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름시름 '앓는' 기업들...감사선임 부결-상폐 위기 속출

윤하늘 기자 yhn7704@ekn.kr 2020.03.26 16:5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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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룰 발목...상장사 19곳 감사선임 부결
피앤텔, EMW 등 감사의견 비적정...상폐위기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에너지경제신문=윤하늘 기자] 12월 결산 상장법인의 정기 주주총회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감사 선임 안건 부결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또 회계법인 감사의견을 거절 등 감사보고서 비적정 의견을 받은 상장사도 잇따르고 있다. 올해 개정 외부감사법 여파 등으로 회계 감사의 강도가 높아진 탓이다. 이에 2년 연속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은 곳이 수두룩해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 ‘3%룰’ 감사인 선임 대란…의결정족수 부족 부결 잇따라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전날까지 58개의 상장사가 주주총회에서 정족수 미달에 따른 안건 부결이 났다. 코스피에서는 5개사가, 코스닥에서는 53개사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도 유가증권 상장사 753개 중 28개(3.7%), 코스닥 상장사 1244개 가운데 121개(9.7%)의 감사·감사위원 선임 안건이 부결됐다.

정족수 부족의 경우 3%룰의 영향이 크다. 3%룰이란 감사 또는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주요 주주가 의결권이 있는 발행주식의 최대 3%만 행사할 수 있는 제도로다. 이 때문에 소액주주들의 주총 참여가 저조한 소규모 코스닥 기업은 감사 선임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사진=연합)


앞서 지난 2017년 말 섀도보팅(의결권 대리 행사) 제도가 폐지됐음에도 감사·감사위원 선임 안건에 대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의결권을 3% 이내로 제한하는 상법의 ‘3%룰’은 유지됐다.

이에 감사선임을 위한 최소한의 결의 요건인 ‘발행주식 총 수의 25% 이상 참석, 참석주식의 과반 이상 찬성’을 만족해야한다. 최대주주 지분 외에도 23%의 지분이 참석해야 하고 12% 이상의 찬성표를 확보해야 한다.

삼성전자, 현대차, SK텔레콤 등 주요 상장사 중심으로 전자투표가 도입됐지만, 여전히 실효성이 없다는 평가다. 참여율이 너무 저조해 상장사들의 적극적인 활동에도 지분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오는 27일에는 올해 들어 가장 많은 637개사(유가증권 231개, 코스닥 406개)의 정기주총 개최가 예정돼 있는 만큼 감사·감사위원 선임 안건 부결 기업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상장사 IR담당자는 "전자투표 참여를 위해 주주를 위한 각종 이벤트를 펼쳤지만 오히려 작년보다 0.5% 가량 떨어졌다"라며 "소액주주들이 많은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투표참여율을 살리기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비적정’ 감사의견 역대 최다 위기…상폐 우려

2년  연속 감사의견 비적정기업
(25일 기준)
코스피 신한
코스닥 EMW, 에스마크, 에스에프씨,  크로바아이텍, 파인넥스, 피앤텔, 하이소닉

여기에 최근 결산시즌을 맞아 감사의견 ‘비적정’으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는 기업이 역대 최다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되는 점도 상장사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2019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서 비적정 감사의견(한정·부정적·의견거절)을 받은 곳은 29곳이다. 이 가운데 코스피 상장사는 코오롱티슈진등 3곳, 코스닥 상장사는 샘코 등 26곳이다. 코스닥 상장사 중 메디앙스와 코나아이가 감사범위 제한으로 감사의견 ‘한정’을 받은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 상장사들은 모두 의견 거절을 받았다.

이들 중 2018회계연도에 이어 2년 연속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아 상장폐지 대상이 된 곳은 총 8개사로 코스피 상장사 신한과 코스닥 상장사 피앤텔, EMW, 에스에프씨, 에스마크, 하이소닉, 크로바하이텍, 파인넥스였다.

코스피 상장사는 의견 거절에 한해서만 상폐 대상으로 분류, 한정 의견은 관리 종목 대상에 포함된다. 코스닥 상장사는 의견 거절뿐 아니라 한정 의견 등을 받은 경우에도 즉시 상폐 대상이 된다.

앞서 이들 기업은 지난해 비적정 감사의견에 따른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뒤 개선 기간 1년을 부여받고 상장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투자자 보호를 위해 주식 매매거래는 지난해부터 계속 정지된 상태다.

이들은 재차 비적정 의견을 받아 정리매매 등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개선기간 종료일인 다음달 9일 이후 7일 이내 한국거래소에 개선계획 이행 내역서 등을 제출할 수 있다. 이후 거래소는 15일 이내 기업심사위원회를 개최해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의결한다.

지난해 의견 거절을 받은 기업 중 사업보고서 제출이 늦어질 것이라고 공시한 기업이 9곳에 달하는 만큼 상폐 대상이 되는 기업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제출 지연 공시 기업은 모두 코스닥 상장사로 코다코, 포스링크, 캔서롭, KD건설, 에이씨티, 지와이커머스, 와이디온라인, KJ프리텍, 화진 등 9곳이다. 이 중 KJ프리텍과 화진은 코로나19으로 인한 사업보고서 제출 지연에 대한 제재 면제를 신청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도 LS그룹 계열사인 도시가스 업체 예스코홀딩스가 내부회계 관리제도 비적정 검토의견을 받았다. 다만, 코스피 상장사는 내부회계 관리제도 비적정이라도 감사의견이 적정이면 별다른 제재는 없다.

회계법인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관리종목에 절반인 기업들이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은 만큼 회계감사로 인한 상장폐지 위험은 늘어난 것"이라면서 "실적 악화나 영업손실 같은 사유는 감소했는데, 감사의견 비적정은 늘어난 만큼 이같은 결과를 가져오게된 이유를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윤하늘 기자 yhn770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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