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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나 다를까 산업통상자원부는 제9차 전력수급계획 워킹그룹의 주요 논의결과를 금요일 오전에 브리핑했다. 조간신문이 월요일 오전까지 3일간 기사화할 수 없는 바로 그 금요일이다. 신고리5·6호기 공론화 결과도 제8차 전력수급계획도 그랬다. 국민이 알아야 하는 중요한 발표는 왜 항상 금요일에 발표되는 것인가? 국가의 중요한 계획인데,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 보고 비판을 수용해야 하지 않을까? 설령 완벽한 계획이라고 하더라도 돌다리라도 두드려 보고 건너는 심정으로 조심스레 국정을 운영해야 하지 않을까?
오늘 발표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워킹크룹의 논의결과는 최종안은 아니다. 그러나 무관하지도 않다. 전반적으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다르지 않다. 그간의 비판을 수용하지 않은 셈이다. 또 상세한 내용은 담고있지 않아서 비판의 여지도 없다. 국민의 의견을 듣지 않겠다는 의지만은 확실해 보인다.
경제성장률을 2% 정도로 낮게 잡은 것도 비슷하고 전력수요 절감계획을 14.9 기가와트(GW)로 의욕적으로 잡은 것도 비슷하다. 기준예비율도 22%로 동일하게 잡았다. 재생에너지 보급을 차질없이 하겠다는 약속도 동일하다.
달라진 것은 제8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신규원전건설을 백지화하고 운영허가기간이 만료된 원전의 계속운전을 포기함으로써 약 20GW를 낭비했다면 이번에는 석탄발전소를 30년만 가동하고 폐지하며 대신에 LNG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이 달라졌다.
발표된 것이 이게 전부다. 제8차 전력수급계획이 2017년 12월 29일에 발표되었으니 그로부터 2년이 훌쩍 넘어서 발표된 것이 워킹그룹 논의결과의 수준이라면 그간 한 일이 없거나 많은 것을 숨기고 있는 것이다.
검토의견 역시 8차 전력수급계획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경제성장률을 그렇게 낮게 잡은 것은 국내적인 불경기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불경기와 우연히도 맞았지만 이러한 특별한 사건의 영향을 장기계획에 높은 비중으로 반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제7차 전력수급계획에서 2030년 전력수요를 118GW로 잡았던 것을 제8차 전력수급계획에서 100GW로 잡은 것은 원전폐지에 따라서 줄어든 물량을 채울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수요자체는 낮게 잡았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제9차 계획에서도 2034년 전력수요를 104.2GW로 잡은 것은 같은 이유일 것이다. LNG발전소는 3년이면 준공을 하고 태양광발전과 같은 재생에너지 발전은 1년이면 충분하기 때문에 2030년 건설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발전사는 없는 것이다.
2034년까지 62.3GW의 신규설비를 차질없이 건설할 수 있을지도 동일한 의문이다. 부지가 확정되지 않은 것이다. 재생에너지는 건설에 필요한 시간이 짧기 때문에 부지가 미리 결정되고 송전선 건설을 미리해야만 발전량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목표만 세워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동일한 의심을 하게 된다.
과도한 전력수요 절감계획도 믿기 어렵다. 2017년 12월에 수립된 제8차 전력수급계획의 수요가 2개월만에 초과하여 버렸고 사상초유의 폭염으로 인하여 8월에도 또한 크게 초과하여 버렸다. 기후변화가 현실이라면 과연 이것을 2018년만의 특별한 사건으로 치부해도 되는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원자력, 석탄, LNG, 재생에너지 등이 균형적으로 섞여 있어야만 에너지원이 다변화되고 안정적 전력공급이 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원자력과 석탄 발전을 폐쇄하고 LNG발전에만 의존하는 것은 달걀을 한 바구니에 전부 담지 말라는 격언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석유가가 오르면 공급안정성에 큰 위협을 초래될 것이다. 그런데 에너지안보에 대한 고려는 보이지 않는다.
온실가스배출을 2030년까지 BAU 대비 37%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달성이 난망한 것도 제8차 전력수급계획과 동일하다. 원전의 감소를 재생에너지와 LNG발전으로 메꿀 수가 없다. 그 결과 정작 온실가스를 저감한다는 목표는 달성하지 못하고 재생에너지를 늘린다는 수단에만 충실한 계획이 된 것이다.
대통령께서는 원전수출은 하겠다고 하였고 또 체코 등지를 여행하면서 우리원전을 세일즈하는 듯하였다. 사실 우리원전이 프랑스나 미국 원전 가격의 절반수준이고 UAE에 적기건설이라는 놀라운 실적이 있는데 수출이 안되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6기의 신규원전 건설이 백지화되면서 10조원의 예상매출이 증발하면서 두산중공업은 휴업을 고려하기에 이르렀다. 2600여 협력업체는 이보다 먼저 어려움을 겪었다. 40년간 키워온 우리나라의 원전산업 생태계가 급격히 상실되고 있는 것이다.
신한울3·4호기의 건설재개가 유일한 해법인데 그게 없다. 그렇다면 원전생태계의 붕괴 그리고 원전수출 세일즈라는 어정쩡한 상황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