기 이천 본사에서 (왼쪽부터) 이준호 엘케이엔지니어링 대표, 한태수 에버텍엔터프라이즈 대표, 김지석 쎄믹스 대표와 ‘SK하이닉스 4기 기술혁신 기업 협약식’을 갖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이석희 "기술 협업으로 경쟁력 높이자"

‘반도체 팀 코리아’의 또 다른 한 축인 SK하이닉스도 소부장 챙기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이날 3개 소부장 협력사를 ‘4기 기술혁신 기업’으로 선정하고 협약식을 체결했다.

기술혁신 기업은 SK하이닉스가 국내 소부장 협력업체 중 국산화 잠재력이 높은 중소기업을 선정해 지원하는 사업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시행보다 한참 앞선 2017년부터 매년 지정해오고 있다.

기술혁신 기업으로 선정된 협력사들은 2년간 SK하이닉스와 제품을 공동 개발하고, SK하이닉스에서 일정 물량의 구매를 보장받을 수 있다. 기술 개발을 위한 무이자 자금 대출지원과 경영 컨설팅도 제공 받는다. 이에 따라 협력사 입장에서는 개발된 제품을 SK하이닉스 생산라인에서 직접 시험해볼 수 있어 개발 기간 단축과 제품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게 SK하이닉스의 설명이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쎄믹스, 엘케이엔지니어링, 에버텍엔터프라이즈 등 3개 소부장 협력사를 4기 기술혁신 기업을 선정했다. 앞서 2018년 선정된 2기 기술혁신 기업이 올해 만료된다. 2기 기업 대부분은 SK하이닉스와 제품 공동 개발을 조기 완료해 양산에 돌입했거나 양산을 준비중이다. 지난해 선정된 3기 기업들은 현재 SK하이닉스와 공동 기술 개발을 진행중이다.

업계에서는 일본 수출규제 조치 시행 1년째 되는 시기에 코로나19 등 어려움 속에서도 국내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하겠다는 이 사장의 상생 협력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장은 이날 협약식에서 "코로나19로 어려움이 많지만 기술 협업으로 양사 경쟁력을 높이고 국내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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