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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과 자금력으로 사업성과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신탁방식 정비사업을 선택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성공 사례가 없어 첫 준공 사업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사진은 한국토지신탁을 사업대행자로 선정하며 신탁방식 재개발로 선회한 청주 사직1구역의 조감도. |
[에너지경제신문 윤민영 기자]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 사업이 기존의 조합방식에서 신탁방식으로 전환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준공까지 완료된 사례가 없어 신탁방식 정비사업의 첫 준공 사례에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2016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개정되면서 신탁사들도 정비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이에 신탁사들은 정비사업을 하나의 신사업 축으로 보고 전문성과 자본력을 내세우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정비사업이 지지부진한 사업장들도 사업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신탁방식을 검토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사업이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던 곳에 신탁방식 정비사업이 도입되면 사업 진행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청주 사직1구역, 대전 장대B구역, 서울 여의도 광장아파트·성동구 장미아파트 등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 지방에서도 신탁 방식을 선택한 사업장들이 속속 늘고 있다. 부족한 전문성과 자금을 한꺼번에 해결해 사업성을 높인다는 취지다.
정비사업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조합을 대신해 사업을 시행하고 시공사에 의존했던 자금조달까지 대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신탁방식 정비사업이 준공된 사례가 없어 신탁방식이 조합원들에게 100% 신뢰를 얻기는 힘든 상황이다.
실제로 사업 속도가 조합방식보다 빠른지에 대한 검증이 부족한 상황에서 분양수입의 2%∼4%를 수수료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는 신탁방식 정비사업 완료의 첫 사례가 해당 시장을 넓히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한국토지신탁은 내년 준공을 앞둔 대전 용운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신탁방식 정비사업의 전환점이 되는 것은 물론 인식 개선에도 일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토지신탁은 일찍이 신탁방식 정비사업 수주전에 뛰어들면서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청주 사직1구역과 대전 장대B구역 재개발사업을 수주하며 전국에서 총 17개 사업지(약 2만558가구)에서 지정개발자로 지정됐다.
한국토지신탁 관계자는 "대전 용운주공은 신탁사가 참여한 재건축 사업장의 최초 준공사례가 될 것"이라며 "수수료를 제외하더라도 현재 예상되는 조합원들의 분양수입은 약 400억 원으로 추정되며 이로 인해 신탁 방식 정비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이어 "신탁방식 정비사업이 사업성이 떨어지는 곳의 대안책이라는 인식은 개선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서 서울·수도권 지역의 준공 사례를 위해 사업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성과 투명성을 강조하는 신탁방식은 대행자와 시행자 방식 두 가지로 나뉜다. 인허가 절차 등 사업 진행의 전반을 대행하는 역할은 같지만 조합 집행부의 유무가 차이점이다.
시행자 방식은 대행자 방식과 달리 조합장과 대의원 등 조합 집행부가 존재하지 않아 신탁사의 결정권한이 상대적으로 커진다. 다만 토지등소유자들을 대상으로 중대한 안건을 논의할 경우는 대행자 방식과 마찬가지로 총회를 진행해 사업 진행 상황의 전반을 논의한다. 이 경우 일반적인 도시정비 사업장에서 총회 의결을 생략하며 발생하는 문제점을 막을 수 있다.
아울러 신탁방식 정비사업을 선택한 곳은 일몰제로부터 자유롭다. 사업속도가 지지부진한 정비사업장은 일몰제 적용으로 정비구역에서 해제되는 단점이 있었다. 일정기간 추진위원회나 조합을 설립하지 못할 경우 구청장 직권으로 정비사업이 종료되는 것이다. 그러나 신탁방식으로 우회하게 되면 조합을 설립한 것으로 간주돼 일몰제와 상관없는 사업장이 된다.
그러나 신탁방식 정비사업도 리스크는 존재한다. 사업을 진행하며 금융비용을 조달하기 때문에 사업성이 높거나 사업이 끝까지 완료돼야만 비용을 보전하고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이 무산된 곳의 경우는 조합원들이 사업 진행을 위한 대여금을 충당하기 힘든 경우 지자체에서 세금 감면 등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신탁사들은 매몰비용을 모두 부담해야 한다.
신탁사에 귀책사유가 없어도 조합이 신탁방식을 취소한다면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존재하는 것이다. 이를 막으려면 계약당시부터 조항을 넣어야 한다. 하지만 이를 강제할 경우 토지등소유자들에게 심리적인 부담을 줄 수 있어 실제로는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또 신탁사들이 시행자지정이 되려면 조합설립기준과 동일한 여건에 한가지 요건을 더 충족해야 한다. 재건축은 전체 조합원의 75%의 동의를 얻어야 조합이 설립된다.
하지만 신탁사는 토지등소유자 1/3로부터 소유권 이전을 받아 신탁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이 경우 토지 소유 권한이 신탁사로 넘어가다 보니 조합원들이 선뜻 계약 체결을 결정하기가 힘든 상황이 된다. 신탁방식 정비사업의 걸림돌이 되는 부분이다.
한 신탁업계 관계자는 "조합원의 수익을 수수료로 취득하는 신탁사의 수입 구조상 정비사업의 성공 유무가 신탁사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해당 방식의 사업이 활성화 되려면 신탁등기 요건 등이 완화되는 등의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