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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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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홍콩 특별대우 지위 박탈…국내 산업계 ‘긴장’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6.30 15:04

"예상했다"는 반응 속 반도체 등 중국 직수출로 대응

미중 갈등 격화가 더 문제…"중국 무역의존도 줄여야"

중국과 경쟁 석유화학·철강제품 등의 美 수출엔 호재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이 29일(현지시간)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 지위를 박탈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김민준 기자] 중국이 지난 5월 ‘홍콩 국가보안법’을 통과시킨 이후 예상대로 미국 상무부가 29일(현지시간)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 지위를 박탈하겠다고 밝히면서 우리나라 산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홍콩이 특별대우 지위를 잃으면 일부 수출 전선의 변화가 불가피한 데다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될 수 있어 양 국가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에 놓인 우리 기업이 낭패를 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미중 변수까지 커지면서 국내 산업계는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은 1992년 홍콩법을 제정해 비자 발급, 투자 유치, 법 집행 등에서 홍콩을 특별 대우하면서 아시아 대표 금융·물류 허브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번에 미국이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 지위를 박탈하면서 홍콩은 중국 본토와 마찬가지로 미국이 부과하는 최대 25%의 추가관세를 부담해야 한다. 금융허브로서의 역할 상실은 물론 외국계 자본의 대거 이탈도 예상된다.

홍콩의 특별지위 상실은 수출주도형인 우리나라에는 타격이 크다. 홍콩은 총수입 중 89%를 재수출하는 중계무역 거점으로, 총수입 중 50%가 중국으로 재수출되는 대중국 수출 거점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 홍콩은 4위 수출 대상국(중국·미국·베트남·홍콩 순)으로, 홍콩으로 수출하는 우리 제품 중 114%가 제3국으로 재수출되며 이중 98%가 중국으로 향하는 물량이다. 

또한 홍콩은 금융·물류 인프라, 조세체계, CEPA(포괄적 경제 동반자협정) 등 이점을 보유하고 있어 우리 기업들은 홍콩을 대중국 수출·투자 채널로 활용하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 제품 중 홍콩을 경유해 미국으로 재수출되는 비중은 1.9% 수준으로 미미해 미국의 홍콩 특별지위 박탈로 인해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하지만 홍콩이 금융허브로서의 지위를 상실하고, 경유국으로 활용하는 이점이 사라지면서 우리 기업들은 홍콩 경유 대신 중국으로의 직수출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홍콩 수출액은 319억달러로, 이 가운데 반도체 비중이 69.8%로 상당수를 차지했다. 반도체 업계는 일단 중국과의 직수출로 대응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인프라 여건이 개선되면서 종전에도 직수출로 많이 전환한 상태"라면서 "반도체는 중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무관세 품목이어서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홍콩은 좋은 입지로서 물류창고로 활용도가 높았는데 물류나 금융허브 등의 이점까지 상실하게 됐다"면서 "중국 심천으로 직수출하거나 대만에서 중국 대륙으로 우회 수출을 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물류비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대기업을 제외한 중소·중견기업들은 물류비용 증가가 부담이 될 수 있고, 수출을 위한 항공편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 주요국별 홍콩 경유 재수출 현황(2019년)               (단위:억 달러, %)
      중국 대만 한국 일본 미국 말레이시아
해당국 → 홍콩  ⓐ 2,628  422  281  323  272  207 
해당국 → 홍콩 → 제3국  ⓑ 2,755  530  321  253  179  147 
      해당국 → 홍콩 → 중국  ⓒ 1,109  469  276  219  112  113 
재수출 비중  ⓑ/ⓐ 104.8% 125.7% 114.1% 78.4% 65.6% 71.1%
중국向 재수출 비중  ⓒ/ⓐ 42.2% 111.2% 98.1% 67.8% 41.0% 54.4%


◇ 석유화학·철강·플라스틱 미 수출은 경쟁우위

정유업계와 석유화학업계도 당장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홍콩으로 수출되는 물량은 거의 없고, 대부분의 거래가 장기 계약이어서 당장 대응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제품 중 홍콩을 경유해 중국으로 수출되는 물량이 60%를 넘어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수출과 공장 등 글로벌 공급망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 내수비중이 큰 업종은 아예 중국내 현지화, 기술개발 노력을 강화하고, 중국 내수시장에서 매출 비중이 낮은 업종은 중국 대신 다른 국가로 생산지역을 변경하는 등 의존도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중 갈등으로 우리나라 수출산업에 기회요인이 발생하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미중 갈등의 확대로 중국이 홍콩을 경유한 대미 수출길이 막힐 경우 우리 기업의 대미 수출에 있어 상대적 경쟁 우위 확보가 가능하다"면서 "특히 수출경합이 높은 석유화학, 가전, 의료·정밀광학기기, 철강제품, 플라스틱 등에서 우리 수출의 반사이익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미국의 대중 제재로 중국과 경쟁관계에 있는 스마트폰, 통신장비 시장에서도 우리 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 확대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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