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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 지분 1% 보유한 카카오, KCGI 추가 지분매입 조짐...양측 속내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1.22 07:10

KCGI, 8일자로 헬레나홀딩스 설립등기 완료
내달 추가지분 매입해도 3월 주총 효력 無
한진그룹과 '장기전' 염두...오너일가 압박카드
카카오 지분 1%로 경영권 판도 엇갈릴수도
'한진-반도' 사이에서 '사업제휴' 딜 가능성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경영권을 둘러싼 주요 주주간의 신경전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카카오가 한진칼 지분 1%를 매입한 가운데 국내 행동주의 사모펀드(PEF)도 유한회사 '헬레나홀딩스' 설립 등기를 완료하며 추가로 지분을 확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카카오가 '지분 1%'를 무기로 한진그룹, 반도건설 등 주요 주주들 사이에서 '사업적 제휴'를 모색하는 한편 KCGI의 경우 다른 주주들 사이에서 추가 지분 매입 가능성을 시사하며 오너일가를 더욱 압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 주주명부폐쇄일 지났는데...KCGI, 추가 지분 매입하나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CGI는 이달 8일자로 서울중앙지방법원 등기국에 유한회사 '헬레나홀딩스' 설립등기를 완료했다. 헬레나홀딩스는 한진칼의 2대 주주인 KCGI의 특별관계자로 추정된다. 헬레나홀딩스는 KCGI가 만든 케이씨지아이제1호의6사모투자합자회사가 최대주주인 투자목적회사다.

▲KCGI는 이달 8일자로 서울중앙지방법원 등기국에 유한회사 ‘헬레나홀딩스’ 설립등기를 완료했다.(자료=법원 홈페이지)


헬레나홀딩스 역시 KCGI가 설립한 다른 유한회사와 마찬가지로 김남규 KCGI 부대표를 대표자로 등록했다. 그간 KCGI가 유한회사를 설립해 한진칼 지분을 확대해왔다. KCGI는 지난달 한진칼 지분율을 기존 15.98%에서 17.29%로 확대했는데, 세부 내역을 보면 그레이스홀딩스가 한진칼 주식 24만7601주를 추가로 취득했고 특별관계자인 엠마홀딩스와 캐트홀딩스가 각각 25만4698주, 27만2089주를 취득했다. 지난해 11월 5일 등기를 완료한 캐트홀딩스가 실제 지분 매입에 나선 시점은 한 달이 지난 12월 13일부터 18일까지였다.

다만 유한회사를 설립했다고 해서 이것이 꼭 한진칼 지분 매입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단언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이미 3월 주총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주명부폐쇄일은 작년 12월 26일로 지난 상황이다. 만일 헬레나홀딩스가 다음달 중 추가로 지분을 매입한다고 해도 KCGI가 실제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율은 17.29%에 불과하다. 이에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KCGI가 한진그룹 오너일가를 압박하는 동시에 반도건설 등 다른 주주들 사이에서 자신의 세력이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용도로 헬레나홀딩스를 설립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 조원태 회장 연임 등 중장기 시나리오 염두한듯


또 만일 3월 주총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KCGI가 이에 대비하기 위해 헬레나홀딩스를 설립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은 오는 3월 말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을 다룬다. 현재 한진그룹 총수 일가 가운데 한진칼의 사내이사는 조 회장이 유일하다. 이에 이날 주총 결과에 따라 총수 일가의 경영권 상실 여부도 판가름나게 된다.

만일 조 회장이 3월 주총에서 연임에 성공한다고 해도 KCGI나 다른 주주들이 추가로 지분을 확보할 경우 한진그룹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은 내년 이후까지 이어질 수 있다. 국내 한 기관투자자는 "KCGI는 2018년 11월 2대 주주로 등극한 이후 한진그룹을 대상으로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하면서 중장기 전략을 계속해서 고심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정기주총에서 조 회장이 연임된다고 해도 임시주총을 통해 새로운 이사를 선임하는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있다"고 설명했다.


◇ 카카오, ‘1%’로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판도 바꿀까

▲한진칼 주주 현황.


이 가운데 최근 IB 업계에서는 ‘카카오’의 지분 매입 의도를 주목하고 있다. 카카오는 주주명부폐쇄일 직전인 작년 말 한진칼 지분 1%가량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진칼은 조원태 회장 등 총수 일가 및 특수관계인(28.94%), KCGI(17.29%), 델타항공(10%), 반도건설(8.28%) 등으로 구성됐다. 여기서 반도건설 지분은 반도그룹 계열사인 대호개발, 한영개발, 반도개발 등 3사의 지분율을 합한 수치다.

만일 조 회장의 경영권에 반기를 든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6.49%)이 KCGI, 반도건설 등과 공동전선을 구축할 경우 카카오의 지분 ‘1%’의 힘은 더욱 막강해진다. 이렇게 되면 KCGI는 조 전 부사장과 반도건설 등을 합해 우호지분 31.98%를 보유하게 된다. 즉 조 회장과 델타항공의 지분을 더한 32.45%와의 격차를 불과 0.47%포인트로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시나리오를 가정했을 때 카카오가 어느 편에 서느냐에 따라 조 회장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은 판도가 크게 바뀔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IB 업계 관계자는 "만일 KCGI의 우호지분과 조 회장 측의 우호지분이 5%대로 벌어진다면 카카오의 지분 1%는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며 "다만 조 전 부사장의 지분이 이탈할 경우 KCGI의 우호지분과 조원태 회장의 우호지분 간 격차가 1%를 하회하는 상황에서는 카카오는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카카오 입장에서는 1%의 지분을 무기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사업적 제휴를 제시하는 쪽에 표를 던져줄 수 있다"며 "카카오는 적은 지분으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면서 사업적 기회를 모색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유리한 상황에 놓였다"고 밝혔다.

▲한진칼 1년간 주가변화 추이.


이에 따라 한진칼 주가는 적어도 3월 주총 전까지는 경영권 분쟁 흐름에 주목하며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진칼 주가는 최근 6개월간 40% 급등했는데, 현재 지분구도에서 오너일가가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했다고 단정짓기 어려운 만큼 3월 주총 전까지는 추가 상승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진칼 주가는 작년 말 지분경쟁 관련 기대감으로 고점을 형성한 후 조정을 받고 있지만, 지분 경쟁이 남아있는 상황에서는 언제든지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며 "만일 3월 주총에서 조 회장이 연임에 성공한다고 해도 KCGI나 대호개발 측이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면 언제든지 지분 경쟁이 촉발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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