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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밀당'...韓 방위비 압박, 中 '무역협상' 신경전 팽팽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11.30 10:06

다음주 한미 방위비 협상...트럼프 나토서 방위비 직접 압박
3차 회의 파행, 제10차 SMA 내달 말 만료...한미 기싸움 팽팽할듯
트럼프 홍콩인권법 서명에 중국 강력 반발...무역협상 추이 촉각
주요 외신 "중국, 미국과 무역협상 문 열어놔...1단계 합의 이를듯"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A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국면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거듭 앞세워 지지층 결집에 주력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다음주 워싱턴DC에서 재개되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앞두고 한국을 향해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거듭 압박하는 한편 최근에는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에 서명하면서 중국과의 무역협상에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 트럼프, 내달 초 나토 정상회의 참석...방위비 증액 직접 압박할듯

29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전화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달 3~4일 영국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를 비롯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및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과의 양자회담,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주재하는 만찬 등에 참석하고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조찬회동도 할 예정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피력했다. 이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과 다른 나라들이 더 (방위비를 분담)하도록 촉구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가) 더욱 강하고 방위비 분담이 더 공정하기를 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나토를 더욱 강하게, 그리고 오늘과 미래의 도전 직면에 준비돼 있도록 만드는 데 헌신해왔다"면서 "이것이 그가 모든 동맹국에 약속을 이행하고 국방예산을 인상하라고 독려하는 걸 강조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이어 "2016년에는 (나토 회원국 중) 4개 동맹국만 GDP(국내총생산)의 2%를 (국방비로) 썼다. 지금은 9개국이고 2024년에는 18개국이 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와 양자 회담 등을 통해 회원국들의 'GDP 2% 국방비 지출' 목표 달성을 통한 분담금 증액을 거세게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토 회원국들은 2024년까지 국방비 지출을 GDP의 2%로 늘리기로 했고 내년말까지 추가로 1천억 달러의 방위비를 내놓기로 했다. 
    

◇ 같은 날 워싱턴서 한미 방위비분담금협정 체결 4차회의

▲정은보(왼쪽) 방위비분담협상대사와 제임스 드하트 미국 국무부 선임보좌관이 지난 18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한국국방연구원에서 열린 제11차 한미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SMA) 제3차 회의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트럼프 대통령이 영국에서 나토 회원국들을 상대로 분담금 증액 압박에 한창일 때 워싱턴DC에서는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4차 회의가 다음달 3~4일에 열리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이번 회의는 이달 18∼19일 서울에서 개최된 3차 회의가 파행한 지 2주 만에 회의가 재개되는 것이다. 

지난 회의에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다 현행 제10차 SMA가 다음달 31일 만료되는 만큼 양측은 이번 회의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판을 끌고 가기 위해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부자나라’가 된 한국이 방위비 분담에서도 더 크게 기여해야 한다는 논리를 재차 펴며 대폭 증액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2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근처 선라이즈에서 열린 유세에서 "내가 당선되기 전에 우리의 지도자들은 위대한 미국의 중산층을 그들의 망상적인 글로벌 프로젝트에 자금을 대기 위한 돼지 저금통으로 썼다"며 "그것은 전 세계에 걸쳐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미국의 대통령이지 전 세계의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국을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부자 나라’라는 단어를 앞세워 방위비 대폭 증액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미측은 올해 한국이 부담하는 방위비 분담금(1조389억원)의 5배가 넘는 50억 달러에 육박하는 금액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현행 SMA에서 다루는 ▲ 주한미군 한국인 고용원 임금 ▲ 군사건설비 ▲ 군수지원비 외에 주한미군 인건비(수당)와 군무원 및 가족지원 비용, 미군의 한반도 순환배치 비용, 역외 훈련비용 등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국은 주한미군 주둔비만 다룬다는 기존 SMA 틀이 유지돼야 한다는 전제 아래 '소폭 인상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 트럼프 '홍콩인권법' 서명, 중국 무역협상 추이 주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왼쪽),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이와 별개로 트럼프 대통령은 1단계 무역합의를 앞두고 중국과 지루한 '밀당'을 이어가고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강력한 반발에도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홍콩인권법안)에 서명하면서 양국의 갈등이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서명한 홍콩인권법안은 미 국무부가 홍콩의 자치 수준을 매년 검증해 홍콩이 누리는 경제·통상에서의 특별한 지위를 유지할지를 결정하고, 홍콩의 인권 탄압과 연루된 중국 정부 관계자 등에 대한 비자 발급을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루탄, 고무탄, 전기충격기 등 시위대를 통제하기 위한 일체의 장비를 홍콩에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에도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을 완료한 직후 중국 정부는 국무부 등 정부 부처들을 총동원해 미국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며 대미 보복 조치를 강력하게 시사했다. 

러위청(樂玉成)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28일 테리 브랜스태드 주중 미국대사를 불러 트럼프 대통령의 홍콩인권법안 서명에 대한 엄정한 교섭과 강력한 항의를 표명했다.
    
중국은 특정 사안에 대해 외교 경로로 항의한 경우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는 표현을 쓴다. 
   
러위청 부부장은 브랜스태드 대사에게 "홍콩인권법안은 홍콩과 중국 내정에 대한 엄중한 간섭이며 적나라한 패권 행위로 중국 정부와 인민은 강력히 분개하며 결연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홍콩은 중국의 홍콩으로 홍콩 문제는 중국 내정에 속하며 어떠한 외국 정부와 세력의 간섭도 용납하지 않는다"면서 "중국은 국가 주권과 안전, 발전 이익을 수호하겠다는 확고한 의지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관철하겠다는 방침에 절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러 부부장은 "중국은 미국 측에 잘못의 시정을 강력히 촉구한다"면서 "홍콩 문제에 대한 개입과 중국 내정에 대한 간섭을 즉각 중단해 중미 관계와 양국 간 협력에 큰 해를 끼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중국 외교부는 지난 25일 미국 상·하원에서 홍콩인권법안을 통과시키자 브랜스태드 대사를 초치해 강력히 항의한 바 있다.


◇ 주요 외신 "미중 갈등, 무역협상 중단 이어질 가능성 낮아"
    
다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번 양국의 갈등이 현재 진행 중인 무역협상 중단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시간) 중국이 미국을 비난하고 있지만 "그것이 무역협상을 멈추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NYT는 "(중국의 미국에 대한) 위협은 맹렬하게 들리지만, 그것은 또한 공허하다"면서 "중국은 의미있는 방식으로 미국에 보복할 옵션(선택사항)이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미중 무역협상의 주무 부처인 중국 상무부가 미국에 대한 비난을 피한 것도 "중국이 미중 무역협상에 열려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NYT는 분석했다.

중국 상무부의 가오펑(高峰) 대변인은 홍콩인권법이 미중 무역 협상에 영향을 줄 수 있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더 공개할 만한 내용이 없다"며 언급을 자제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중국이 홍콩인권법에 대한 거센 반발에도 "미국과의 무역협상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고 평가했다.
   
WSJ은 "중국 지도부는 자국 경제에 대한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 미국과의 무역합의를 원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자신의 재선 성공을 위해 합의를 선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도 홍콩인권법을 둘러싼 갈등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중국이 추수감사절 연휴 직후 이른바 '1단계 합의'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달 10∼11일 제13차 고위급 무역 협상에서 1단계 합의에 상당한 진전을 이룬 뒤 정상 간 서명을 위한 세부 협상을 한 달 넘게 이어오고 있다.
    
고율 관세 철회와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 등에 초점이 맞춰진 1단계 합의가 마무리되면 미국은 2, 3단계 협상을 통해 산업 스파이 행위, 저작권, 기술 이전 강요, 보안 이슈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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