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과학 없는 인문학은 황당하고 인문학 없는 과학은 위험하다. 그 대표적 사례가 한국이 당면하고 있는 탈원전 문제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이 황당한 이유를 과학 없는 인문학에서 찾는 이가 많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의 화두를 문·재·인으로 요약한다. ‘문‘은 정국 운영이 ‘문과‘ 출신들만의 합창이라는 말이고 ‘재‘는 ‘재기‘로 칠전팔기의 오뚝이들의 무대고 마지막으로 ‘인‘은 ‘인연‘ 즉 캠코더 인사라는 말이다. 캠코더는 문재인 캠프의 ‘캠’, 코드 인사의 ‘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더’를 합성한 약어다.
문과 출신들은 탈원전을 해야 하는 이유를 단 한마디로 "원자력 사고의 끔찍함을 보여준 영화 ‘판도라’(2016)를 보라"고 한다. 판도라가 보여주는 사실이 과학이 아니고 허구임을 아무리 설명해도 귀를 기울이려 하지 않는다. 대안으로는 신재생에너지를 제시한다. 신재생에너지 정책 가운데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이 ‘태양광발전’이다. 새만금에도 이것을 설치한다고 한다. 농촌에서는 산비탈 뿐만 아니라 문전옥답까지 태양광 시설이 들어서고 있다. 농지 잠식과 자연 훼손이 이만저만 아니다.
연간 10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던 한국전력공사가 연간 1조원의 적자를 내는 이유를 설명하고 중동 등에 원전을 수출하면 엄청난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으며, 국운 융성에 절호의 기회라는 어떤 설명에도 귀를 막는다. 그리고 단 한마디 ‘판도라’에서 본 끔찍한 사고 한번이면 모든 것이 허사라고 주장한다. 왜 과학이 없는 인문학이 허망한지를 입증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주장이다.
또 다른 문제는 인문학이 없는 과학의 위험성이다. 지난 17일 세계 저명 과학자 53명이 "원전 없이는 기후변화 대응이 어렵다"는 경고를 담은 기고문을 파이낸셜타임스에 실었다. 이러한 세계 과학자들의 움직임에 대응해 지난 19일 김우식 전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 등 한국의 과학계 원로 13명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탈원전 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건의문을 보냈다. 원로들은 "탈원전으로 원자력 산업 생태계가 붕괴하고 원자력 분야 우수 인재의 이탈 현상이 심각하다"며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와 신재생·원자력 병행 정책을 요구했다. 탈원전 주창자들이 주장하는 안전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인 문제만으로 문제를 호도하려고 한다. 그리고 우리 원전 기술은 기술력·경쟁력·안전성이 세계 최고라고 미국원자력위원회(USAEC)가 인정했다는 점만 부각시킨다.
과학자들의 주장은 과학이 아니고 경제다. 그 경제성을 블룸버그를 인용한다. 블룸버그는 2018년 220억 달러(약 25조원)에 달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신규 원전 건설 프로젝트에서 예비 사업자로 선정된 한국·미국·프랑스·러시아·중국 등 5국의 원전 경쟁력을 비교·분석한 바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kW당 건설비용은 한국이 3717달러로 가장 저렴했다. 이어 중국이 4364달러, 러시아가 5271~6250달러, 프랑스가 7809달러, 미국이 1만1638달러에 달했다. 한국 원전은 세계적으로 기술력과 안전성도 인정받았다. 한국의 3세대 원전인 APR 1400은 프랑스·일본도 받지 못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 인증을 받았다. 미국 이외 국가에서 NRC 인증을 받은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
원자력 발전소는 원래 인명 손실 확률 3억분의 1로 발생하도록 5중 방어 설계를 한다. 연료 펠렛의 제1 방호벽, 연료 복관의 제2 방호벽, 원자로 용기의 제3 방호벽, 원자로 건물 내벽의 제4 방호벽, 그리고 마지막으로 원자로 건물외벽의 제5 방호벽으로 인명 손실을 예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고의 과학국가를 자칭하는 미국, 러시아, 그리고 일본에서 원전 사고가 발생했다.
1979년 3월 28일 새벽 4시 미국의 스리마일 섬에서 발생한 사고로 주민 20여만 명이 대피하고 이후 주민 1000명 중 11명이 암에 걸렸다. 사고사인 백텔의 손해는 24시간 작업 기준 4년간 정화 비용만 10억 달러가 소요됐다. 1986에는 당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에서 원전 사고가 발생해 약 800만 명이 피폭되고 9300여명이 사망했으며, 70여만 명이 심각한 후유증을 앓았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은 2011년 3월 12일에 발생한 원전 1호기 폭발로 최소 22명이 피폭됐다.
여기서 우리가 유의해야 할 것은 세계 3대 원자력 강국의 원전 사고가 다 발전소 자체의 결함이기보다는 운영하는 운영주체들 실수로 이뤄진 사고란 점이다. 스리마일 원전의 경우 처음 이 발전소의 증기발생기 2차계에 물을 공급하는 주급수 펌프계통이 고장을 일으켰다. 거기에 경수로 안을 냉각하는 긴급노심냉각장치(ECCS)가 작동했는데도 운전원이 계량기를 오판해 얼마 동안 ECCS 작동을 멈추게 했다. 이 작업자의 실수로 냉각장치가 파열돼 대량의 핵연료가 외부로 누출됐다.
체르노빌 사고는 더 황당하다. 이 사고는 경험이 부족한 야간 교대조가 원자로의 안전 시스템을 시험하던 중 발생했다. 이것이 실패하며 일어난 폭발은 원자로와 지붕과 측면에 구멍을 냈고 거대한 원자로 뚜껑이 공중으로 날아갔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쓰나미로 인해 발전소가 침수됐다. 이것을 예측하지 못하고 원자로 냉각 펌프를 모두 지하실에 설치했는데, 지하실에 물이 차 냉각 시스템이 파손되며 핵연료 용융과 수소 폭발로 이어져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누출됐다.
일련의 원전사고에서 보는 바와 같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설계 인증을 받았다는 사실이 원전 사고가 전무할 것을 보증하지 못한다. 원전 사고는 NRC가 인증하는 원전 자체 보다는 작업원의 실수 예측불가한 천재지변에 의한 경우가 많다. 더욱이 한국의 원전에서 문제가 된 바와 같이 정비 시에 불량부품을 사용할 때도 완벽하게 안전을 보증할 방안은 없다.
결론적으로 원전 안전을 100% 보증하는 기법도 없고 그렇다고 위험성만으로 수조원에 달하는 경제성을 포기하기도 어렵다. 이러한 결정은 대통령의 권한 밖이다. 그래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갑론을박과 국론분열은 필연적이다. 이를 피하는 유일한 방법은 국민 투표에 의한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다. 그리고 국민투표 비용을 가장 절감하는 방법이 내년 4월에 실시되는 총선에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것이다. 국민 총의에 의해서 결정된 것이라면 수긍하는 지혜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