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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기고] 착한소비의 함정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6.17 16:07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


착한 소비, 개념소비, 윤리적 소비 등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한 소비 행위를 실천하는 소비자들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가 인테넷을 통해 이런 소비의 필요성과 방법을 전파시키고 있으며 점차로 다른 세대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원래 소비란 소비자 개인의 욕구충족을 위한 수단으로, 소비자들은 제한된 소득으로 최대한의 욕구충족을 이루기 위해 품질이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구매하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공정무역의 제품을 구매하는 등, 개인의 이익을 다소 포기하더라도 사회적으로 바람직하거나 가치있는 행동을 일상의 소비를 통해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는 개인적 행위이기는 하지만, 상품 생산으로 인한 자원 소모와 사용 후 폐기로 인한 환경오염을 생각할 때 사회적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소득의 양극화로 인한 소비 양극화와 과시소비 등으로 인한 소비의 외부효과 역시 사회적 의미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한 소비를 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것이다. 즉 착한 소비, 개념소비, 윤리적 소비를 해야 할 이유이다.

또한 개개인의 소비는 공급체계의 불공정함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커피 한잔의 매출액 중 생산자인 아프리카 농민에게 돌아가는 비율이 1%도 되지 않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기 위해 공정 무역제품의 커피를 구매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상품의 판매이윤이 어떤 좋은 가치를 위해 사용되는 제품을 구매하거나, 이윤추구보다는 기부 자체를 목적으로 제품을 만들고 기부와 관련된 캠페인 활동을 주목적으로 하는 상품의 구매가 활발하다. 또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활동에 대한 기부금 모집에도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이런 모든 것들은 소비자시민 의식의 성숙과 인터넷을 통한 정보공유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그러나 그린워싱(green washing)이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기만하거나 오도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처럼 착한 소비, 개념소비, 윤리적 소비 등이 소비자들을 기만하거나 오도하는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도 매우 크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던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기부금 사용처 의혹은 마포쉼터 소장의 죽음에 이어,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 저작권 논란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일반인들에게 친숙한 ‘평화의 소녀상’은 김운성-김서경 작가 부부가 제작하여 2011년 옛 일본대사관 앞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국내외 95곳 이상에 세워졌다. 이 소녀상은 위안부 문제를 알리는 상징물로 자리잡았다.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한 1.3m 짜리 표준형의 제작 비용으로 김작가 부부가 받은 금액은 개당 3300만원으로 95점의 판매로 총 31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소녀상을 설치한 각 지역에서는 주민들의 성금으로 이 비용을 부담했다. 또한 표준형보다 작은 소녀상도 1만점 가까이 팔렸다고 한다. 먼저 2016년에 인터넷 크라우드 펀딩을 했는데 2만~82만원의 후원금을 내고 총 9000여명이 10~30cm짜리 소녀상을 샀다. 다음으로 전국 239개 초중고교에서 30cm짜리 50만원, 40cm짜리 60만원을 지불하고 소녀상을 설치했으며, 50cm짜리는 550만원을 지급한 사례도 나타났다.

소녀상을 설치한 지역의 주민들과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한 9000여명, 그리고 전국 239개 초중고교의 학생들은 정말 기쁘고 보람된 마음으로 소녀상 설치 비용 모금에 참여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위안부 피해자를 생각하며 정의기억연대에 기부금을 낸 기부자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기부금 사용처 의혹과 소녀상의 저작권 논란은 착한소비 또는 개념소비가 소비자들을 오도하거나 기만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모름지기 모든 의혹이 낱낱이 밝혀져서 향후 모든 기부금 처리가 투명하게 이루어지고, 이런 신뢰를 바탕으로 착한소비 또는 개념소비의 열기가 식지 않기를 바란다. 개개인의 소비는 바람직한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효과적인 수단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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