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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 전경. |
[에너지경제신문=송두리 기자] NH농협이 범농협 차원에서 디지털 전환(DT)에 나서며 디지털 회사로 변모하고 있다. 특히 은행권의 디지털 전환 추세에 따라 디지털 기술 개발에 열중하는 NH농협은행을 중심으로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농협은 보수적이라는 기존의 이미지를 버리고 디지털의 새 옷을 입어 디지털 금융을 선도하겠다는 각오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 컨소시엄은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주관한 ‘2020년도 마이데이터 실증 서비스 지원 사업’의 사업자로 선정됐다. 농협 컨소시엄은 농협은행과 NH농협생명보험, NH농협손해보험, NH투자증권, NH농협캐피탈, NH저축은행 등 NH농협금융지주 계열사와 NH디지털혁신캠퍼스 입주기업이자 마이데이터 전문기업인 SNP랩(Lab)으로 구성됐다.
마이데이터는 정보주체(개인)가 자신의 정보를 적극 관리·통제하고, 이런 정보를 신용이나 자산관리 등에 능동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기업은 개인 정보를 활용해 맞춤형 서비스 제공 등에 이용할 수 있다. 오는 8월 신용정보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격 도입될 예정이라, 금융사들은 이에 대비해 마이데이터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
마이데이터 도입을 앞두고 과기부는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마이데이터 실증서비스 과제를 공모했다. 공모 기간 동안 총 31개 컨소시엄이 신청했고 최종적으로 6개 분야에서 8개 과제가 선정됐다. 이중 금융분야에 선정된 농협 컨소시엄은 저축·투자이력·계좌이력 등 금융 데이터와 소비이력 등 비금융 데이터를 스마트폰 개인정보 저장소에 통합·관리하고, 이를 원하는 기업에 공유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개인은 플랫폼을 이용해 자신의 데이터를 제공하고 보상으로 NH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기업은 개인 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금융상품 추천 서비스 등을 포함한 다양한 데이터 활용 서비스를 개발해 제공할 수 있다.
농협은 마이데이터 등 데이터금융이 향후 디지털금융의 중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는 만큼 이번 사업을 철저히 준비하겠다는 각오다. 특히 농협은행은 강점으로 가지고 있는 오픈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활용해 새 데이터금융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개인은 보상받고 기업은 새 사업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마이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한다"며 "농협 상호금융과 다양한 계열사들이 참여해 금융에서 유통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지속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농협은 올해 중앙회 차원에서 새로운 100년을 향한 ‘비전 2025’을 선포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응하는 디지털 혁신을 실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전 농협 그룹과 계열사들이 디지털 전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농협은행의 디지털 전환 속도가 두드러진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NH디지털혁신캠퍼스 문을 열고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을 시작했으며, 공식적인 디지털 선포식을 가지며 본격적인 디지털 금융회사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올해는 고객 중심의 디지털 휴먼 뱅크를 대전환의 키워드로 삼았다. 특히 새로 부임한 손병환 농협은행장은 과거 농협은행 스마트금융부 부장을 맡는 등 디지털 환경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어 디지털 뱅크 실현이란 과제를 수행하는 데 더욱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현재는 농협은행 디지털부문 책임자인 CDO 자리에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기 위한 인선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7월 1일 새 CDO 임기가 시작된다. 농협은행이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농협은행을 중심으로 한 계열사 간 협력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농협상호금융과 농협은행은 지난 19일 보이스피싱 예방 앱인 ‘NH피싱제로’를 함께 개발해 출시했다. 예방 앱을 휴대폰에 설치하면 저장되지 않은 번호로 수신한 통화에 관한 보이스피싱 위험도를 알려준다. 인공지능(AI)이 통화내용을 실시간 분석해 위험도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위험도를 팝업창으로 알려주고 동시에 진동과 경고음성을 내보낸다.
농협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디지털 구현은 필수"라며 "디지털 전환으로 농업과 농촌, 농협의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