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장의 사퇴가 책임있는 것인가?

전지성 기자 jjs@ekn.kr 2020.06.26 15: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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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장(강원대 공공행정학과 정정화)이 전격 사퇴하였다. 보도자료 형태로 발표된 그의 ‘사퇴의 변’은 구구절절 탈핵시민사회계의 불성실함과 불참을 지적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라는 주제는 애당초 만만한 게 아니었다. 지난 30년간 탈핵단체가 사용후핵연료 처분부지 확보를 위한 원자력계의 노력을 무산시키는데 얼마나 끈질기게 훼방을 놓았는지 그 심각성을 알았어야 했다. 그들이 무산시켜놓고도 화장실이 없는 아파트라는 비난을 쏟아낼 만큼 뻔뻔하고 적반하장적인지를 알았어야 했다.

2004년 제253차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을 국민적 공감대하에서 추진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2013년 20개월에 걸쳐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를 추진하였다. 그 권고사항은 2020년까지 지하연구시설(URL) 부지를 확보하고 중간저장시설을 건설하는 것, 중간저장시설과 URL은 2030년에 가동하는 것 그리고 2051년 영구처분시설을 운영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일정을 맞출 수 없는 불가피한 경우가 발생하였을 때 각 원전 부지 내에 단기 건식저장시설을 설치한다는 것이었다.

2019년 정부가 공론화를 다시 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을 지연시키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있었다. 1년 만에 공론화를 다시하고 URL 부지를 확보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또 이전 공론화의 문제점을 적시하지 않고 재공론화를 결정한 것도 우습다. 산업부의 옹색한 답변은 탈핵시민사회계가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들이 참여하지 않아서 권고안에 무슨 문제가 제기되었는지 또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무슨 문제가 제기되었는지가 중요하지 국민을 대변하는 것도 아닌 탈핵단체가 참여하지 않아 무슨 문제라는 말인가?

이번 공론화에서도 탈핵시민사회계는 참여하지 않았다. 억지로 재검토위원회를 만들어서 탈핵시민사회계 출신의 위원들을 채워 넣었지만 얼마간 참여하다가 일괄 사퇴해 버리고 말았다.

공론화라는 과정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 정책의 권위를 부여하는 과정이다. 위원회의 독립적 권고안은 정부주도의 계획보다 권위가 서는 것이다. 이 때문에 법적으로 필요한 절차가 아님에도 굳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위해 추진했던 것이 공론화인데 2013년에 수행된 공론화의 권위를 무너뜨려 버리고 새로운 권위를 세울 수 있었겠는가? 산업부가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를 다시 하겠다고 하였을 때, 이미 공론화는 망가져버린 것이다.

원전부지에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기 위한 설비가 포화되어가는 시점에서 원전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공론화를 서둘렀어야 했다. 그렇기 위해 이전 공론화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만을 다시 논의할 것을 제안하였다. 또 전국단위 공론화와 지역단위 공론화가 동일한 내용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면 병행하여 논의할 것을 제안하기도 하였다.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의 포화시기 예측과 같이 결론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에는 시간을 할애하지 말 것을 요구하였다. 모두 거절되었다.

사용후핵연료 관리시설의 안전성과 같은 논의는 말로써 안전여부를 합의하기 어렵고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결론을 낼 사안이므로 논의에서 배재하자는 당연한 자연과학적 주문도 거절하였다. 위원회는 마치 뇌가 없는 사람처럼 아무런 판단도 하지 않으려 했다.

월성부지내에 사용후핵연료 임시보관시설인 맥스터를 건설하는 것은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이나 영구처분시설이 아니기 떄문에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의 대상도 아닌 것을 지역공론화의 대상으로 집어넣어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정정화 위원장의 사퇴의 변에서 재공론화를 위한 첫 번째 제언으로 탈핵시민사회계를 포함한 이해당사자를 포괄하는 논의구조를 만들라고 했다. 그러나 지난 공론화떄도 이번 공론화때도 참여를 거부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참여시키라는 말인가? 이 정도 되면 이제는 탈핵단체를 빼고 가는 방법을 찾으라고 주문했어야 하지 않을까? 그들이 곧 국민도 아니고 국민의 의견을 대표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두 번째 제언으로 재공론화를 대통령 직속이나 국무총리 산하기구에서 하라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탈핵시민사회계가 참여하겠는가? 지금까지의 과정에서 산업부가 중립성이나 위상이 문제가 된 것도 없지 않은가? 세 번째 제언으로 탈핵시민사회계의 진지하고 성실한 자세를 주문했지만 그들의 목적이 애초부터 판을 깨는 것이었다면 그렇게 말한다고 될 일인가? 마지막 네 번째 제언으로 지역실행기구를 폭넓게 재구성하라는 추상적이고 허망한 주문을 했다. 실소를 금할 길이 없다. 위원장이 문제를 이 정도 수준으로 밖에 이해하지 못하니 문제를 못푼 것이다.

그는 이런 어려운 판에 능력도 없이 뛰어들어 세월과 역량과 국고를 소진시키고 문제만 남긴 채 사퇴하였다. 이렇게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어놓고 사퇴하는 것이 무슨 책임을 지는 행동인지 의아할 것이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시간을 낭비시키고 문제의 복잡성을 증가시킴으로써 앞으로의 논의를 어렵게 만들었으니 사용후핵연료 관리대책을 지연시키려 한다는 당초의 의구심을 책임감 있게 확인시켜준 것이다.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을 지연시키라는 암묵적 지시에 충실했던 것이다.

이제 사용후핵연료 공론화가 그가 손대기 전보다 더 어려운 문제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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