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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대기오염물질 배출권 거래제가 성공하려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6.18 12:59

김용표(이화여대 화학신소재공학과 교수)


우리나라에서 대기오염물질 배출권 거래제는 2008년부터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계획의 하나로 실시됐다. 수도권의 대형사업장에 대해 황산화물(SOx)과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을 할당하고 배출권을 거래하는 제도이다.

2018년부터는 먼지를 배출권거래제 대상에 포함했다. 또 2019년 4월 대기관리권역법 제정에 따라 2020년부터는 전국 오염 우려 지역으로 사업장 대기오염물질 배출권거래제가 확대 시행될 예정이다. 

사업장 총량관리제는 기존 농도규제와 달리 배출총량을 기준으로 대기오염물질을 관리하는 사전 예방적 관리제도다. 오염물질별 목표 대기질 달성을 위한 배출허용총량을 산정한 후 사업장별로 배출량을 할당해 그 범위 내에서 오염물질 배출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배출권거래제 (Cap and trade)는 총량관리제를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방안이다. 기업(사업장)들이 정부로부터 부여(할당)받은 배출허용량 범위 내에서 생산활동 및 배출감축을 하되, 기업간 초과감축량과 초과배출량을 서로 거래하는 것을 허용하는 제도이다. 

기업으로서는 배출 저감을 위한 시설을 설치, 운영하는 비용과 다른 기업으로 배출량을 구입하는 비용을 비교하여, 부담이 적은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시장 제도이다.

이 제도는 미국 남캘리포니아주 대기관리청 (AQMD)의 RECLAIM이라는 프로그램을 모델 삼아 설계하여 시행한 것이다. 그러나 이 제도는 우리나라에서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다. 가장 큰 문제점은 배출할 수 있는 양(할당량)을 각 사업장에 너무 많이 할당한 것이었다. 소위 초과 할당이다. 그러니 굳이 배출량 저감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고, 배출권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았다.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된 2008년부터 2018년 사이의 우리나라 수도권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배출권 거래 건수도 많지 않았고, 가격은 미국 AQMD 가격의 0.15% 정도였다.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경제 수준이 높기는 하지만, 가격이 이 정도 차이나는 것은 수도권 배출권 거래제가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다음 문제는 2018년부터 수도권 대기오염물질 배출권 거래제에 먼지를 포함하기로 했지만 이를 정량적으로 뒷받침할 방법이나 규정이 미비한 것이다. 일단 미세먼지 배출량 자체를 측정한 결과가 거의 없었다(현재 측정은 먼지, 즉 총부유분진 위주이다). 미세먼지 배출의 상당 부분이 굴뚝에서 배출되는 것이 아닌 비산먼지이다. 현재의 굴뚝 위주의 계측 체계로는 사업장의 미세먼지 배출량을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다. 따라서 미세먼지 배출을 줄이는데 배출권 거래제가 거의 기여를 하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법에 규정되어 있으으로 미세먼지를 배출권 거래제에 포함하기는 하지만, 현재처럼 준비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시행하면 정책의 신뢰성 자체가 매우 크게 훼손될 것이다.

그 다음 문제는 대기관리에서 계속 지적됐던 것으로 정책의 효과분석이 힘든 것이다. 수도권 대기오염물질 배출권 거래제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관련 자료를 쉽게 잘 찾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관련자료는 여러 곳에 흩어져 있고, 그나마 있는 자료 가운데는 국회예산정책처에서 2019년에 발간된 미세먼지 대응사업 분석보고서와 환경부의 2019년 대기환경 워크숍 자료집이 유용한 자료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미국 AQMD에서는 연차별 RECALIM 감사보고서에서 관련된 모든 자료를 찾을 수 있다.

좋은 제도라도 운영에 문제가 있고, 평가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그 기대했던 효과를 얻기 힘들다. 이제 전국 권역별로 사업장 대기오염물질 총량관리제와 배출권거래제를 성공적으로 실시하기 위해서는 수도권에서의 교훈을 잘 새겨서 성공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정책을 실시하는 것과 함께, 성과를 평가하는 체계를 수립하여 정책 수립-시행-평가의 환류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 AQMD의 RECLAIM 프로그램은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이제는 폐지되고, 다시 규제제도로 (command and control) 변경된다고 한다. 효용을 다한 프로그램이나 조직은 명확히 폐지하는 것도 우리나라가 배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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