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못하는 윤종원 기업은행장, 답답한 노사...文 "인사권은 정부에"

나유라 기자 ys106@ekn.kr 2020.01.14 16:27:51

  •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목록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신년 기자회견서 낙하산 논란 선긋고 윤 행장 '전문성' 강조
출근 저지 투쟁 장기화에 내부 인사도 차일피일 지연
노사 "대화하자" 공감대..."빠른시일 안에 접점 찾을지도"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금융연수원 임시 집무실에서 업무 보고를 받고 있다.(사진=IBK기업은행)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노동조합의 반대로 열흘 넘게 출근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지면서 노조와 사측 모두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노조는 윤 행장이 아닌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대화하자고 요구하고 있지만, 청와대는 여전히 침묵을 고수하고 있다. 이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기업은행 노조를 향해 "인사권은 정부에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혀 향후 IBK기업은행의 노사 갈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된다.


◇ "윤종원 행장 전문성 충분...넓은 관점에서 봐달라"

문 대통령은 14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 행장의 ‘낙하산 인사’ 논란과 관련해 비교적 분명하고 단호한 어조로 답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에는 정부가 민간금융기관, 민간은행장들 인사까지 개입해 낙하산이냐 했었다"며 "그러나 기업은행은 정부가 출자한 국책은행이고 정책금융기관이다. 인사권은 정부에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정부)가 필요하면 외부에서 수혈할 수 있고, 안정이 필요하면 내부에서 발탁하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윤 행장의 전문성을 높게 평가하며 전문성이 없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자격 미달 인사라면 모르겠지만, 그분(윤 행장)은 경제 금융 분야에 종사해 왔고, 경제 수석 분야에 IMF 상임이사를 하는 등 경력 면에서는 미달되는 바가 없다"며 "내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비토하기보다는 노조가 보다 열린 마음으로 기업은행의 발전, 기업은행이 해야 할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등 관점에서 인사를 봐달라"고 당부했다.


◇ 출근저지 투쟁에 직원 인사도 '먼산'...갈등해결 실마리는

▲IBK기업은행.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이달 3일 취임한 윤 행장이 노조의 출근저지 투쟁으로 열흘 넘게 본사로 출근하지 못하는 상황을 정면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조는 윤 행장을 ‘낙하산 인사’라고 비판하며 이날까지 본사에서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에 윤 행장은 금융연수원 임시 집무실에서 업무 보고를 받고 주요 경영상황 등을 점검하고 있다. 윤 행장은 전날 은행연합회 뱅커스클럽에서 전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새해 첫 ‘경영현안점검회의’를 국내외 경제 및 금융시장 동향 등을 점검하고 논의했다. 윤 행장은 이날 회의에서 제도 개혁 등을 통한 ‘혁신금융’ 선도, 직원들과 격의 없는 소통을 통한 조직 문화 혁신 등 ‘경영 혁신’을 강조하며, ‘혁신 추진 태스크포스(TF)’ 신설을 주문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이번 회의 주재는 안정적인 조직 운영에 대한 은행장의 의지"라며 "현재 사업그룹별로 업무 현황과 계획 등을 보고 받고, 경영 계획을 구상하는 등 정상 업무를 수행 중"이라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윤 행장의 출근 저지 투쟁으로 윤 행장은 물론 사측과 노조 모두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김형선 노조위원장은 "이번 투쟁의 대상은 윤 행장이 아니라 이 사태를 초래한 청와대와 정부, 집권 여당"이라며 "당, 정, 청의 진정한 사과와 대화 의지가 있다면 언제든지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행장은 노조를 향해 거듭 대화하자고 손을 내밀고 있지만, 노조는 윤 행장이 아닌 당정청의 대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투명한 행장선임절차와 관련한 당정청의 확실한 약속"이라며 "단순 기업은행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계속되고 있는 해묵은 낙하산 인사 관행을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바라보는 내부 직원들의 심경도 복잡하다. 기업은행은 통상적으로 이달 중순 전 직원 인사를 한번에 발표하는 ‘원샷 인사’를 시행하는데, 윤 행장이 아직 취임식도 갖지 못하면서 인사 역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현재 기업은행은 수석부행장을 포함해 부행장 5명의 임기 만료가 임박했고, IBK투자증권, IBK연금보험 등 계열사 3곳의 대표이사 임기도 이미 지난달에 끝난 상황이다. 기업은행의 한 내부 관계자는 "인사가 늦어지면서 육아휴직이나 승진을 앞둔 직원들, 혹은 부서 이동 가능성이 큰 일부 직원들의 개인적인 부분까지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며 "노사가 대화를 통해 원만하게 사태를 마무리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노사 모두 대화를 통해 기업은행 업무를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표하고 있는 만큼 조금 더 빠른 시일 안에 사태를 마무리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기업은행의 또 다른 관계자는 "사측에서도 노조와 대화하기 위해 상시적으로 접촉하고있다"며 "양쪽 다 이러한 상황을 빨리 끝내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표하고있는 만큼 구체적인 시기는 알 수 없지만 조금 더 빠른 시일 안에 접점을 찾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이미지
배너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