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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박상현 감정평가사 겸 행정사] 지난 3월 경기 고양 창릉·탄현지구를 마지막으로 3기 신도시의 지구 지정이 완료됐다. 이제 공공택지지구와 3기 신도시는 수용 절차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보상금액 책정 단계로 본격 돌입하게 됐다. 대규모 공공택지지구 내 수용 대상이 되는 토지 면적만 3465만여㎡에 달한다.
오는 하반기부터 이뤄질 보상금 수준을 둘러싸고 본격적인 갈등이 예견된다. 앞서 지난 달 구리갈매 역세권 공공주택지구에서도 보상금이 산정, 통지됐는데 그 금액이 토지주들의 예상치를 크게 밑돌아 엄청난 반발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현행 보상 법제가 수용 및 보상의 대상이 되는 주민들 입장에서 매우 불합리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특히 불복 절차에 돌입할 경우 금전 보상 대신 선택할 수 있었던 대토 보상의 기회가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재정착의 기회라도 살리기 위해서는 보상금이 저렴하게 책정되더라도 ‘울며 겨자먹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번 강제 수용 절차에서 책정될 감정평가 결과에 대해 주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협의 보상을 신청하거나, 대토를 신청하거나, 대토를 포기하고 재결이나 소송 등의 불복 절차에 돌입하는 세 가지 방법뿐이다.
현행 보상 법제 아래 보상가격을 산정하는 기준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보상금을 결정하는 기본적인 시각은 ‘개발 이익의 배제’다. 지구 지정 등 공공 사업 시행으로 발생한 개발 이익은 일종의 불로소득으로 마땅히 사회에 환수돼야 한다는 시각을 기저에 깔고 있다.
또 보상의 기준을 ‘정당한 보상’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법제에서 정당한 보상이란 개발제한구역 등 기존 토지이용 규제 사항이 그대로 반영된 수준의 보상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지구 지정 이전의 실거래가 수준에 머무르는 보상가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보상 단계에서 토지주의 몫을 철저히 배제한 개발 이익은 누구에게 흘러 들어 가는가. 그린벨트 상태에서 보상이 이뤄진 후 해당 필지는 주거지역이나 상업지역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최소 7∼8배, 상업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최소 20배 이상의 가치 상승이 이뤄진다는 것은 감정평가업계의 중론이다.
조성원가를 빼더라도 천문학적인 개발 이익이 생성된다는 것은 누구나 추측해볼 수 있다. 지난해 7월 경실련도 광교 신도시 개발 이익의 95%가 건설업자와 민간에게 돌아갔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보상금 수준을 어떻게 책정하고 있을까? 우리나라의 보상 법제의 이론적 근간을 제공한 독일의 경우 우리의 공시지가 기준 보상과 유사하게 기준지가를 보상의 기준으로 하지만, 그 기준지가가 실질적인 매매가격에 기초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보다는 진일보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일본 최고재판소가 금전 보상의 수준을 ‘피수용자가 근처에 동등한 대체지 등을 취득하는 데 충분한 금전의 보상’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영국은 손실 보상의 기준을 공개 시장의 가치로 삼아 ‘토지가 공개 시장에서 자발적으로 매도자에게 매각될 경우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가격’, 즉 거래가격으로 보상액을 산정한다.
이처럼 타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수용 및 보상 법제는 개발이익의 향유 주체에 관한 논의에 있어 뒤쳐져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1962년 제정된 구 ‘토지수용법’, 1975년 ‘공공 용지의 취득 및 손실 보상에 관한 특별법’ 비해서도 진일보한 내용을 찾아보기 어렵다. 민주화 이후 눈부신 인권 신장을 이뤄낸 우리나라인데 보상 법제 만큼은 구 시대의 유물을 유지한 채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이 ‘인권의 사각지대’로 남아있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
수용을 당하는 토지주, 다시 말해 피수용자가 불로소득을 탐하는 투기꾼이라는 시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 정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이번 공공주택지구 추진 과정에 있어 대토 보상을 대폭 늘릴 것을 천명한 바 있다. 대토 보상은 원주민의 재정착과 개발 이익의 일부 공유를 모두 달성하고, 개발 지구 인근의 지가를 자극하지 않는 매우 좋은 제도다.
하지만 이마저도 지난해 11월 LH가 대토에 관한 내규를 수정, 상업 용지의 대토 공급가격을 대폭 인상해 토지주의 대토 보상 기회를 제한했다. 지금이라도 우리나라의 보상 법제가 ‘국제 표준’에 비춰 떨어지는 점은 없는지, 수용 과정에서 발생한 개발 이익을 사회 전체가 합의할 수 있는 수준에서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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