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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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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카드에 들썩이는 은행株...직원들도 '희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12.12 10:09

'주가도 리딩' 신한지주, 올들어 10% 급등...내년에도 '주주가치제고' 쭉

'금융지주 최초 자사주 소각' KB금융, 만년 저평가 벗고 주가 '들썩'

'성장성' 믿는 우리금융지주...내년 증권-보험사 인수시 주가 상승 기대

▲(사진 왼쪽부터) 우리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 KB금융그룹.(사진=각사)


# A금융사 직원 ㄱ씨는 매일매일 주가 그래프를 확인하고 있다. A금융사 주가가 올해 들어 10% 넘게 오르면서 12월의 보너스를 받은 기분이기 때문이다. 반면 B금융사 직원 ㄴ씨는 연말까지 주가 그래프를 보지 않기로 했다. 모든 직원들이 합심해서 기대 이상의 성과들을 내고 있음에도 주가가 20% 이상 급락하면서 팔아치우기도 난감한 상황이 됐다.

금융지주사에 종사하는 직원들은 예금에 투자하는 것과 자신의 회사에 투자하는 것 가운데 어떤 것이 더 이득일까.

금융지주사에 종사하는 직원들이 우리사주 수익률로 인해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신한금융지주(055550) 경우 올해 들어 오렌지라이프 등 인수합병(M&A)으로 은행과 비은행 부문 간의 균형을 이루면서 코스피는 물론 기준금리보다 월등한 수익률로 직원들에게 ‘보너스’ 같은 선물을 안겨줬다. 반면 국내 대표 금융주 가운데 가운데 우리사주 보유 비중이 높은 우리금융지주는 기준금리보다 못한 수익률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주:연초 이후 코스피 수익률 4.7%, 우리금융지주 주가 수익률은 재상장일인 2월 13일 기준.)


◇ 신한지주, '주가도 리딩금융'...내년 자사주 소각도 '호재'


국내 4대 금융지주(신한, KB, 하나, 우리금융지주) 가운데 수익률이 가장 우수한 종목은 단연 '리딩금융'인 신한지주다. 신한지주 주가는 올해 1월 2일 3만9400원에서 이달 11일 현재 4만3600원으로 10% 넘게 올랐다. 이 기간 코스피가 4.7% 올랐고, 기준금리가 연 1.25%인 점을 감안하면 신한금융 계열사 직원 입장에서도 예금보다 ‘신한지주’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이득인 셈이다. ‘리딩금융’을 구축하기 위해 전 직원들이 합심해서 노력한 만큼 이같은 수익률은 더없는 호재로 풀이된다. 신한지주는 올해 들어 오렌지라이프, 아시아신탁 등을 인수하며 비은행부문 역량을 강화했고, 6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점이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더 나아가 신한지주는 내년 1월 28일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으로 오렌지라이프 잔여지분 40.85%를 취득하면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도 소각할 계획이다. 신한금융 1주당 오렌지라이프 주식 0.66주의 비율로 교환하면서 현재 보유 중인 6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주식 교환에 활용하고, 신주 823만여주도 발행할 계획이다. 다만 상법상 자회사의 모회사 주식 취득 금지 조항에 따라 오렌지라이프는 6개월 이내에 신한지주 주식을 매도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신한지주가 오렌지라이프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 이후 ‘오버행(대량 대기매물)’ 우려가 불거질 수 있다. 이에 신한지주는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오버행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내년 상반기 중 오렌지라이프가 보유 중인 신한지주 주식을 인수하고, 이를 즉시 소각할 방침이다. 신한지주 측은 "오렌지라이프가 보유한 신한지주 주식은 전체 상장 주식 가운데 1%에 불과할 정도로 많은 규모가 아니다"며 "그럼에도 시장의 우려를 사전에 해소하고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사주 소각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KB금융, '만년 저평가' 탈피할까...자사주 소각에 주가 '들썩'


만년 저평가주로 불리던 KB금융(105560)을 보유한 내부 직원들도 모처럼 화색이 돌았다. KB금융 주가는 이달 11일 현재 4만8000원으로 올들어 4.46% 올랐다. 지난해 KB금융 주가가 무려 26% 급락했던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전화위복'인 셈이다. 신한지주와 리딩금융 경쟁을 벌이면서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던 KB금융 주가가 상승세를 탄 것은 ‘자사주 소각’ 카드가 빛을 본 것으로 풀이된다.

▲연초 이후 KB금융 주가 추이


KB금융은 이달 6일 약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230만3617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호주 등 글로벌 금융회사들에게 자사주 소각은 일반적인 현상이지만, 국내 금융지주사 가운데 자사주를 소각한 것은 KB금융이 처음이다. 이번 자사주 소각은 단순 주가 부양을 넘어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경영진의 적극적인 노력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하나금융투자 최정욱 연구원은 "이번 자사주 소각은 진정한 주주친화 정책의 시작점으로 은행주 전반에도 상당한 호재다"고 설명했다. KB금융지주의 한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이 당장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기보다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은행지주사 최초의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큰 것 같다"며 "앞으로도 실적 개선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 '회사 성장성' 믿는 우리금융지주 직원들..."내년 본때 보여줄것"


반면 우리금융지주(316140)는 올해 2월 금융지주사로 전환한 이후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주가는 신규 상장일인 2월 13일 1만5300원에서 이달 현재 1만1350원으로 26% 급락했다. 주가가 부진하면서 당장 타격을 입은 이들은 우리사주를 보유한 직원들이다. 우리금융지주의 우리사주조합 비중은 올해 9월 말 기준 6.42%로 신한지주(5.12%), KB금융(1.05%), 하나금융지주(0.89%)보다 높다. 다만 우리금융은 다른 지주사와 달리 아직 보험, 증권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다른 금융지주사와 단순 비교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경쟁사들과 달리 올해 2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해 작년과 실적을 단순 비교하기 어려운 점도 투자자들이 머뭇거리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증권가에서는 우리금융지주가 금융지주사 체제를 완성하지 못한 만큼 다른 지주사보다 성장 여력은 더욱 크다고 전망했다. 이에 우리금융지주 주식을 보유한 직원들도 회사의 ‘성장성’에 굳건한 신념을 갖고 이를 가시화시키기 위한 노력들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지주사로 전환한 이후 국제자산신탁, 동양자산운용, ABL글로벌자산운용, 롯데카드 등 4건의 M&A를 단행했다. 내년부터는 아주캐피탈, 아주저축은행을 계열사로 편입하고, 중형급 이상의 우량 증권사도 인수할 방침이다. 우리금융의 한 관계자는 "비은행, 비이자 부문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면서 회사 성장성을 보여주면 주주들도 우리금융지주 주식을 신뢰할 것"이라며 "지주사 전환 이후 자체적으로 보유한 자사주가 없는 만큼 주가 부양을 위한 자사주 소각보다는 지주사 완성도를 높이는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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