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점 직원 부담" VS "그래도 실적은 내야"...은행권, KPI 조정 '딜레마'

나유라 기자 ys106@ekn.kr 2020.05.14 16: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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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신한은행 등 KPI 조정 협의 중
국민·기업·우리은행, 항목별 목표치 조정 결정
하반기 코로나19 추이 따라 KPI 추가 조정 가능성
"KPI는 상대평가, 항목별 조정 의미없다" 지적도

▲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주요 시중은행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상반기 경영평가지표(KPI)를 조정하는 건을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IBK기업은행, 우리은행 등은 노사 간 협의를 통해 KPI 목표치를 소폭 조정했지만,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은 아직 원만하게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았다. 은행들은 코로나19 금융지원으로 인해 영업점 직원들의 부담이 늘었다는 점은 이해하나, 목표치를 도중에 수정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또 목표치를 수정한다고 해도 성과급은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되기 때문에 영업점 직원들이 느끼는 업무 강도는 큰 변화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 노사정 합의 발표 이후...은행 노조 "KPI 조정" 한목소리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지부는 사측을 향해 코로나19 노사정 공동선언을 이행하라고 촉구하고 있지만, 아직 사측과 협의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사용자),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은 지난달 초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금융 노사정 공동 선언을 통해 코로나19가 안정될 때가지 한시적으로 KPI를 유보하거나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다만 세부 내용은 각 은행권 노사가 추가적으로 합의를 통해 결정하도록 열어둔 상태다. 하나은행지부 한 관계자는 "영업점 직원들이 코로나19 지원에 집중할 수 있도록 KPI를 조정하는 등 노사정 공동선언을 충실하게 이행하라고 요구하고있지만 사측은 사후 검토하겠다는 식의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고 있다"고 밝혔다.

신한은행 노사 역시 KPI를 완화하는 건과 관련해 합의를 이루지 못한 상태다. 노조는 사측에 △ 상반기 KPI 완화 △ 개인평가 연기 △ 각종 프로모션 연기 등 세 가지를 요구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신한은행은 상반기 KPI 평가가 7월 이후부터 시작되는 만큼 평가가 시작되는 시점에 맞춰 일부 지표를 조정하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시중은행 KPI 조정 현황.


◇ 국민·기업·우리은행, 항목별 목표치 조정

KB국민은행, IBK기업은행, 우리은행 등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KB국민은행은 최근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내점 고객 감소와 마케팅 기회 상실로 인한 영업여건 악화를 반영해 전국 지점을 대상으로 신규이자이익, 적립식상품 실적 등 창구 대면 지표를 대상으로 항목별 목표치를 최소 10~15% 차감하기로 했다. 코로나19 방역 프로세스로 인한 임시폐쇄점은 상반기 영업일수 대비 폐쇄 일수 비중에 따라 창구 대면 지표 등을 추가 차감한다. 기업은행 노사 역시 지난달 중순 일반예금, 적립식예금, 기업교차판매 등 6개 항목에 대해 상반기 경영평가를 유보하기로 합의했다. 

우리은행은 주요 은행 가운데 KPI를 가장 빠르게 조정했다. 우리은행은 올해 3월 대구·경북지역을 대상으로 실적 목표치를 조정하고, 비이자수익, 고객자산 등 세부 지표에 대해서는 평가를 유보하는 식으로 일찌감치 노사 합의를 이룬 상태다. 또 코로나19 대출로 인해 고생하는 영업점 직원들을 위해 코로나19 관련 상품을 취급할 경우 우대 점수를 부여하기로 한 점도 눈길을 끈다. 우리은행 노조는 "상반기 결산을 지켜보고 코로나19 확산 추이에 따라 추가적으로 협의를 통해 KPI를 조정하기로 합의했다"며 "노사 모두 상품 판매보다 시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에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 KPI 조정 및 노사 합의 이례적...하반기는 '불투명'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한 시중은행 지점에서 고객들이 창구 업무를 보고 있다.(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이렇듯 은행들이 KPI 조정에 합의를 이뤘다고 해도 속사정은 제각각이다. 이미 이사회에서 연간 목표치를 확정한 상황에서 중간에 KPI를 조정하는 것은 극도로 이례적인 만큼 사측 입장에서는 난색을 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KPI 평가는 상대평가로 이뤄지기 때문에 목표치를 조정한다고 해도 현장 직원들이 떠안는 업무 강도는 크게 변화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만일 노사 간 협의를 통해 상반기 KPI 지표를 유보했다고 해도 하반기까지 이 기조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국내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모두 경쟁 관계에 있다보니 실적을 내려놓고 모두 다 한 마음 한 뜻으로 코로나19 지원에만 집중하자고 독려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며 "만일 하반기에도 코로나19로 인한 금융지원 업무가 계속될 경우 KPI를 추가로 조정해달라는 요구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무리하게 영업을 강요하기보다는 노사 간 합의를 통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KPI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특정 지점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 전국에 모든 지점이 영업에 난항을 겪고 있는 만큼 하반기에도 KPI 조정은 사실상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KPI를 노사가 합의를 통해 조정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회사에서 올해 연간 실적 목표치를 정하고, 각 영업점에 KPI 항목을 제시하면 직원들은 이에 따르는 구조다"며 "성과급과 연동되는 KPI를 노사 간 합의를 통해 늘렸다, 줄였다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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