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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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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6.21 11:55

정훈식 산업부장/국장


정부가 지난 17일 투기방지와 갭투자 차단에 초점을 맞춘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내놨다. 문재인정부 들어 3년 새 22번째다. 정부는 두 달이 멀다 하고 주택거래를 옥죄는 내용을 위주로 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좀체 집값이 잡히지 않아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집권 반환점을 맞아 가진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서는 우리 정부에서는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면서 "현재 방법으로 부동산 가격을 잡지 못하면 보다 강력한 여러 방안을 계속 강구해서라도 반드시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고 했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지금도 집값불안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초고강도 대책이라고 내놓는 정책마다 약효는 몇 달이 못가고 풍선효과 등 부작용만 키우는 모양새다,

온갖 수단을 동원해도 집값이 안잡히니 규제 강도는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규제정책이 전방위로 확산되며 요즘 들어 누구를 위한 주택시장 안정대책인 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할 정도다. 투기를 잡아 시장을 안정시키겠다고는 하지만 갈수록 심해지는 규제칼날이 무주택자나 서민들까지 투기꾼으로 몰아 내집 장만이나 주택 늘려가기 기회를 빼앗는 모양새다.내놓는 정책마다 반시장적 규제 일색이다. 6·17대책은 사유 재산권 침해를 넘어 헌법에서 보장하는 거주이전의 자유까지 제약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번 대책에서 1주택 가구 주택담보대출 시 실수요 요건을 강화하기 위해 6개월 내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신규 주택의 전입을 의무 조건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했다.또 규제지역내 주택 구입자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경우 주택가격과 관계없이 6개월 내 전입하도록 했다. 갭투자와 투기세력을 완전차단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오히려 무주택·서민의 내집 마련을 가로막아 주거불안을 키우는 형국이다. 이러니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을 놓고 역대 정부가 내놓은 최악의 부동산대책으로 투기세력을 잡기위해 무주택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까지 차버리는 빈대 잡다 초가 삼가 태우는 형국이라고 꼬집는다.

규제일변도 정책은 많은 부작용을 낳는다. 우리는 지금까지 규제가 편법을 부르고 풍선효과를 낳는다는 사실을 무수히 경험했다.‘수요있는 곳에 공급’이라는 근본적인 처방 없이 규제라는 칼날만 앞세워 두더지잡기식 뒷북정책으로 시장과 대결하려다 보니 뛰는 집값을 감당하지 못했다. 규제가 심해질 수록 그 부작용은 차곡차곡 쌓인다. 수급문재 해소라는 근본 처방이 빠져있기 때문이다.주택시장으로 돈이 몰리는 걸 모두 투기로 보는 것도 무리다. 사상 초유의 초저금리로 은퇴자 등은 퇴직금 등 미래를 위해 여윳돈을 굴릴 만한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 시장에 통화량이 풀리면서 광의 통화량(M2)는 3000조원이 넘어섰다. 그러니 안전 자산으로 인식되는 부동산으로 몰릴 수 밖에 없다. 물론 비이성적인 시장 탓도 있다. 그렇다고 시장 탓만으로 돌리는 것은 하수 중 하수다.

주택시장은 심리적 요인이 크다.그래서 시장은 정책보다 훨씬 빨리 움직인다. 튀어 오르면 쫓아가서 잡고 하는 두더지 잡기식의 뒷북대응으론 시장을 이기지 못한다는 얘기다. 수요 있는 곳에 공급이라는 선제적인 정공법이야말로 주택시장도 안정시키고 부작용도 줄이는 첩경이다. 수요가 있는 곳에 충분한 양을 공급하고 이렇게해서 집값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시장에 주는 것이 바로 정공법이요 근본처방이다.

여의도나 강남의 40∼50년된 재건축단지나 노후주거단지 재개발 규제를 풀어 도심공급을 늘려야 한다. 50년,100년을 먹고살 수 있는 도시경쟁력을 갖추는 데 초점을 맞춰 이들 노른자위 지역을 일본의 롯폰기힐스나 프랑스 라데팡스 처럼 입체적인 융복합도시 개발하는 통큰 그림을 그리는 것도 고려해 봄직하다. 층수규제 완화와 용도지역 상향 등을 통해 발생하는 개발이익은 철저히 환수해서 무주택 저소득층을 위한 저렴한 공공주택 공급을 늘리는 곳에 쓰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강남,부자들을 위한 정책’이라고 불편해 하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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