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 26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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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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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전환 2020 ③] 천연가스부터 SBTi까지…올해 에너지전환 트렌드는 <下>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1.22 13:12

올해 천연가스 수입량 370MMtpa로 전년比 20MMtpa 증가 전망

하락세 리튬 코발트 가격 공급업체 균형 잡히며 가격 반등세 전환

석유·가스부문 금융지원 중단에 메이저사들 자산 정리 늘어날 듯

온실가스 감축 참여기업 작년 말 754곳서 올해엔 2배 이상 증가


파리기후협약 체결 이후 세계 각국은 태양광·풍력 등의 재생에너지의 확대를 골자로 하는 ‘에너지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에 비해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전 세계가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해야 하는데, 에너지전환이 이를 위한 유일한 수단으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 에너지전환을 위한 세계 각국들의 노력은 어디까지 왔을까. 에너지경제신문은 지난해 글로벌 재생에너지 시장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살펴보고 올해 에너지전환 트렌드를 꼽아봤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에너지전환 2020 ①] 지난해 글로벌 재생에너지 투자 1% 증가…태양광↓·풍력↑
[에너지전환 2020 ②] 재생에너지부터 전기차까지 …올해 에너지전환 트렌드는 <上>
[에너지전환 2020 ③] 천연가스부터 SBTi까지…올해 에너지전환 트렌드는 <下>

▲천연가스 생산기지


◇ 글로벌 천연가스, 올해에도 공급과잉 지속


22일 에너지조사기관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천연가스(LNG) 수입량은 전년대비 무려 40MMtpa(13%) 증가한 351MMtpa로 집계됐다. 글로벌 공급량이 증가하면서 스팟가격이 최저수준을 기록했고, 수입량도 덩달아 불어난 것으로 풀이됐다. 특히 유럽에서는 지난해 LNG를 전년보다 37MMtpa 더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올해에도 LNG 시장에 공급과잉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BNEF에 따르면 올해 천연가스 수입량은 지난해 351MMtpa에서 370MMtpa로 20MMtpa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의 경우 석탄에서 천연가스로 전환하려는 기조가 향후 LNG 수요 증가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BNEF의 메기 쾅 천연가스 리서치 부문장은 "올해 천연가스 가격은 작년보다 더 하락해야 유럽에서 천연가스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석탄가격은 작년 초에 비해 약 40% 하락한 톤당 50∼ 60달러 사이에서 맴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올해 아시아 LNG 시장은 다소 부진할 것으로 예고됐다. 쾅 부문장은 "중국, 동남아시아에서 천연가스에 대한 수요는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한국과 일본의 소비량은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리튬·코발트 등 원자재 가격, 올해부터 반등…"니켈은 두고봐야"

▲콩고민주공화국(Democratic Republic of Congo, DRC) 에 위치한 코발트 광산 전경. (사진=AP/연합)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원료로 꼽히는 리튬, 코발트 등의 가격은 올해부터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부터 하락세를 꾸준히 이어온 리튬가격의 경우, BNEF에 따르면 수산화리튬의 스팟가격은 톤당 7500에서 8000달러에 머무를 것으로 예측됐으며 탄산리튬은 톤당 7000 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광물자원공사 기준 이달 20일 탄산리튬 가격은 kg당 38.5 위안(톤당 5580 달러)을 기록했다. 그러나 앞으로 호주에 위치한 주요 공급업체들이 생산축소에 나서면서 시장에 균형이 잡히고 가격 역시 상승세를 탈 것으로 예상된다.

코발트 가격은 2017년 톤당 3만 2734달러를 시작으로 2018년 3월에는 9만 5000달러까지 치솟다가 작년 여름에 2만 5000달러로 폭락하는 등 지난 3년간 냉온탕을 오갔다. 그러나 올해부터 세계 최대 광산업체인 글렌코어가 올해부터 최대 코발트 산지인 콩고민주공화국 내 무탄다 광산 운영을 축소하기로 하면서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BNEF는 과거처럼 코발트의 공급과잉 현상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BNEF의 소피 루 금속·원자재 리서치 부문장은 "가격이 반등하면서 공급량이 차후 늘어나도 윤리적으로 생산된 코발트를 요구하는 업체들이 많아 하방 압력에 대한 리스크는 적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SK이노베이션은 글렌코어로부터 구매하는 코발트에 대해 매년 외부 기관을 통해 생산 과정을 감사한다.

니켈의 경우 올해 가격에 대해서는 정확한 진단이 나오지 않았다. 주요 생산국인 인도네시아 정부가 올해 1월부터 니켈광석 수출 규제를 시행하고 있는 점은 가격 상승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중국 청산강철그룹(Tsingshan Holding Group)이 인도네시아 모로왈리 지역에서 추진하고 있는 전기차용 니켈 플랜트가 환경영향평가의 최종 승인과 시험 운행을 앞두고 있어 가격 추이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루 부문장은 "올해는 인도네시아의 니켈 정재 가능성을 가늠하기 위한 벤치마크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 ‘실적 부진’·‘온실가스 감축’…이중고에 시달리는 ‘빅 오일’

▲누적기간 : 2010년부터 작년 3분기까지



이 가운데 수년간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장악하던 ‘빅 오일(글로벌 거대 석유기업)’은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주력사업인 석유, 가스 사업에서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동참하라는 투자자·소비자 등의 압박에 따른 ‘탄소 리스크’까지 맞물렸기 때문이다. 앞서 세계은행은 올해부터 석유·가스 상류부문 금융지원 중단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민간 연구기관인 ‘에너지 경제·금융 분석 연구소’(IEEFA, Institute for Energy Economics and Financial Analysis)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작년 3분기까지 엑슨모빌,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 쉐브론, 토탈, 그리고 로열더치셸은 주주들에게 총 5360억 달러의 배당금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동안 이들이 생산한 잉여현금흐름 약 3290억 달러를 상회하는 수치다. 이들 기업은 나머지 금액 2070억 달러를 메우기 위해 보유한 자산을 매입했다. 석유 메이저 업체들이 석유·가스·석유화학 제품 등 전통사업에 적자를 내면서 보유 자산을 정리하는 작업을 단행했다는 의미다.

실제 BP는 작년 8월 알래스카 자산을 미국 힐콥에너지에 56억 달러에 매각한 바 있다. 미국의 셰일 원유 생산이 증가하면서 알래스카 원유 시추로는 수익성을 내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IEEFA는 "현대 석유·가스 사업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근본적인 약점이 이러한 결과에 반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해당 기간동안 엑슨모빌의 적자는 650억 달러로,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집계됐다. 이후 BP(500억 달러), 쉐브론(430억 달러), 토탈(270억 달러), 로열더치셸(220억 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이와 동시에 빅 오일 업체들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에도 동참을 해야 한다. 기후변화에 대응을 촉구하는 소비자·투자자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BNEF는 빅 오일 업체들이 올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것으로 전망했다.

BNEF의 데이빗 도허티 석유시장 전문가는 "앞으로 이들이 재생에너지 기술 관련 프로젝트에 투자할 움직임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예를 들어 태양광을 기반으로 한 정제소나 풍력을 기반으로 한 해상 오일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들이 생산하는 석유 제품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안도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로열더치셸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지금의 50% 수준으로 줄이기 위해 연간 10억~20억 달러를 풍력·태양광·수소 등의 사업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 SBTi 참여하는 기업들, 올해 두 배 이상 늘어난다


아울러 올해는 과학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고됐다.

SBTi는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UN 글로벌 콤팩트(UNGC), 세계자원연구소(WRI), 세계자연기금(WWF)이 과거 2015년 공동으로 설립한 사업이다.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지구 기온 상승을 2도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 과학을 기반으로 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 SBTi는 이를 설정하기 위한 지침과 방법론을 제공한다.

BNEF에 따르면 SBTi에 참여하는 기업은 작년 말 754 곳으로 집계됐는데 올해 말까지 그 규모가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SBTi에서 제공하는 지침과 방법론이 지속적으로 개선되면서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들도 참여가 가능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또한 금융업계에서도 SBTi에 참여하는 업체들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BNEF는 해당 이니셔티브를 통해 조성되는 금액이 작년 14조 5000억 달러에서 올해 25조 달러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BNEF의 조나스 루즈 지속가능성 리서치 부문장은 "각 기업의 상황에 맞게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방법이 제공되면서 사실상 기업에 대한 ‘기후 리스크’가 사라지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올해 말까지 기업들에게 왜 SBTi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지 않았는지 묻기 시작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BNEF는 성공적인 에너지전환 정책은 기업, 시장의 변화보다는 정부의 의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올해의 경우 미국 대선이 글로벌 에너지전환과 탈(脫) 탄소의 진행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변수로 거론되고 있다. 기후변화가 사기라고 주장하고 파리협약에 탈퇴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미국은 앞으로 2024년 말까지 반(反)기후변화 정책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밖에 올해 말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26)도 글로벌 에너지전환 정책의 또 다른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COP 26은 파리기후변화 협정 서명 당사국들이 온실가스 감축량을 확정하고 2050년까지 어떻게 탄소중립을 달성할지 확인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향후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지닐 것으로 보인다.

엥거스 멕크론 BNEF 편집국장은 "한편으로는 기후변화 그 자체가 대응을 위한 시급성에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며 "최근 일어난 호주 산불 사태가 선진국들 사이에서 중요한 이슈로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는 주요 개발도상국에서 정책 입안자들이 거론할 만한 기후변화 현상이 목격될지 두고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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