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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문재인 정부의 탈(脫)석탄 정책이 발전공기업들을 통합으로 내몰고 있는 모양새다.
발전공기업들의 주력 사업은 석탄화력발전이다. 그러나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과 미세먼지·온실가스 대응에 따라 석탄화력발전의 비중을 급격하게 줄여야 하는 처지다. 대신 현재 민간발전사들이 주로 하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발전은 물론 신재생에너지에 많은 투자를 해야하는 상황이다.
국내 전력산업은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규모의 경제 실현을 위해 발전과 송배전 모두 한전 독점체재로 운영돼 왔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 시절 독점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한전의 민영화를 고려한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실시했다. 그 결과 발전부분에서 경쟁체재가 도입됐고, 현재의 남부, 남동, 동서, 서부, 중부 발전5사와 한수원으로 분리됐다. 그러나 한수원을 제외한 5개사는 분리는 됐지만 같은 석탄화력발전 사업을 하고 있어 연료인 유연탄 수입 등에서 불필요한 경쟁과 비용낭비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게다가 최근에는 한국가스공사가 개별 발전사와 직접 가격 협상을 펼치는 ‘개별요금제’를 도입하는 등 LNG발전 측면에서도 발전사들을 통합해 운영하는 편이 한전 전체의 재무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발전사 "탈석탄, LNG·신재생 확대 경쟁", 한전 "불필요한 경쟁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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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발전사들과 한전의 입장은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형구 중부발전 사장은 최근 "여전히 석탄화력은 우리회사의 캐시카우(Cash Cow) 이지만,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인 흐름인 ‘탈석탄’을 우리가 주도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입장"이라며 "한층 더 치열해진 신재생과 LNG 복합 사업 시장에서의 경쟁에서는 어떻게든 우위를 선점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향열 남동발전 사장은 "온실가스에 대한 규제와 미세먼지 감축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는 날로 커져가고 있다. 석탄화력 비율이 제일 높은 우리 회사로서는 커다란 도전이고 위기"라며 "노후화된 화력발전소에 대한 대체발전소 건설을 최대한 빠른 시기에 이룩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현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사업에서도 경쟁하고 있다. 발전사 사장들은 신년사에서도 앞다투어 ‘신재생에너지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고 선언했다. 유 사장은 "최고의 신재생에너지 발전회사’로 브랜드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전사의 역량을 결집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신정식 남부발전 사장도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온실가스 감축 부담 증가로 화력발전은 쇠퇴하고 기술혁신으로 인한 친환경 에너지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이러한 시대에 전통적인 발전회사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친환경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로 재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모회사인 한국전력의 김종갑 사장은 개별 발전공기업들의 자구책보다는 통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 사장은 최근 "재무건전성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자. 올해도 비상경영을 통해 효율을 높이면서 불필요한 낭비를 최소화하자"며 "세계 각국의 어떤 전력 유틸리티와 비교해도 가장 원가효율적인 경영을 하기 위해 그룹사와 함께 최선을 다하자"고 말했다. 또 "전력그룹사의 전체 이익 최적화를 도모해야 한다. 정부와 그룹사 모두가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며 "불필요한 경쟁을 최소화하고 협력을 극대화해 그룹사가 함께 발전해 나가도록 모기업 한전이 더 노력하고 더 양보하는, 지혜로운 처신을 하자"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탈석탄으로 사업이 축소되는 만큼 발전사들이 통합적으로 연료계약과 운영을 추진하는 편이 효율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 발전사 통합이 추진될 경우 임원 감축 등 인력 구조 조정과 사옥 매각 등 어려운 난관에 봉착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한 발전사 관계자는 "통합에 대해 아무런 지침이 내려온 게 없다"면서도 "만약 통합이 된다면 각 사의 사장 등 임원급 인사들은 물론 일반 직원들의 수도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