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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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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사면 40달러 준다" 국제유가 사상 첫 마이너스...증시도 '휘청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4.21 07:55

▲해상유전(사진=AP/연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미국산 원유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40달러까지 떨어지면서 미국 증시도 급락했다. 이는 1배럴의 원유를 사면 오히려 40달러를 주겠다는 의미로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마이너스 유가가 '뉴노멀'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37.6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국제유가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은 사상 처음인데다 '-37달러'라는 수치 자체도 기록적이다. 장중 최저치는 -40.32달러다.
  
국제유가는 오전 개장하자마자 급락하면서 10달러선이 무너졌고 오후 들어서는 마이너스 영역으로 진입했다. 장마감 직전 -10달러 부근에 머물다가, 최종 -37달러에서 종가를 형성했다.

순식간에 30달러 가까이 밀린 것으로, 정상적인 거래로 보기는 어려운 대목이다.
   
이렇듯 국제유가가 급락한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수요 감소 압력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선물만기 효과까지 맞물린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상품선물 계약의 경우 만기가 지나면 실물을 인수해야 한다.
   
5월물 WTI 만기일(21일)을 앞두고 선물 투자자들이 5월물 원유를 실제로 인수하기보다는 6월물로 갈아타는 '롤오버'를 선택하면서 비정상적으로 가격이 왜곡됐다는 것이다.
   
재고가 넘쳐나고 저장시설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어느 누구도 원유를 가져갈 수 없다보니 일제히 인수 시점을 늦추고 있는 셈이다.
   
현재 원유저장고는 물론이거니와 바다 위의 유조선도 재고로 넘쳐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내륙 유전에서 생산되는 WTI 특성상 저장공간 확보가 더욱 어렵다는 점도 낙폭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원유 재고는 지난주 2000만 배럴 가까이 늘었다. 1100만배럴 증가를 예상한 전문가들의 눈높이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CNBC 방송은 "저장 탱크는 이미 채워져 더는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5월 WTI 선물 매수 세력은 정유사나 항공사 등 실수요자들이지만, 수요 급감과 저유시설 고갈로 수요자가 없는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만기일 롤오버'라는 5월물 WTI의 일시적인 변수를 제쳐둔다면, 21일부터 본격적으로 거래되는 6월물 WTI는 20일 오후 4시30분 현재 배럴당 21달러 선에 머물고 있다.

글로벌 벤치마크 유종인 브렌트유는 25달러선이다.

같은 시각,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6월물 브렌트유는 배럴당 7.48%(2.10달러) 내린 25.9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WTI 7월물은 27달러선, 8월물은 29달러, 9월물은 30달러, 10월물은 31달러, 11~12월물은 32달러를 각각 기록하고 있다.
   
이는 5~6월 사회적 거리두기 억제조치가 점차 완화하면서 올해 하반기에는 경제활동이 정상화하고 원유 수요가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을 반영하는 것이다.
   
유가가 폭락하면서 위험자산 전반의 투자심리도 위축됐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592.05포인트(2.44%) 하락한 23,650.44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51.40포인트(1.79%) 내린 2,823.16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도 89.41포인트(1.03%) 하락한 8,560.73에 장을 마감했다.

유가 폭락으로 중남미 원유 수출국들의 통화가치도 추락했다. 이날 멕시코 중앙은행 기준으로 멕시코 페소는 달러당 24.15페소에 거래를 마쳤다. 페소 가치는 전날보다 1.19% 떨어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콜롬비아 페소 가치도 전날보다 0.92% 하락해 달러당 3천967.61페소에 거래됐으며, 브라질 헤알 역시 달러당 5.30헤알로 전날보다 1% 이상 가치가 하락했다.
   
이들 국가는 모두 원유 수출 비중이 커서 환율이 국제유가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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