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도쿄 올림픽 연기로 ‘스포츠 특수’마저 놓치게 됐다. 올림픽을 계기로 암울한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준비했던 업체들 사이에서 깊은 한숨이 나오고 있다.
◇ 삼성·LG전자 "가전제품 등 마케팅 기회 놓쳐…전략 새로 짜야"
25일 재계에 따르면 올림픽 연기로 국내 전자업계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대형 스포츠 이벤트에 기댄 판매 증진 효과가 기대하기 어려워졌을 뿐만 아니라 최신 기술과 신제품을 홍보하려던 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마케팅 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최상위 등급 후원사(올림픽 파트너·TOP)로 무선통신과 컴퓨팅 분야의 공식(독점) 후원사로 참가해온 삼성전자는 매년 그 해 주력 스마트폰을 올림픽 무대에서 전 세계인을 상대로 마케팅을 진행해왔다.
실제 삼성전자는 그동안 올림픽 참가 선수단에 올림픽 한정판 최신 스마트폰을 지급하며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나는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었다. IOC가 지난 1월 발간한 ‘IOC 마케팅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4000개 이상의 ‘갤럭시 노트8 한정판’을 선수단에 제공했다. 삼성전자는 평창 올림픽 공식 어플리케이션(앱)도 제작해 배포했는데, 다운로드 수만 128만회에 이른다. 올림픽 경기장 등에 마련된 ‘삼성 올림픽 쇼케이스’에는 대회 기간에만 43만명이 다녀가기도 했다.
2016년 브라질 리우 올림픽 때는 1만 2500명의 선수에게 ‘갤럭시S7 엣지 한정판’이 제공됐다. 대회 기간 ‘삼성 갤럭시 스튜디오’ 방문객은 100만 명 이상, 올림픽 공식 어플 다운로드 수는 700만번 이상에 달했다. 그러나 도쿄올림픽이 내년으로 늦춰지면서 올해 스마트폰 신제품인 ‘갤럭시S20’ 시리즈 마케팅에 따른 특수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삼성전자는 1988년 서울 올림픽 로컬 후원사를 시작으로 1997년 올림픽 무선통신 분야 공식 후원사로 선정된 이후 1998년 일본 나가노 동계 올림픽부터 최상위 등급 후원사로 본격 활동했다. 삼성전자는 앞서 IOC와 이러한 장기 후원 계약으로 ‘올림픽=삼성전자’의 이미지를 전 세계에 각인시키고, 이를 통해 더 많은 마케팅 권리와 대우가 따를 것으로 기대한 바 있다.
LG전자도 이번 올림픽 연기로 마케팅 전략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현재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로 일본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LG전자는 도쿄 올림픽이 TV 수요를 높여줄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있는 기간엔 TV 판매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인 IHS 마킷은 올해 초 도쿄 올림픽 등 스포츠 이벤트로 OLED 디스플레이 패널 수요가 지난해보다 50.5%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LG전자는 특히 도쿄 올림픽으로 8K TV 시장을 본격 확장할 계획이었다.
◇ 항공 업계 ‘설상가상’···화장품 업계 "상황 예의주시"
코로나19 여파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여행·항공 업계에서는 더 큰 비명소리가 나온다. 이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최대한 빨리 진정된 뒤, 올림픽을 계기로 일본 하늘길을 점차 확장해나간다는 희망을 품어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일본과 무역갈등이 빚어졌을 당시에도 업계 안팎에서는 ‘올림픽 전에는 문제가 풀릴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었다고 전해진다.
항공사의 일본 노선은 지난해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양국 관계가 악화하며 지방 소도시를 중심으로 노선이 폐지되기 시작했고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여행수요 감소, 입국절차 강화 등으로 거의 끊기다시피 했다. 현재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국적사 항공편은 대한항공, 제주항공 등이 운영하는 3개 노선 뿐이다. 올림픽을 기점으로 수요 회복을 기대했던 항공사들이 울상을 짓고 있는 배경이다.
화장품 업계는 조심스럽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한일 갈등 고조 속에서도 화장품 업계 일본 화장품 수출액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었다. 지난해 한국화장품 대일수출액은 20% 이상 증가했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K-뷰티가 조금 뜨긴 했지만 일본에서는 아직까지 한국 화장품 점유율이 높은 상황은 아니다"며 "올림픽이 열렸다면 추가적인 특수(기회)가 있을 것 같은데 이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IOC는 24일 오는 올 7월 일본에서 열릴 예정이던 2020 도쿄올림픽을 내년으로 연기한다고 24일 공식 발표했다. 세계대전으로 한차례 연기되긴 했지만 전념병으로 인해 대회가 연기되기는 근대 올림픽 124년 역사상 처음이다.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서예온·이종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