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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기후위기 시대,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제도 정비 서둘러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5.07 09:35

신동한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이사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홍역을 치르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지난달 높은 참여율을 보이며 차분하게 총선을 치러냈다. 여당의 압승으로 끝난 선거에 대해 이런저런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사사건건 딴지를 거는 야당 때문에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는 국회에 제발 ‘일 좀 하라’는 유권자들의 준엄한 회초리가 들려 있었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이 모두 과반을 이루지 못하고 한 석 차이로 박빙을 보인 20대 국회에서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을 추구하는 여당과 원전을 중시하는 제1야당의 대립은 에너지 관련법과 정책의 수립에서 합의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국회법상 신속 처리 안건(패스트 트랙) 제도가 있지만, 정치개혁과 사법개혁 법안만으로도 극한 대립 끝에 사법 처리까지 간 상황이라 에너지 관련 법안은 아예 대상이 될 수도 없었다.

2017년 5월에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그해 말 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율을 2030년까지 20%로 끌어올린다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비율을 ‘총전력생산량의 10% 이내’로 규정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법(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의 개정은 20대 국회의 임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지금까지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세계는 지금 기후변화가 위기 단계로 들어섰음을 경계하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3년부터 검증 과정에 들어가는 파리기후협정의 벌칙에 대해 당사국 총회에서 합의를 내지 못하고 있자 유럽연합(EU)과 영국은 자체적으로 국경세(과세물건이 정치적·경제적 국경을 통과할 때 과세되는 조세)를 부과하는 법안의 제정 절차에 들어섰다. 우리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자발적 감축 계획을 이행하지 못할 때 머지않아 유럽연합은 우리나라의 수출품에 대해 국경세를 부과하게 될 것이다.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전환은 이제 우리에게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재생에너지는 온실가스와 미세먼지의 주요 발생원인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청정에너지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 주어지는 자연 에너지를 변환해 사용함으로써 94%에 달하는 1차에너지의 수입을 대체할 수 있는 자립 에너지이다.

우리 정부도 이러한 사실을 인식하고 의욕적인 재생에너지 보급 정책을 펼치고 있으나 제도적 미비로 인해 여의치 않은 상황에 봉착했다. 아직 그리드 패리티(화력발전과 신재생 에너지 발전 원가가 같아지는 시점)에 도달하지 못한 재생에너지 발전을 지원코자 마련한 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REC)의 가격 하락으로 소규모 발전사업자들이 어려움에 처하고 신규 발전사업의 확대에 차질을 빚고 있다. 산업부에서는 대규모 발전사업의 추진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이는 소규모 분산성을 특징으로 하는 재생에너지에 부합하지 않는 방식으로 주민수용성에서도 적지 않은 저항을 극복해야 한다.

21대 국회가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제도를 정비하면서 놓치지 말아야 근간은 에너지 체제가 ‘대규모 중앙집중형’에서 ‘소규모 분산형’과 병행하는 체제로 이행한다는 점이다. 태양광 발전을 예로 들면 대규모 단지도 필요하지만, 그에 앞서 모든 주택과 건물의 지붕과 옥상 등 소규모 태양광 발전이 전면적으로 보급돼야 한다.

에너지 소비자가 생산자로 참여하는 이 과정을 통해 에너지 전환에 대한 국민들의 수용성이 높아지고 대규모 사업에 대한 이해와 참여도 확대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지원 제도는 소규모 생산자들의 참여와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춰 정비돼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유권자들의 선택은 국회에서 서로 다른 견해로 충분히 토론은 하되 때가 되면 가부간에 결정을 내려 정책이 추진될 수 있어야 한다는 민주주의의 가장 단순한 원리에 대한 주문이다. 21대 국회가 기후위기와 미세먼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수단인 에너지 전환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법·제도 정비에 나서 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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