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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發 구조조정 기로인데 주가는 '들썩'...산은도, 기업도 '눈치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4.12 12:54

두산그룹, 탈원전-건설경기 악화 겹악재...주가는 '들썩'
HDC현대산업개발, '아시아나 인수포기' 막연한 기대감
항공도, 자동차도 자금지원 요구...산업은행 '딜레마'
"자금지원 불가피...코로나 이후 구조조정 단행해야"

▲(사진=연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를 뚫고 이달 들어 코스피가 상승세를 타는 가운데 정작 상장사들은 국책은행의 눈치만 보면서 웃을 수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두산그룹 등 일부 기업들이 경영난을 이유로 산업은행에 지원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산업은행 입장에서도 모든 기업들을 다 지원할 수 없어 난감한 상황에 놓여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잠잠해질때까지 국책은행이 기업들을 지원해주는 것은 불가피한 결정으로 보고 있다. 다만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부터는 옥석가리기를 통해 경쟁력이 없는 기업들은 과감하게 도려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증시에서 가장 핫 한 '구조조정 테마주'는 단연 두산그룹이다. 두산솔루스 주가는 지난달 19일 1만4400원에서 이달 10일 현재 2만7250원으로 90% 넘게 올랐으며, 두산퓨얼셀도 65% 급등했다. 이들 주가가 급등한 것은 두산그룹이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해 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두산그룹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와 동박, 전지박 사업을 영위 중인 두산솔루스 지분 51%를 사모펀드 스카이레이크에 매각하기 위해 막바지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자료=한국신용평가)


두산그룹이 계열사 지분 매각을 검토하는 것은 대내외적으로 그룹사의 사업 기반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두산그룹의 중심에 위치한 두산중공업이 탈원전 정책으로 사업 기반이 흔들리고 있으며, 두산인프라코어마저 건설경기 악화로 실적 성장세가 둔화됐다. 두산그룹은 명예퇴직 등 각종 자구노력을 이행하고 있지만 그룹 전반적으로 재무부담이 높은데다 앞으로 실적 전망도 밝지 않은 편이다.

이에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이 탈원전에 따른 경영난으로 국책은행에서 1조원을 지원받은데 이어 현재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에 제출할 자구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익수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안에 만기가 도래하거나 상환청구권 행사가 가능한 두산중공업의 회사채 규모는 1조2000억원이다"며 "그러나 제한적인 담보여력, 저하된 대외신인도,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으로 자금조달능력이 약화된 점을 고려하면 두산중공업 자체적으로 상환재원을 마련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고 밝혔다. 

HDC현대산업개발도 최근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웃을 수 없는 애매한 상황에 놓여있다. 이 회사 주가는 작년 10월 11일까지만 해도 2만6821원을 기록했지만,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지난달 19일 1만2600원까지 급락했다. 이후 시장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면서 이달 현재 주가는 1만8250원으로 지난달 저점 대비 45% 반등했다.

다시 말해 시장이 HDC현대산업개발에 바라는 것은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아닌 ‘포기’인 셈이다. 이미 코로나19 여파로 아시아나항공의 적자와 부채가 심각하게 불어난데다 HDC현대산업개발과의 사업적 시너지에 대한 기대감도 크지 않은 편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재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채권단인 산업은행 등을 상대로 대출금 상환 연장 등을 요청했다는 풍문도 돌고 있다. 

국내 한 증권사 관계자는 "HDC현대산업개발은 지금이라도 아시아나항공 인수에서 발을 빼는 게 낫다"며 "풍부한 현금성 자산을 아시아나항공에 투입하기보다는 도시개발사업 등 주력 사업에 투입해 사업적 선순환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 중장기적인 경쟁력 강화에도 긍정적이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다만 현대산업개발이 공식적으로 인수를 철회하겠다고 밝히지 않은 만큼 막연한 기대감으로 투자에 뛰어들기보다는 관망세로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연초 이후 현대산업개발 주가 추이


코로나19 여파로 난감한 상황에 놓인 것은 KDB산업은행도 마찬가지다. 두산중공업, 아시아나항공 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어려움에 빠진 상당수의 기업들이 KDB산업은행을 향해 지원책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기업들의 요구를 다 들어주면서 담보 없이 지원을 단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경영난에 빠진 기업들을 외면하기에도 쉽지 않은 처지다.

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모든 기업들이 힘든 상황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산업은행도) 금융기관이다보니 무조건적인 지원보다는 여신심사체계에 따라 진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질때까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 항공 등 기간산업을 중심으로 자금 지원을 통해 급한 불을 끄는 것이 급선무라고 조언했다.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에는 옥석가리기를 통해 경쟁력이 없는 기업들은 과감하게 도려내는 결단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국내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기업들이 산업은행을 향해 자기들을 우선으로 지원해달라고 요구하거나 산업은행 역시 해당 기업들을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으로 지원할 수 없는 난감한 상황에 놓여있다"며 "국책은행의 경우 명확한 기준 없이 기업들이 어려움에 빠졌다는 이유로 대규모 자금을 쏟아부었다가는 배임 논란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도 상당한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다만 항공업의 경우 코로나19만 지나가면 충분히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만큼 단기적으로 숨통이 트이게끔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코로나19 여파가 잠잠해진 이후에는 산업은행 역시 보다 냉철한 판단으로 과감하게 환부를 도려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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