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재생에너지 입지문제 해결 위해 인허가·설치 일원화해야"

전지성 기자 jjs@ekn.kr 2020.03.26 09: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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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솔루션, 한-EU 재생에너지 정책 온라인 워크숍 개최

-"한국,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사전적 입지기준 없어 주민반대에 막혀"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이 유럽의 재생에너지 보급 사례를 국내에 적용하기 위해 그리스, 이탈리아, 한국 관계자들과 온라인 워크샵을 개최했다. [사진=기후솔루션]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보급 확산을 위해서는 정부 주도의 입지 계획과 인허가 절차 간소화 작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보다 먼저 재생에너지 보급이 확산된 유럽의 사례를 참고할 때 객관적인 기준을 바탕으로 국가가 사전 가이드라인을 확실히 제시할 때 지자체의 행정 간소화를 촉진하고 주민 수용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이 온라인으로 개최한 ‘재생에너지, 과연 주민수용성이 문제인가-유럽의 경험에서 배운다’ 온라인 워크샵에서는 그리스, 이탈리아 관계자가 자국의 재생에너지 보급 경험을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 재생에너지 산업계 전문가들이 국내 재생에너지 입지 규제와 인허가 절차 개선에 대해 논의했다.

기조 발제를 맡은 박지혜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한국은 여전히 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역주민의 반대, 그로 인한 사업 지연이 존재한다"면서 "지자체별로 제각각 운영되는 이격거리 규정 사례를 들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사전적 입지기준이 존재하지 않는 제도적 공백이 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박 변호사는 국가 주도의 사전계획과 단일화된 인허가 창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그리스는 한국과 달리 환경부가 발전설비와 관련한 인허가 권한을 가질 뿐 아니라 공간계획과 관련한 권한도 갖고 있어 재생에너지 설치 창구가 일원화되어 있고, 이탈리아 역시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며 "두 나라의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 비중은 1990년에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미했지만 약 20년 새 각각 19.2%, 13.8%로 부상했다"고 말했다.


▲한국과 그리스, 이탈리아 1990년-2018년 발전량·온실가스·전기요금 비교.


지키자스 아포스톨로스(Gkizas G. Αpostolos) 그리스 에너지규제청 재생에너지개발·정책부문장은 그리스 전역에서 재생에너지 설비가 들어설 수 있는 공간에 대한 논의를 관련 중앙정부 부처들이 함께 진행해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 국토에서 지역마다 자연과 문화유산 시설, 관광지로 이용되는 비율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어떤 지역에 재생에너지 설비가 얼마나 들어설 수 있는지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먼저 만들었다는 얘기다.

아포스톨로스 부문장은 "2008년부터 재생에너지 공간 계획틀(framework)을 만들기 위해 에너지환경부 뿐 아니라 농림부, 내무부 등 정부부처가 함께 노력해왔다"면서 "이 틀을 만들기 위한 협의과정만 2년이 소요됐고, 관련 당사자들로부터 의견청취를 상당히 많이 했다"고 말했다.

키아라 도나디(Chiara Donadi) E&Y 이탈리아 변호사는 국가 차원에서 태양광, 풍력 시설을 개발할 수 있도록 여러 강력한 기준을 마련해왔음을 밝혔다. 도나디 변호사는 "이탈리아는 에너지사업의 인허가 절차에서 컨퍼런자 디 세르비찌(conferenza di servizi)를 고안했다"며 "이 수단은 재생에너지 사업을 촉진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컨퍼런자 디 세르비찌는 ‘서비스 총회’라는 뜻으로 재생에너지 사업 진행시 인허가 절차에서 여러 가지 행정기관이 관련될 경우 관련 기관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해당 사업을 논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자리에 모인 행정 기관들은 해당 사업에 대한 의견을 반드시 표명해야 한다. 단순 반대는 불가능하다. 즉 ‘발전사업가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조치를 취할 때 찬성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해야하는 것이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한국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한국의 재생에너지 인허가 절차가 너무 복잡한데다 모호한 환경영향평가 기준, 주민 민원 해결을 사업자에 전부 맡기는 등 어려움이 크다"고 지적했다. 위진 GS E&R 풍력사업부문장은 "재생에너지 사업 승인을 받을 때 검토기관과 협의 기관의 의견이 객관적이라 보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라면서 "그리스의 사례처럼 사업이 가능한 지역과 아닌 곳을 확실히 나누고 가능한 지역에서는 확실히 사업이 성사되도록 촉진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덕환 한국풍력산업협회 팀장 역시 "발전사업자는 비용과 시간을 투자한 뒤에 (사업 지속이 어려운) 문제를 맞닥뜨리게 되는게 현실"이라면서 "부처간 협의된 내용 이외의 다른 사항이 개입돼 사업 지속가능 여부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규창 한화큐셀 정책파트장 역시 한국의 재생에너지 인허가 과정에서 과도하게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 문제를 지적했다. 정 파트장은 "한국만 유난히 재생에너지 LCOE(균등화발전원가)가 내려가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는 토목비용을 비롯한 인허가비용이 내려가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산업부가 2017년 내놓은 태양광 발전시설 입지 가이드라인을 지자체가 이행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는 등 여러 촉진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 2018년도 산지관리법 개정 이후, 신규 인허가 받기가 힘들어져 올해 태양광 설치 물량에도 많은 영향끼칠 것"이라며 우려를 전했다.

이날 김상준 한국에너지공단 풍력발전 추진지원단 팀장은 "체계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 단지를 개발하고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하도록 하는 입지 계획 절차 도입을 추진해 왔지만 관련 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등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그럼에도 주민의견 수렴 절차를 통해원활히 재생에너지 사업이 추진될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 사업자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오현진 한국전력공사 실장은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한 계통 계획의 보강의 중요성을, 육근형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실장은 해상풍력단지 개발 시 정부부처와 지자체, 사업자가 함께 접근하는 방식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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