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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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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코로나發 경제비관론…OECD "경제충격 오래간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3.24 14:40

OECD "실업자·中企 막대할 듯...정상화에 오래걸려"

IMF "올 전세계 리세션 빠질수도...전례 없는 대응 필요"

WB "15개월간 1500억 달러 투입 개발도상국 지원 추진"

코로나 장기화땐 미국 GDP 50%↓...EU는 4.5% 감소 전망

▲코로나19로 한산한 미 내슈빌(사진=AP/연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으로 세계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이동제한, 공장가동 중단, 구조조정, 금융시장 불안 등의 경제악재 요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면서 글로벌 경기침체를 야기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전염병이 제어된다고 해도 코로나발 경기충격의 여파가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 OECD "팬데믹 제어되어도 경기침체는 길게 지속될 것"

24일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은 미 경제매체 CNBC와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로 인한 경제 충격이) 팬데믹 기간보다 더 길게 지속될 것이라는 점은 매우 명확하다"며 경제침체기가 바이러스로부터 직접 영향을 받은 기간을 훨씬 넘어설 것으로 진단했다.

그는 또한 "코로나19 팬데믹은 앞으로 2∼3개월 안에 물리칠 것으로 기대한다"며 "그러나 문제는 얼마나 많은 실업자들이 생기는지, 그리고 파산은 면해도 얼마나 많은 중소기업들이 매우 심각한 상황에 처해질 것이라는 점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구리아 총장은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은 빠른 시일 내 정상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는 매우 오랜 기간동안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리아 총장은 또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억제된 후 세계 경제가 재건되려면 "막대한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되는 만큼 글로벌 경제가 회복되는데 더 오래 걸릴 것이라는 의미다. 앞서 OECD는 코로나19가 올해 1분기 이후 완화될 경우 세계 성장률이 2.4%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지만 코로나19가 확산·장기화할 경우 성장률이 1.5%로 떨어질 수 있다고 이달 초 경고한 바 있다.

문제는 현재 코로나19 상황이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존스홉킨스대학이 최근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최소 34만 90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사망자는 1만5000명을 돌파했다.

또 23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는 발병 초기부터 10만명에 이르기까지 처음에는 67일이 걸렸으나 이후 다시 10만명이 증가하기까지 11일이 소요됐고 재차 10만명이 늘어나기까지는 최근 불과 4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 속도가 이전보다 무서운 기세로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CNBC는 글로벌 경제성장률이 1.5%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OECD 경고에 "매우 낙관적이다"고 평가했으며 "세계에서 국가차원의 봉쇄조치, 학교와 비즈니스의 잇따른 폐쇄조치에 이어 서방국가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구리아 총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최근에 놓은 파격적인 ‘무제한 양적완화’(QE) 등을 포함한 경기부양책에 대해 "일부 업종들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실업자를 돕거나 금융시장에 추가 유동성을 공급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IMF에 이어 WB도 큰 경기침체 예상


경제 비관론을 제기하는 주요기관은 OECD 뿐만이 아니다.

23일(현지시간)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성명을 통해 코로나19가 올해 전 세계에 경기침체(리세션)를 야기할 것이라며 이는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 경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심각한 경제적 피해에 직면하고 있다"며 "이 같은 피해는 2009년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더 큰 비용이 소요되며 전례 없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코로나19 대응과 관련, "일반적으로 선진국들이 대응하기에 더 나은 위치에 있다"면서 "위기는 많은 신흥시장에 더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재정 분야에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많은 국가의 통화정책 완화 조치와 비상 재정 조치를 강력히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들에 대해 선진국들이 저소득 국가에 더 많은 지원을 제공할 것을 요청하면서 "IMF는 1조 달러 대출 능력을 모두 투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WB) 그룹 총재도 코로나19의 팬데믹으로 인해 건강 문제에 대한 영향을 넘어 세계 경제에서 큰 경기침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맬패스 총재는 또한 코로나19 대응과 관련, 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를 대상으로 발표한 성명에서 "개발도상국들을 지원하기 위해 향후 15개월 동안 1500억 달러(약 191조원) 규모의 자원을 투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G20 채권국들에 대해 최빈국들이 코로나19와 싸우는 동안 부채를 상환받는 것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고 각국이 보건 지출 확대, 사회안전망 강화, 민간 부문 지원, 금융시장 붕괴 대응 등을 위해 신속히 움직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 미국과 EU에서 ‘실업률 증가·GDP 감소’ 전망


전문가들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주요 국가들의 경제 전망이 암울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제임스 불러드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반응행 총재는 코로나19에 대응한 휴업 등의 경제활동 위축으로 2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전례없는 ‘50% 감소’라는 상황을 맞일 수 있다고 최근 경고한 바 있다. 이는 최근 주요 투자은행(IB)이 제시한 전망치보다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JP모건체이스는 미국의 2분기 GDP가 14% 줄 것으로 예상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12%, 골드만삭스는 -24%를 각각 전망한 바 있다.

또한 미국호텔숙박협회(AHLA)는 코로나19 사태로 호텔 객실 이용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호텔 소유주들이 대규모의 불가피한 해고와 일시적 해고로 미국 호텔 업계 종사자의 44%가 해고될 수 있다고 추산했다. 미국에서 호텔 업계는 800만명 이상을 직접 고용하고 있다. 그러나 AHLA는 400만명 이상이 이미 일자리를 잃었거나 앞으로 몇 주 안에 해고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협회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칩 로저스는 "(코로나19의) 호텔 산업에 대한 영향은 9·11 테러와 2008년 금융 위기를 합친 것을 포함해 우리가 겪은 어떤 것보다 더 가혹하다"고 말했다.

숙박업 외에도 요식업, 교육업, 소매유통업에서도 각각 900만명, 320만명과 280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위험이 있다는 코넬대 법학대학원 연구진 전망도 나왔다.

이와 관련,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최 애널리스트는 26일 발표되는 3월 셋째 주(15∼21일) 주간 신규 실업수당 신청 건수가 225만건으로 급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3월 첫째 주와 둘째 주 신청 건수는 각각 21만 1000건과 28만 1000건이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상황도 만만치 않다. 23일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유로존의 소비자심리 측정 지수가 지난달 -6.6에서 이달 초 -11.6으로 급감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는 1985년 이후 월간 감소 폭으로는 최대 기록으로, 낙관론에서 비교적 비관론으로 전환하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WSJ은 분석했다.

투자은행 UBS의 라인하르트 클러세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2주간 유럽에서 이뤄진 대규모 봉쇄는 경제 전망을 급격하게 악화 시켜 현재 경기침체는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며 "문제는 이것이 얼마나 심각하고 오래 갈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UBS는 유로존의 GDP가 올해 4.5%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는 경제 위기로 대량해고가 일어났던 2009년 당시의 역성장세와 비슷한 수준이다.

영국 경제분석 기관인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유로존의 실업률이 지난 1월 7.4%에서 6월에는 9% 이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멜라니 데보노 이코노미스트는 "기업과 가계 심리는 팬데믹이 우려되는 한 터널 끝에 빛이 있을 때까지 특히 약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WSJ는 현재 유럽 각국은 경제난에 처한 가계에 대응 조치를 내놓았지만, 이는 실업률 상승을 멈춘다기보다 제한하는데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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